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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다정한 친구 ‘1박2일’, 잘가요 또 만나요

등록 2012-02-24 19:45

[토요판] 이승한의 몰아보기
<다시 보는 1박2일> ‘당일치기 서울 특집’ (KBS, 2011년)
KBS조이, 2월25일(토) 오전 11시10분, 밤 11시
몇 달 전 일입니다. 밤샘 마감을 하다가 편의점에 들렀는데, 마침 <한국방송>(KBS) <라디오 천국> 마지막회가 나오고 있더라고요. 기겁해서 담배만 사고 후다닥 나왔어요. 혹시 유희열이 울기라도 하면 그걸 어찌 들을지 엄두가 안 나서 말이죠. 무슨 소리냐고요?

심야 라디오라는 게 묘한 구석이 있잖아요. 세상이 모두 잠든 밤, 디제이와 내가 함께 키득거리고 같은 음악을 듣는 경험은 참 각별하니까요. 그렇게 정을 붙인 디제이를 떠나보내야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이문세가 눈물 젖은 목소리로 안녕을 말하던 1996년 <문화방송>(MBC) <별이 빛나는 밤에> 이후, 저는 그 공포를 완전히 떨쳐 버린 적이 없어요.

그래서였을까요. 문자를 보고 심경이 복잡해졌습니다. “<해피선데이> ‘1박2일’(사진) 마지막 여행 보는 중인데, 미친 듯이 웃는 와중에도 눈물 날 거 같다.” 그 기분 알죠. ‘앞으론 지금껏 쌓아둔 추억을 뜯어먹으며 살아야 되겠지’라는 먹먹한 예감에 사로잡히는 기분 말입니다. 이문세를 떠나보내던 기억이 확 살아 돌아오더군요.

대체 어쩌다 심야 라디오도 아닌 예능 ‘1박2일’에 이렇게 애정을 두게 된 걸까요? 나영석 피디가 내 사연을 읽어준 것도 아니고, 이승기가 밤마다 잘 자라고 귓전에 속삭여 준 것도 아닌데. 기껏해야 다 큰 어른들이 밥 한 숟갈에 목숨을 걸고, 누가 입수할 것이냐를 건 배반의 레이스가 매주 비슷하게 반복되는 프로그램이잖아요.

이승한 티브이 비평가
이승한 티브이 비평가
바보 같은 질문이었네요. 바로 그런 프로라서 좋았던 건데요. 오래 알고 지낸 친구들이 그렇듯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정겨웠던 거니까요. 누가 어떤 실수를 할 거란 것도, 누구에게 요리를 맡기면 안 된다는 것도 뻔히 알지요. 그래서 별다른 이벤트나 초대손님 없이도, 한 상에 둘러앉아 같이 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는 프로라서 이별이 더 아픈 걸 알면서도 물어봤네요.

나영석 피디와 이승기, 은지원과의 이별을 앞두고 어떤 회차를 복습해야 좋을지 고민하다가 ‘당일치기 서울 특집’을 골라봤어요. MC몽은 떠나고 엄태웅은 아직 들어오지 않아 모든 게 불안하던 그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어떻게든 빈자리를 메워내던 미더운 모습을 다시 보려고요. 남아 있는 멤버들 또한 그렇게 빈자리를 메워낼 수 있으리라 믿고 싶은 거겠지요.

다시 1996년의 이야기입니다. 이문세의 뒤를 이은 건 이적이었어요. 물론 이적이 이문세를 완벽하게 대신할 수는 없었습니다. 대신 이적은 자기만의 매력을 지닌 별밤지기가 되었지요. 새로운 ‘1박2일’도 부디 그럴 수 있길 빌어요.

이승한 티브이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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