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랑과 전쟁 2>(한국방송2)는 100% 시청자 제보를 받아 만드는 한국사회 실제 부부들의 이야기다. 1화 ‘대리부 이야기’ 한국방송 제공
`사랑과 전쟁2’
소재 공모란 매주 50여건 접수
자녀교육 등 이혼 ‘트렌드’ 보여
제작진 “다문화가정 다루고파”
소재 공모란 매주 50여건 접수
자녀교육 등 이혼 ‘트렌드’ 보여
제작진 “다문화가정 다루고파”
이혼 위기에 처한 실제 부부의 사연을 드라마로 보여주고, 전문가들이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사랑과 전쟁>(한국방송2)이 시즌2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11월11일 시즌2(금 밤 11시)의 문을 열었는데, 포털사이트에 주부들이 만든 카페를 중심으로 매회 시청소감 등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
<사랑과 전쟁2>를 만드는 <한국방송> 예능국 박효규 책임피디(시피)는 “시즌1이 끝나자 <사랑과 전쟁>을 다시 보고 싶다는 시청자의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랑과 전쟁> 시즌1은 1999년 10월 시작해 2009년 4월까지 9년여 동안 방영되며 시청률이 20%를 넘나들었다.
시즌2 시청률은 아직 시즌1에 못 미치지만 주부 카페에는 “<사랑과 전쟁2> 할 때는 전화도 안 받는다”(아이디 ‘맘스패밀리’)는 글이 올라올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스타가 나오는 것도 아닌 이 평범한 드라마에 시청자들은 왜 빠져드는 것일까?
세 쌍 중 한 쌍이 이혼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이혼은 흔한 일이다. <사랑과 전쟁>은 실화를 드라마로 만들어 사실성을 높이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시즌1에서 시청자 사연과 함께 신문기사 등을 참조했던 것과 달리 시즌2에서는 100% 시청자 제보를 받는다. 한국방송 누리집 ‘소재 공모란’에는 매주 사연 50여건이 올라온다. 박 시피는 “주부 카페 등을 검색해 비슷한 사례가 많고,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는 사연 위주로 전문가의 법률 자문을 거쳐 1건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시즌2에서 방영된 성매매에 중독된 남편 이야기 ‘색다른 남편’(8화)과 불임 남편을 대신해 돈을 주고 다른 남자의 정자를 구매해 아기를 갖는 ‘대리부 이야기’(1화)처럼 실제 이야기인데도 보통사람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등장하니 조작 의혹을 받기도 한다.
아내가 자식 교육에만 열 올려 이혼 위기에 처한 이야기 (3화 ‘아내의 욕망’)는 “자식 어학연수 시키려고 남편 몰래 집을 파는 아내가 어디 있느냐”는 반응도 나왔지만 한 주부 카페에는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반성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박 시피는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며 “기이한 사건도 많고, 인간 같지 않은 사람도 많아 드라마에서 오히려 순화시켜 내보낸다”고 말했다.
박 시피는 “(사법부가 시즌1의 막바지인) 2008년 성급한 이혼을 막는다는 취지로 이혼숙려제를 도입했다. <사랑과 전쟁>이 이혼율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즌2에선 성의학전문의 강동우, 신경정신과전문의 백혜경 등 전문가들이 ‘이혼을 결심할 경우’와 ‘다시 잘 해보고 싶을 경우’를 나눠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안해 갑작스레 닥친 부부 문제 앞에 우왕좌왕하는 시청자에게 지침서 구실을 한다.
드라마에 푹 빠진 시청자들로 인해 웃지 못할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한다. 전문가들이 “퇴폐업소 중독에 빠진 남편은 아내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자 주부 시청자들의 항의가 쏟아진 것이다. 드라마 속 남의 집을 들여다보며 반성의 기회로 삼기도 한다. 누리꾼 ‘맘마87’은 주부 카페에 이렇게 썼다. “<사랑과 전쟁>을 보면 느낀다. 우리 신랑 정말 착하구나.”
시즌1에서는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를 기용해 사실성을 높인 것과 달리 시즌2에서는 가수 배기성과 개그맨 이정수, 곽현화 등 알려진 인물을 연기자로 등장시켜 친근함을 더했다. 연기자 이시은과 민지영은 시즌1에 이어 시즌2에서도 불륜녀로 출연해, 현실 공간에서 가끔 오해를 받기도 한다. 민지영은 “아버지와 팔짱을 끼고 다녀도 (불륜관계로) 오해를 받는다”는 고충을 털어놓았다.
다뤄진 소재를 보면 이혼에도 트렌드가 보인다. 시즌1 초기에는 며느리와 시어머니와의 갈등이나 젊은 여자와 바람피우는 남편 이야기가 많았으나, 시즌2에서는 교육에 열 올리는 아내 등 좀더 구체적인 생활상의 요인이 이혼 사유로 부각되는 경우가 많았다.
박 시피는 “조사해보니 우리나라 이혼율의 3분의 1이 다문화가정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다문화가정의 이혼 문제를 다루고 싶다”고 말했다. 20일에는 혼자 사는 노인의 결혼 문제를 다룬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8화 ‘색다른 남편’
8화 ‘색다른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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