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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막장 대학’서도 행복 찾은 얘네들 좀 봐

등록 2012-02-10 20:12

이승한의 몰아보기
<커뮤니티> (미국 NBC, 2009~)
폭스라이프(FOX life) 채널, 월~금 저녁 8시. 2월12일(일) 오전 11시30분, 오후 2시, 저녁 7시 반
어쩐지 표정이 좋지 않더라니, 원하는 대학에 떨어졌다고? 부모님께 얘기 들었어. 두분께선 벌써 너를 기숙학원에 보내야 하나 고민하시는 것 같더라. 걱정이 많으시겠지. 나? 나는 주눅 든 네 어깨가 더 마음에 걸려. 마음이야 복잡하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죄지은 사람처럼 우울해하진 않았으면 좋겠어. 수능 좀 망칠 수도 있지, 그게 죄는 아니잖아?

위로가 될진 모르겠지만 혹시 <커뮤니티>라고 들어본 적 있어? 미국의 2년제 전문대 그린데일 칼리지에 다니는 학생들의 기행을 담은 시트콤이야. 사실 말이 좋아 전문대지, 그린데일은 시쳇말로 막장에 가까워. 교수라는 작자는 알고 보니 학위가 가짜여서 수위로 강등되고, 총장이란 인간은 잘생긴 남학생 사진을 구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지.

학생들이라고 나을 것도 없어. 변호사인지 사기꾼인지 헷갈리는 제프, 남 뒷말하기 좋아하는 셜리, 대중문화 레퍼런스 없이는 대화가 불가능한 아스퍼거증후군 환자 아베드, 머리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한 전직 고교 미식축구 선수 트로이, 그리고 인종차별주의자에다 이기주의자인 피어스까지. 이런 루저들이 서로 배신하고 화해하고 용서하는 내용들이 시즌 전체를 수놓고 있어.

대입 실패한 사람한테 왜 이런 작품을 추천하느냐고? 나도 처음엔 이 작품이 싫었어. 회사를 관두고 집에서 혼자 우울해하던 시절에 처음 봤거든. 그런데 보면 볼수록 억울하더라고. 아무리 봐도 등장인물들의 사정이 나보다 안 좋은 거 같은데 다들 나보다는 행복해 보이는 거야. 아유, 고깝더라고! 그러다가 갑자기 오기가 생기더라. 저런 인생들도 어떻게든 행복을 찾는데,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해하는 거지? 그래서 나도 다시 박차고 일어났지. 행복해지고 싶어서.

이승한 티브이 비평가
이승한 티브이 비평가
눈을 낮추라느니,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느니 같은 뻔하고 훌륭한 조언은 요새 개나 소나 다 하는 소리니까, 나까지 그런 거짓말을 하진 않을게. 맥락 없이 무조건 ‘눈을 낮추라’는 식의 조언은 안 하느니만 못 하니까. 그런데 살아보니 그런 건 있더라. 학벌이나 좋은 직장이 행복에 큰 보탬이 될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게 행복 자체는 아니더라고. 결국 무엇이 널 행복하게 해줄지는 너 스스로가 결정하는 거야. 당장의 대입 실패가 네 행복을 망치게 내버려 두진 않았으면 좋겠어.

네가 원하는 게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거라면, 난 그 꿈을 응원할게. 하지만 그 전에 난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막장 학교 그린데일의 학생들이 그런 것처럼, 먼 미래가 아닌 바로 지금 이 순간 네 손에 잡히는 행복 말이야.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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