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가가
세계적 슈퍼스타 인기 유지 비결은
SNS 통한 격의없는 소통
SNS 통한 격의없는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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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오늘날의 레이디 가가를 만든 것일까? 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는 레이디 가가가 2011년 9천만달러 매출을 기록했다고 추산했다. 9천만달러는 다른 여가수들 평균 매출액의 최소 2배에 이르는 액수다. 데뷔 전 언더그라운드에서 본명 ‘스테파니 게르마노타’로 활동하던 레이디 가가가 이렇게 빅스타가 된 것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레이디 가가의 매니저 트로이 카터(39)를 만나봤다. 수많은 음악 관계자들이 ‘레이디 가가를 전세계 최고의 팝스타로 만든 이는 트로이 카터’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터는 시끄럽고 강렬한 색을 즐기며 어딜 가더라도 튀는 슈퍼스타 레이디 가가와는 정반대로, 어디서도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이다. 카터의 말에 의하면, 그는 단순히 슈퍼스타를 발견해낸 것에 불과하다. “누군가를 스타로 만들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슈퍼스타는 보는 순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스테파니 게르마노타는 5년 전 레코드 계약을 이제 막 체결한 빈스 헤르버트의 손에 이끌려서 트로이 카터의 사무실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미 뼛속 깊이 레이디 가가였다. 트로이 카터는 빈스 헤르버트와 친구 사이다. “레이디 가가는 큰 선글라스에 큰 신발을 신고 하의를 착용하지 않은 채 오로지 망사 스타킹만 신은 차림이었습니다. 레이디 가가는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트로이 카터와 레이디 가가가 ‘서로를 알아보던 순간’에 대해 카터가 들려주는 얘기를 듣노라면, 동물가죽 의상을 입고 무대에 등장했던 비정상적인 슈퍼스타를 저절로 잊게 될 정도다. “저와 레이디 가가는 모두 미국 동부 출신입니다. 레이디 가가는 동부 출신 특유의 지방색이 강하지요. 우리는 처음 만나자마자 말이 잘 통했습니다.”
모든 방송사가 고개를 저었던 노래
두 사람이 사적으로 같은 성향인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다. “저는 레이디 가가가 슈퍼스타가 될 것이라고 단번에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트로이 카터에게 레이디 가가를 슈퍼스타로 만든 대대적인 마케팅 전략은 없었다. 그는 레이디 가가의 음악을 대중에게 알릴 방법에만 골몰했다. 라디오 방송사들은 레이디 가가의 음악은 클럽에나 어울릴 법하다며 고래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때 마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가 밝아왔다. 처음에는 미국 하버드대학 친구들과 교류하는 장으로 시작한 페이스북은 모두에게 개방된 만남의 장이 되었고, 이후 단문 메시지 트위터가 가세했다. 여기에 유튜브 동영상이 나오면서 레이디 가가의 음악은 끊임없이 인터넷에서 돌아다녔다. 레이디 가가는 매니저의 권유로 SNS를 체계적으로 잘 활용한 음악계 최초의 여가수 중 하나였다. “과거 프레디 머큐리나 데이비드 보위는 일단 뉴욕에서 콘서트를 열어야만 대중에게 이름을 알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대중의 마우스 클릭 수백만 번으로 하룻밤 사이에 벼락스타가 될 수도 있다. 레이디 가가는 지금까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4700만 명에게 자신의 음악을 알렸다. 레이디 가가가 ‘작은 괴물’(Little Monsters)이라고 부르는 팬들은 SNS를 통해 레이디 가가의 일정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 레이디 가가는 최근 트위터에 자신의 순회공연 무대의 설치사진을 포스팅하며 다음의 글을 남겼다. “Just saw first photos of the stage being built. Just peed all the way down to my Chanel shoes!! *sorry Karl* ahhh!!!!!!”(설치된 무대 사진을 이제 막 봤다. 너무 좋아서 내 샤넬 신발에 오줌 쌀 뻔했어!! *미안 칼* 아하하!!!!!!)
다소 과장된 표현도 있지만, 슈퍼스타가 직접 쓴 글이라 분명히 대중과의 소통이라는 점에서는 통하는 방식이다. SNS에서는 기존 마케팅 방식으로 대중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 트로이 카터는 SNS에서는 진실되게 소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SNS를 통한 직접 소통이 갖는 경제적 가치는 측정하기 힘들다. “우리가 SNS를 통해 만나는 4700만 명이 앨범이나 콘서트 티켓을 사지는 않습니다. 절대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트로이 카터는 페이스북이 통합된 새로운 SNS를 통해 열성팬들과의 교류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최근 ‘백플레인’(Backplane)이라는 회사가 새로운 형태의 SNS를 통한 팬들과의 소통과 교류 후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구글의 에릭 슈미트 전 회장과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 숀 파커 등 VIP급 투자자가 참여하고 있으며, 레이디 가가는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음악산업이 타깃 그룹의 정보를 직접 얻는 길이 열리게 된 셈이다. 트로이 카터는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상업적으로 일하고 있는 구글과 페이스북에 맡기기보다는 직접 팬들의 정보를 모으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또한 “음악가, 스포츠선수 및 정치인들에게도 팬클럽에 대한 직접적 정보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트로이 카터와 레이디 가가 사이에는 95:5의 노동분업이 불문율로 존재한다. 트로이 카터가 사업적 사안의 95%에 대해 결정을 내리고, 레이디 가가는 창조적인 음악적 사안의 95%에 대해 결정한다. 카터는 음악적 결정으로 인해 사업적 결정이 위협받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레이디 가가의 음악적 분야에 부드럽게 개입한다. “새로운 무대를 설치하기 위한 배송에 비행기 5대가 필요하다고 하면, 비행기 3대로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 그런 경우입니다.”
