“단연 <뿌리깊은 나무>(에스비에스) 아니겠어요?”
연말 결산 특집으로 지상파 3사와 케이블채널의 드라마·예능 피디 14명에게 2011년 ‘최고의 드라마’와 ‘최고의 예능프로그램’을 물었다. ‘최고 드라마’를 묻는 질문에 답한 드라마 피디 9명 중 8명이 <뿌리깊은 나무>를 꼽았다. 9월 종영한 <보스를 지켜라>를 연출한 손정현 피디(에스비에스)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완벽하게 겸비했다”고 평했다. <막돼먹은 영애씨>의 박준화 티브이엔 피디는 “성군이라고 불리던 세종대왕의 내면 갈등을 드러낸 것이 좋았다”고 했다. 3월 종영한 <싸인>(에스비에스)을 만든 장항준 피디가 재미삼아 자신의 작품을 꼽은 것을 고려하면 만장일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방송의 화제작 <최고의 사랑>은 1표도 얻지 못했다.
<뿌리깊은 나무> 호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올 최고 배우’로 5명이 세종 역을 한 한석규를 꼽았다. 이 드라마에서 청년 세종을 연기한 송중기도 1표를 얻었다. <추노>(한국방송2)의 곽정환 피디는 “한석규는 뛰어난 표현력으로 가장 재미있으면서도 진지한 조선의 임금을 창조했다”고 평했다. 송중기를 꼽은 한 피디는 “분량은 짧지만 굵직한 연기력으로 대중을 놀라게 했다”고 치켜세웠다. <최고의 사랑>의 차승원이 2표, <시티헌터>(에스비에스)의 박민영이 1표를 받았다.
차승원은 ‘최고의 캐릭터’ 1위로 아쉬움을 달랬다. <최고의 사랑>에서 까칠하면서도 은근히 잘해주는 남자 ‘독고진’으로 <뿌리깊은 나무> 한석규가 연기한 세종(3표)보다 1표가 많은 4표를 받았다. 장항준 피디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차승원만이 만들 수 있는 캐릭터”라고 평했다. <보스를 지켜라> 손정현 피디와 <최고의 사랑> 박홍균 피디는 자신이 연출한 드라마의 “차지헌(지성)”과 “독고진”을 각각 최고 캐릭터로 꼽았다. 함영훈 <드라마 스페셜>(한국방송2) 피디는 “지역마다 수애(깜빡 잘 잊어버리는 이들)를 자처하는 이들이 생겨났다”며 <천일의 약속>(에스비에스)에서 수애가 연기한 이서연 캐릭터를 최고로 꼽았다.
예상보다 재미있었던 ‘기대 이상의 드라마’ 1위는 3표를 얻은 <보스를 지켜라>가 차지했다. <드림하이>(한국방송2), <공주의 남자>(한국방송2), <싸인>이 1표씩 얻어 뒤를 이었다.
‘기대 이하의 드라마’는 현재 방영중인 <빛과 그림자>(문화방송)와 7월 종영한 <미스 리플리>(문화방송)가 2표씩을 얻어 수위에 올랐다. 이외에도 8월 종영한 <넌 내게 반했어>(문화방송), <시티헌터>가 각각 1표로 ‘기대 이하의 드라마’에 꼽혔다. 현재 방영중인 <나도, 꽃>(문화방송)과 9월 끝난 <스파이 명월>(한국방송2)은 ‘기대 이상’과 ‘기대 이하’의 드라마에 모두 1표씩 얻었다. ‘올해 부진했던 배우’로는 <스파이 명월>의 한예슬이 3표로 최다 득표를 했고, 2월 종영한 <마이 프린세스>(문화방송) 송승헌이 2표로 그뒤를 이었다.
‘새해가 기대되는 배우’는 송중기가 “연기력과 외모가 모두 받쳐준다”는 이유로 3표를 차지해 1위에 올랐다. 드라마에선 지난해 <세 자매>(에스비에스)에 조연으로 나온 것이 전부인 이제훈이 영화 <고지전> 활약에 힘입어 2표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공주의 남자>(한국방송2)의 문채원과 <드림하이>(한국방송2)의 김수현, <천일의 약속>의 정유미가 1표를 차지했고, 젊은 배우들 틈에서 <뿌리깊은 나무>의 정기준 역을 맡은 윤제문이 1표를 얻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각 방송사 제공
쫄지 않은 ‘개콘’ 최고 예능프로
2위 ‘나가수’ 3위 ‘무한도전’
최효종 `최고의 예능인’에
2011년 예능은 <개그콘서트>(개콘·한국방송2)가 ‘대세’였다. 개콘은 예능 피디 5명과 드라마 피디 9명 등 14명이 참여해 그중 10명이 답변한 설문에서 4표를 얻어 ‘올 최고의 예능프로그램’으로 꼽혔다. <우리들의 일밤-룰루랄라>(문화방송) 제영재 피디, <청춘불패 시즌2>(한국방송2) 김호상 피디 등이 개콘을 꼽았다.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문화방송)가 3표, <무한도전>(문화방송) 2표, <슈퍼스타케이3>(엠넷)이 1표로 뒤를 이었다. 제영재 피디는 “개콘은 매너리즘을 뛰어넘는 관록의 힘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개콘 서수민 피디는 “매회 특집으로 예능프로그램에서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무한도전>을 최고 예능프로로 꼽았다.
‘올 최고의 예능인’으로는 개콘 ‘애정남’의 최효종이 5표(9명 답변)를 얻어 1위에 올랐고, 김병만이 2표, 유재석이 1표를 얻었다. ‘올 최고 예능피디’로는 서수민 개콘 피디가 3표(5명 답변)로 1위를 차지했고, <해피선데이-1박2일>(한국방송2)을 연출하는 나영석 피디와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를 연출하는 김용민 피디가 1표씩 이름을 올렸다. 김호상 피디는 “최효종의 ‘애정남’, ‘사마귀 유치원’은 정치권에서도 화제가 될 만큼 유명해졌다”고 말했다. <강심장>(에스비에스)을 만드는 박상혁 피디는 “코미디가 1등 프로그램이 된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며 서수민 피디의 역량을 칭찬했다.
‘2012년이 기대되는 예능인’에는 최효종이 3표로 1위, 변기수·붐·이승기·지상렬(모두 1표씩)이 뒤를 이었다. 남지은 기자, 사진 각 방송사 제공
◇ 설문 참여 피디(14명)
드라마 피디: 곽정환 이진서 정해룡 장항준 손정현 박홍균 김용수 함영훈 박준화
예능 피디: 김호상 서수민 제영재 박상혁 박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