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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다 포기하고픈 A씨, 다시 하이킥을 날려봐요

등록 2012-01-27 21:59

이승한의 몰아보기
지붕 뚫고 하이킥(2009년, MBC)
알아요. 새해에는 살 좀 빼자고 마음먹자마자 갑자기 날이 추워진 거. 날 풀리면 그땐 정말 운동해야지 다짐했는데, 명절 음식 먹고 나니 체중이 2킬로그램이나 늘었다는 거. 밖은 여전히 춥고 전기장판은 따뜻하니 집에 오면 발가락도 까딱하기 싫은 거. 그래서 새해 다짐을 생각하면 갑자기 울컥하지만, 본인 잘못이니 어디 하소연할 수도 없단 거 압니다. 괜찮아요. A씨 혼자만 그런 게 아니니까요. 저요? 작년하고 똑같죠. ‘금연, 언젠가는.’

그런데 솔직히 언제는 사는 게 안 그랬나요? 강철 같은 의지의 소유자나 운 좋은 몇몇을 빼고 나면, 세상일이 꼭 마음먹은 대로만 흘러가진 않더라 이겁니다. 당장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목록만 봐도 그렇잖아요.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들의 내용은 기껏해야 ‘목표로 삼은 것을 꾸준히 추진하라’ 정도인데, 사람들이 그걸 몰라서 책을 사겠어요? 알아도 안 되니까 답답해서 책이라도 사보는 거죠. 정상적인 일이고, 누구나 겪고 있는 일이니 너무 좌절하진 마시죠.

위안이 안 되세요? 정 그러시면 김병욱 감독 작품으로 액막이를 하십시다. 개중에도 제일 암울한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하십시다. 네? 정초부터 뭐 그렇게 우울한 걸 보냐고요? 액막이는 세게 해야 약발이 섭니다. 보세요. 저 세계는 빈부를 가리지 않고 불행한 사람들로 가득하지요. 식모살이 말고는 답이 없는 세경과 신애. 학벌이 변변치 않아서 사랑하는 남자가 생겨도 잡지 못하는 정음, 아내랑 장인한테 무시당하고 사느라 속이 다 문드러진 보석, 자기 성질을 이기지 못해 천지 사방에 히스테리를 뿌리고 다니는 해리까지.

우울하시죠. 심지어 결말을 알고 계시면 더 우울하시겠죠. 꿈도 희망도 없는 결말이잖아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세경과 지훈의 파국 이후에도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결말의 충격 때문에 정음과 준혁 학생이 만나 서로 상처를 다독이는 후일담은 잊고 있더군요.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물론 현실은 견고해서 어지간한 의지로는 돌파하기 어렵죠. 우리처럼 고작 전기장판에도 굴복하는 사람들한테는 더더욱. 그렇지만 좌절한 후에도 어떻게든 다시 일어나는 사람들이 있습디다. 그들이 특별히 대단한 게 아니라, 삶 자체의 속성이 그런 거겠죠. 길게 보면 삶이 역경보다 힘이 세니까요. 김병욱 감독이 잔혹한 결말 뒤에 숨겨놓은 진짜 메시지는 그런 게 아닐까요?

그러니 벌써 새해 다짐이고 뭐고 다 포기하겠다는 생각은 <지붕 뚫고 하이킥>과 함께 잠시 재워둡시다. 아직 1월이잖아요? 봄이 되면 날은 풀려요. 조깅하기 좋은 날씨겠죠. 건투를 빕니다. : )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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