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방송·연예

오디션의 스타는 독설보다 칭찬

등록 2012-02-23 20:38

<케이팝스타>(에스비에스)
<케이팝스타>(에스비에스)
박상혁의 예능예찬
오디션은 태초부터 잔인하다. 수백만명의 꿈을 잡아먹어야 탄생할 수 있다. 끝없이 경쟁시키고 끝없이 탈락한다. 오직 한 사람만이 엄청난 돈을 가져간다. 그 잔인한 게임의 룰에 시청자는 매료된다. 우리는 그동안 오디션은 원래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에 그렇지 않은 오디션들이 대박이 나고 있다. 잔인한 오디션보다는 긍정과 격려가 넘치는 오디션이 점차 대세가 되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지금 화제는 단연 <케이팝스타>(에스비에스·위 사진)다. 사실 대형 아이돌 기획사 3곳에서 대표 혹은 간판스타(양현석, 박진영, 보아)가 한자리에 앉는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케이팝스타>의 정체성과 흥행성은 결정되었다. 가요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일반 출연자들에게 “네가 최고”라고 하는 순간 시청자는 진짜 숨은 보석을 찾은 짜릿함을 느낀다. ‘미래’의 케이팝스타를 ‘지금’ 미리 만난 것 같은 흥분이 있다. 이뿐이 아니다. 방송이 계속되자 케이팝스타는 또다른 오디션의 매력을 보여준다. 바로 긍정의 미학이다.

<케이팝스타>엔 날카로운 독설보다 칭찬과 환호가 가득하다. 가요계를 좌지우지하는 실력자들은 출연자들에게 팬이라고 고백한다. 울고 웃고 너무나 친근하다. 더 좋은 인재를 탐내고 환호할 줄 아는 심사위원을 보는 시청자는 즐겁다.

<보이스 코리아>(엠넷)
<보이스 코리아>(엠넷)
<보이스 코리아>(엠넷·아래)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목소리만 듣고 평가하는 심사위원들은 참가자들을 보지 않고 뒤돌아 있다가 직접 보고 싶어 안달이 날 때쯤 의자를 돌린다. 의자를 돌린 사람은 방청객들과 함께 무대를 즐기면 된다. 그다음은 자신을 선택해 달라고 출연자들에게 끝없이 구애한다.

사실 그동안 일부 오디션은 능력을 검증하자는 건지 극한의 상황에서 견디는지를 보는 건지 헷갈릴 만큼 출연자들을 다그쳤다. 잠잘 시간을 주지 않고 곡을 완성하라는 미션, 미션 곡을 무작위로 정하고 왜 못 부르느냐고 다그치는 모습을 보면 섬뜩한 마음마저 들었다. 숙소생활로 방송 분량을 메우더니 급기야 가수 지망생에게 연기력을 검증하는 희한한 미션도 있었다. 더 절박한 인생이 더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더 재밌는 방송을 위해서는 중요한 부분이지만 더 실력 있는 가수를 찾는다는 본질에서는 조금 벗어나 있었다.

현실에서는 남을 밟아야 위로 올라가고, 승자는 이익을 독식한다. 가진 자는 베풀지 않고, 오직 강자를 위한 룰만이 존재한다. 그러나 예능에서 꼭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싶은 것은 아니다. 남을 더 생각하는 가진 자, 겸손한 권력자, 함께할 줄 아는 1%. 현실에서는 없을지 몰라도 우리는 항상 보고 싶다. 너희는 왜 꿈이 없느냐, 왜 실력이 모자라느냐며 다그치는 현실 속 어른들보다는 칭찬하며 함께 위로하고 더 나은 길을 알려주는 멘토가 더 좋은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오디션이 홍수라고 했다. 이제는 지겹다고 했다. 그러나 함께 환호하는 심사위원, 더 좋은 무대를 위해 밤새 고민하는 제작진들은 또다른 오디션을 성공시키고 있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잔인한 긴장감보다 오직 훌륭한 무대에 더 박수를 보낼 여유도 생겼다. 그렇다면 혹시 지금보다 더 나은, 또다른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도 가능한 건 아닐까. 남보다 내가 먼저 생각해 내야 할 텐데 또 걱정이다.

박상혁 에스비에스 <강심장> 피디


<한겨레 인기기사>

경제? FTA? 4대강?…내세울 게 없는 MB ‘잠 못이루는 밤’
전여옥, ‘공익판정’ 박원순 아들에 “공익이라도 가라”
박원순 당선 뒤엔 노회찬 ‘대형 오타’ 사건이…
“4월5일 BBK 가짜 편지 윗선 공개하겠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 “체중고민 끝”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