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한의 몰아보기
<셜록>시즌2 (2012년, 영국 BBC)
KBS 2TV 4일(토) 밤 12시15분, 5일(일) 밤 11시25분
<셜록>시즌2 (2012년, 영국 BBC)
KBS 2TV 4일(토) 밤 12시15분, 5일(일) 밤 11시25분
생전에 강령술에 심취하셨던 분이니, 망자께 직접 편지를 올려도 될 듯싶어 펜을 들었습니다. 홈스 이야기나 좀 할까 하고요. 실망하셨나요? 경께서 지긋지긋해하시던 홈스 이야기나 하자고 드니 그러실 법도 하죠. 누굴 원망하시겠어요. 그렇게 생명력이 강한 인물을 창조해낸 건 바로 경이신걸요.
<비비시>(BBC) 후배들의 작품은 보셨습니까? <셜록> 말입니다. 셜록을 21세기 런던에 던져놓고 이야기를 새로 써내려가는 솜씨가 일품이더군요. 원작을 피하지 않고 재치있게 재해석하는 패기가 볼만해요. 네? 무슨 홈스가 저렇게 철이 없느냐고요? 멀쩡한 성 ‘홈스’를 놔두고 왜 다들 이름 ‘셜록’으로만 부르느냐고요? 진정하세요. 홈스도 당대 기준으로는 좀 별난 사람이었잖아요.
하긴, 홈스는 엉뚱한 구석은 있어도 본바탕은 다정하고 쾌활한 신사였는데, 후배들이 새로 그린 셜록은 정신 나간 일곱살 소년 같긴 하죠. 의뢰인 면전에 대고 “지루하니까 그만 가라”고 말할 정도로 무례하고, 파티에 온 손님들 앞에서 동료의 가정사를 폭로할 만큼 배려심도 없으니 말이죠. ‘사이코패스’라는 비아냥을 들으면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소시오패스”라고 맞받아치는 셜록이 당혹스러우실 겁니다.
그런데 어쩌겠어요. 걸출한 영웅이 세상을 이끌 거란 믿음은 제2차 세계대전의 참호 속에서 죽어버렸고, 이성에 대한 낙관은 나치즘과 파시즘을 겪으며 이성에 대한 회의로 바뀌었는걸요. 이 세상은 이제 신사의 품격만으론 헤쳐나갈 수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괴테를 인용하며 미소짓던 신사 홈스의 시대는 가고, 그 자리는 세상과 좀처럼 타협할 줄 모르는 냉소적인 괴짜 셜록의 자리가 된 거죠.
런던 시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던 홈스와 달리, 셜록에겐 대중의 기대치조차 족쇄나 다름없습니다. 셜록이라는 비범한 개인을 이해하기엔 세상에 뿌려진 불신이 너무 팽배하니까요. 자신을 영웅의 자리로 호명하는 세상의 부름에서 도망치며 온전한 개인으로 남고자 했던 셜록은, 이번 시즌 마지막 회에 가면 궁지에 몰리고 말죠. ‘마지막 사건’에서 홈스를 쫓는 건 모리아티지만, 여기서 셜록을 쫓는 건 그냥 세상 그 자체예요. 이런 세상에서 안 미치고 신사로 살아남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죠.
씁쓸하세요? 별수 있습니까. 이렇게 혼란스러운 세상이니, 우리도 어떻게든 명쾌하게 답을 내려줄 사람 한명쯤 간절히 원할 법도 하잖아요. 홈스를 끝내 못마땅하게 여기신 경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우린 여전히 셜록이 필요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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