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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아내보다 개를 더 챙기는 남편’
맞아 맞아! 남일 같지 않은 사연이네

등록 2012-02-06 21:50수정 2012-02-07 12:04

KBS2 ‘…안녕하세요’의 매력

짠돌이 남편·스토커 엄마 등
일상 고민들에 시청자 공감
월요일밤 예능서 뒷심 발휘
해결보다는 ‘듣는’ 역할 충실

“우리 딸이 삼시 세끼 라면만 먹어요. 못먹게 했더니 집까지 나갔다니까요.” “어머어머 대체 왜 그런대요?” 계모임에서 만난 아줌마들의 수다가 아니다. 일반인 엄마와 개그우먼 이영자의 대화다. 스무살 난 딸이 밥은 전혀 안 먹고 하루에 라면을 5~6개씩 끓여 먹는다는 고민을 털어놓자 이영자가 맞장구를 쳐주는 것이다.

연예인들의 신변잡기가 넘실대는 월요일 밤 11시대 <놀러와>(문화방송)와 <힐링캠프>(에스비에스) 틈에서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한국방송2·밤 11시15분)가 일반인들의 소소한 고민을 통해 우리네 인생의 단면을 드러내며 인기를 얻고 있다.

<안녕하세요>는 매주 시청자들이 보낸 ‘고민 사연’ 4개를 소개하고 진행자 이영자, 신동엽, 컬투(김태균·정찬우)와 초대손님, 고민 사연을 신청한 사람과 고민 제공자가 나와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다. 방청객들이 사연을 듣고 ‘정말 고민이겠다’는 생각이 들면 버튼을 누르고, 가장 많은 득표를 한 출연자에게 우승 상품을 준다.

화려한 연예인들의 이야기가 아닌 탓인지 지지난해 11월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초반에는 시청률 6%(에이지비닐슨 집계)대로 고전했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상승세를 타면서 10%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동시간대 유재석·김원희가 진행하는 장수 프로그램 <놀러와>의 인기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안녕하세요>의 매력은 뭘까.

<안녕하세요>의 인기는 ‘내 주변의 이야기’ 같은 사연들이 시청자 공감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재미의 8할은 출연자들의 기막힌 사연이다. 매주 누리집과 방송사로 오는 편지 등을 합해 100개 넘는 사연이 쏟아진다. 그중에서 몇 주에 걸쳐 고민 원인을 제공하는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과 주변사람들을 인터뷰하는 등 검증을 거쳐 진정성 있는 사연을 채택한다고 연출자인 이예지 피디는 밝혔다. 이 피디는 “출연자 대부분이 내 행동이 정말 이상한지 확인하려고 나온다”고 말했다.

지금껏 ‘아내보다 애완견을 더 챙기는 남편’ 때문에 고민인 아내, 친구들과의 회식은 물론 여자친구와 데이트하는 곳까지 따라다니는 엄마 때문에 고민인 아들, 22살 혈기 왕성한데도 연애는 해도 키스는 못 하겠다는 남자, 고속도로에 떨어진 배추를 주워 김장할 정도로 ‘짠돌이 남편’ 때문에 고민인 아내 등 250여개 사연을 소개했다. 사연이 언뜻 기기묘묘하고 독특하지만 내용을 듣다 보면 ‘남 일’ 같지 않고 주변에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상 속 고민을 다루기 때문에 ‘맞아 저런 사람도 있지’라며 공감을 사고 있다. 시청자 함혜민(35·여)씨는 “우리 아빠도 짠돌이어서 ‘짠돌이 남편’ 이야기는 공감백배였다”고 말했다.

<안녕하세요>는 고민을 해결해주려 하지 않고 듣기만 한다. 이 피디는 “속상한 일이 있을 땐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속이 시원해지는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한 것”이라며 “고민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반인이 나오는 프로가 평일 밤 11시대에 정규편성되는 것은 이례적이라 내부에서도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고 한다. 가공되지 않은 일반인들의 사연을 담는 이 프로는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초대손님으로 참여하고 싶은 프로로 손꼽힐 정도로 성장했다.

카메라 앞에서 긴장하는 일반인 출연자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끄집어내는 것은 진행자의 몫이다. 특히 신동엽은 “여자친구가 코를 곤다”는 방청객의 이야기에 “코를 고는 건 어떻게 알았느냐”고 농담을 하는 등 능청스런 진행으로 분위기를 돋운다. 그러나 진행자들이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 “자신도 모르게 출연자를 혼내거나 ‘고민 같지도 않다’고 말하는 건 절대 안 됩니다.”(이 피디)

<안녕하세요> 출연자들 중엔 콤플렉스를 장점으로 재인식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이름이 태극기여서 고민’이던 입대를 앞둔 남자에게 진행자가 “고민이 아니다. 자랑스러운 이름이다”라고 말해주자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래퍼가 되고 싶어하는 아들’이 고민이라던 엄마 양명자씨는 출연 뒤 프로그램 게시판에 “진행자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아이가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겠다. 방송에 출연한 뒤 고민이 해결됐다”고 적었다.

예능프로그램 <안녕하세요>(한국방송2)는 일반인들의 일상 속 고민을 소개하며 공감을 얻고 있다. 왼쪽부터 ‘동생들을 돌보느라 놀 시간이 없다’는 고민을 들고 출연했던 ‘14살 육아 고민남’ 편의 정현호군, ‘노출이 심한 옷을 입는 동생’ 편에 언니의 고민 신청으로 출연했던 여성 출연자, 아들의 데이트 장소에 따라다니는 ‘스토커 엄마’ 편에 출연했던 엄마 출연자.<한국방송> 제공
예능프로그램 <안녕하세요>(한국방송2)는 일반인들의 일상 속 고민을 소개하며 공감을 얻고 있다. 왼쪽부터 ‘동생들을 돌보느라 놀 시간이 없다’는 고민을 들고 출연했던 ‘14살 육아 고민남’ 편의 정현호군, ‘노출이 심한 옷을 입는 동생’ 편에 언니의 고민 신청으로 출연했던 여성 출연자, 아들의 데이트 장소에 따라다니는 ‘스토커 엄마’ 편에 출연했던 엄마 출연자.<한국방송> 제공

일반인들의 사연은 고민의 진정성을 검증하기 어려워 부작용도 따른다. 보수적인 아버지 때문에 밤늦게까지 놀아본 적이 없고 반소매 옷도 입어 본 적이 없다던 여성 출연자가 케이블채널 프로그램 <화성인 바이러스>(티브이엔)에 반소매 옷을 입고 출연했던 사실이 드러나 당사자가 프로그램 게시판에 해명하는 일도 있었다. 물론 드라마틱한 결과도 낳는다. 지난달 23일 방송한, 엄마가 동생 4명을 돌보게 해 친구들과 놀지도 못하는 ‘14살 육아 고민남’ 정현호군은 넉살좋은 입담 덕에 방송 직후 팬카페까지 생길 정도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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