새로운 형태의 SNS로 팬들과 소통 시도
<뉴욕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레이디 가가의 스타 파워와 트로이 카터의 공격적인 마케팅 덕택에 둘은 SNS의 실질적인 권력으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아내 레베카와 함께 일하는 트로이 카터의 회사 ‘아톰팩토리’는 레이디 가가 외에 틴에이저 가수 신예 그레이슨 챈스와 보이밴드 마인드리스 비헤이비어를 양성하고 있다. 또한 실리콘밸리 지사에서 정기적으로 유망한 인터넷 회사를 발굴해 100만~200만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음악 공유 사이트 ‘턴테이블에프엠’(turntable.fm)은 아톰팩토리가 가장 최근에 발굴한 회사다.
소셜 네트워크 개발업체 ‘징가’(Zynga)와 함께 아톰팩토리는 페이스북에 온라인 게임 <가가빌>(Gagaville)을 론칭했다. 트로이 카터는 <가가빌>이 기존 미디어에서와는 완전히 다른 타깃 그룹을 대상으로 한다고 설명한다. “우리는 온라인 게임을 통해 라디오방송에 출연하거나 잡지에 기사화될 때와는 완전히 다른 수백만 명에 이르는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레이디 가가는 인터넷 브라우저 구글 크롬의 홍보 동영상에 무료로 출연했다. 하지만 홍보 동영상은 레이디 가가와 그녀의 팬클럽 ‘작은 괴물’만을 소재로 한다. 그래서 레이디 가가가 무료로 홍보 동영상을 촬영했다는 것은 완전히 맞는 말은 아니다. 트로이 카터의 설명에 따르면, 미디어 예산 3천만달러로 제작된 구글 크롬 홍보 동영상은 당연히 레이디 가가의 홍보 동영상이기도 하다.
구글 크롬 홍보 동영상을 담당한 구글 소비자마케팅 부사장 게리 브리지스는 나중에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로이 카터와 레이디 가가는 팬들과의 소통과 관계에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고 말했다.
레이디 가가는 트로이 카터가 양성한 뮤지션들 중 단연 압도적으로 최고의 성공 모델이지만, 최초의 성공 모델은 아니다. 배우 겸 가수 윌 스미스의 팬이던 트로이 카터는 17살에 자신의 음악 인생을 시작했다. 카터의 당시 매니저는 동향 사람으로 지금도 친한 친구다. “매니저는 음악계가 돌아가는 상황을 잘 알려주었죠. 제가 운이 좋았습니다.”
트로이 카터는 범죄의 길로 빠지는 것이 다반사인 필라델피아의 한 지역에서 성장했다. “살해당하거나 감옥에 가는 친구도 많았습니다.” 그가 성장한 지역은 폭력과 마약뿐만 아니라 힙합의 영향도 강한 지역이었다. 카터는 래퍼가 되려 했다. 그의 꿈은 오래가지 않았다. “저보다 훨씬 능력 있는 래퍼들이 있다는 걸 곧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는 음악 분야에서 다른 꿈의 직업을 찾아냈다. 바로 음악 매니지먼트사의 최고경영자(CEO)였다.
래퍼를 꿈꾸다 래퍼 키우는 사람 돼
이후 트로이 카터는 전설적인 힙합 아티스트 노토리어스 B.I.G.를 비롯해 래퍼 넬리 등 유명한 래퍼들을 키웠다. “그들과는 친한 친구 사이입니다.” 레이디 가가는 때로 새벽 2시에 급한 문제로 그에게 연락한다. 그래서 자신이 키우는 가수들과 친구가 되는 것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트로이 카터와 레이디 가가 사이를 단지 우정이라고만 표현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내가 레이디 가가를 위한 결정을 내릴 때면, 그녀에게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고려합니다. 마치 내 아이들이 다닐 학교를 결정할 때와 같은 느낌이죠.”
당연히 그는 25살의 레이디 가가에게 일종의 부성애를 갖고 있다. 트로이 카터는 “음악 매니지먼트 CEO는 가수들의 삶을 가이드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그는 레이디 가가가 내면적으로 항상 균형을 잡을 수 있게 신경 쓴다. “레이디 가가만큼 엄청나게 일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그녀는 일에 쫓겨 삽니다. 우리는 레이디 가가의 열정의 불을 꺼뜨려서는 안 되지만, 동시에 그녀가 너무 소진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필요한 경우에 카터는 레이디 가가에게 휴대전화를 아예 꺼버리고 휴가를 떠나도록 지시한다. 때로는 레이디 가가와 트로이 카터, 그의 아내와 아이들 넷이 함께 해변가로 휴가를 떠나기도 한다. ‘어디로 휴가를 떠나느냐’는 질문에 카터는 답변을 망설이더니, 이내 적절한 답변을 떠올렸다. “그건 사적인 일인데요.”
글 / 안나 마론 Anna Marohn <디 차이트> 경제부 기자 ⓒ Die Zeit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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