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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케이팝 유명세, 최선과 최악 사이

등록 2012-02-17 20:32

유튜브의 인기 영상물 시리즈인 ‘꼬마들 반응’(Kids React)의 한 장면.
유튜브의 인기 영상물 시리즈인 ‘꼬마들 반응’(Kids React)의 한 장면.
[TV +] 김성윤의 덕후감
케이팝 열풍이 대단하긴 한가 보다. 드디어 브레이크가 걸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국제적 브레이크다. 그동안 중국이나 일본에 혐한류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이번엔 전세계적이다. 논란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케이팝이 주목받고 있고 인기 있다는 방증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런 양상은 어딘가 낯익은 구석이 있다. 케이팝을 비판하거나 거리 두려는 목소리들의 근거는 사실 아이돌 음악산업에 대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케이팝이 음악 본연의 진정성보다는 산업적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 그러다 보니 음악 스타일 자체에 미적인 퇴행성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특이한 부분은 그런 쟁점들이 단지 ‘외국어로’ 돌고 있다는 점뿐이다.

그래서 요즘 유튜브에서 케이팝은 예전처럼 칭송하고 열광하고 따라하는 영상음악만은 아니게 됐다. 오히려 이 공간은 케이팝에 대한 비판과 옹호가 오가는 ‘각축장’에 가깝다. 케이팝의 산업적 성격과 음악적 퇴행성을 지적하는 영상물이 나오면, 케이팝 팬들은 격노하면서 그에 대한 반론 영상물들을 쏟아낸다. 엎치락뒤치락, 케이팝이라는 감자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아마도 첫 포문은 작년 여름 <비비시>(BBC)가 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 대중음악의 어두운 측면’(The dark side of South Korean pop music)이라는 보도가 있었고, 이 뉴스가 유튜브를 통해 공유되었다. 장황하겠으나 의미심장한 면도 있으니, 내용을 요약하면 대충 이렇다.

케이팝에는 노예계약 문제가 있다. 그런데도 기획사들은 초기 투자비용과 전체 인건비 문제 등을 이유로 지금의 관행을 고수한다. 탈출구는 오로지 콘서트와 광고촬영 그리고 ‘해외진출’뿐이다. 파이를 키우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음악 자체보다는 산업적 이해가 우선시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어쨌든 케이팝은 유명세를 탈 게 확실하다. 최선의 경우 음악 스타일로 명성을 쌓거나, 최악의 경우 문젯거리로 명성을 쌓거나.

그런 맥락에서, 음악 스타일에 대한 거부반응도 나타난다. 유튜브의 인기 영상물 시리즈 ‘꼬마들 반응’(Kids React)은 지난달 케이팝을 특집으로 해서 논란을 부추겼다. 어린이 패널들에게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투애니원(2NE1)의 뮤직비디오를 보여주고 반응을 인터뷰했던 것이다. 반응은 대략 이랬다. ‘이건 뭐…’, ‘알아들을 수가 없다’, ‘꼭두각시 같다’, ‘아시아판 레베카 블랙이다’, ‘레이디 가가 베낀 것 같다’, ‘이게 인기 있다고? 우리 세대는 대체 왜 이 모양이냐?!’

그렇다면 케이팝 팬들이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왜냐하면 케이팝에 대한 비판은 팬에 대한 비판으로 등치되기 때문이다. ‘케이팝이 후졌다고? 그럼 그걸 듣는 우리도 후졌단 얘기냐?!’ 그래서 팬들은 비비시에 대한 리액션, 꼬마들 리액션에 대한 리액션 같은 것들을 촬영해서 유튜브에 올린다. ‘산업적 이해가 문제라고? 그것 때문에 케이팝이 훌륭해졌다는 건 모르고 있군’, ‘케이팝을 못 알아듣겠다고? 이봐, 음악은 그 자체가 언어야’, ‘‘내가 제일 잘나가’가 레이디 가가 같다고? 너 레이디 가가가 뭔진 아니?’ 등등.

문화사회연구소연구원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연구원 김성윤
어쨌든 한류 신화의 사각지대에서 사람들은 케이팝에 대한 논란을 키워나가고 있다. 도대체 어느 쪽 의견이 옳은 걸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한 것 같다. 케이팝이 논란이 되는 동안, 한국 정부와 방송사는 별다른 고민 없이 케이팝을 통해 새로운 국제적 비전을 창출하는 데 혈안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말 후지게도 말이다.


문화사회연구소연구원 김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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