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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방송작가들 “박봉 끊겨도…MBC, 이건 아니죠”

등록 2012-03-19 20:19

실업 위기에도 파업 지지
피디 몫까지 일 떠맡기도
“시사프로 막는 경우 많아”
“올바른 방송 만들기 동감”
“프리랜서 작가로서 파업을 지지한다는 이야기를 입 밖으로 내는 게 조심스럽습니다. 그렇지만 지난 4년간 제작 일선에서 일해온 나로서는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일로 50일째인 장기 파업 때문에 일손을 놓게 된 <문화방송>(MBC)의 한 시사 프로그램 작가가 털어놓은 파업 지지의 변이다.

일이 없으면 당장 내일 생활비 걱정을 해야 하는 게 방송사 무명 작가의 처지다. 파업으로 인한 프로그램 결방은 잠정적 실업을 의미한다. 생활상 처지로 보면 노조 파업을 적극 말려야 하지만, 이들은 정 반대 길을 갔다. 외압에 의한 왜곡과 파행이 없는, 정상적인 방송 제작 환경을 쟁취하겠다는 파업 노조원들의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문화방송과 <한국방송>(KBS), <에스비에스>(SBS), <교육방송>(EBS) 프로그램 작가들의 모임인 지상파 4사 구성작가협의회는 지난 12일 문화방송 파업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방송 4사에서 일하는 시사·교양 작가 300여명이 사별 구성작가협회에 가입해 있다.

이들은 성명에서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최일선에 서 있던 우리에게 지난 4년은 정치권력이 장악한 방송이 어떻게 변하는지, 그런 방송이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외면받는지를 확인한 뼈아픈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성명에 참여한 한 작가는 “시사 프로를 오래 해왔지만 최근 4년 동안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다”며 “꼭 해야 하는 아이템도 여러 이유를 들어 취재를 못하게 막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파업 지지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문화방송은 현재 <무한도전>, <웃고 또 웃고> 등 2개 예능 프로그램이 장기 결방중이다. <놀러와>, <우리 결혼했어요> 등 나머지 예능 프로그램은 부장급 이상 피디들이 대체 투입해 제작하고 있다. 프리랜서라는 이름의 비정규직 작가들 가운데 상당수는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됐고, 일을 하더라도 파업중인 피디 몫까지 감당해야 하는 고투를 겪고 있다.

현재 문화방송 시사·교양 작가 60여명 중 18명이 일이 없는 상태다. 이들은 결방으로 보수를 받지 못해 다른 일을 찾거나 관련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해결하는 중이다. 방송사 소속 피디와 달리 비정규직인 작가들은 프로그램이 촬영까지 마쳤어도 방영되지 않으면 보수를 받지 못한다. 문화방송의 한 교양 작가는 “시사·교양 프로 작가들은 파업이 아니라도 박봉이어서 3분의 2가량이 생활의 어려움을 겪는다”며 “파업으로 실업자가 된 작가들은 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예능 작가도 다르지 않다. 담당 프로그램이 결방중인 문화방송의 한 예능 작가는 “지방 출신이라 서울에서 혼자 사는데 월세를 부모님께 손을 벌려 해결했다”며 “현재 다른 예능 프로그램 일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경력이 쌓여 회당 수백만원을 받는 작가도 있지만 다른 방송 직업에 견줘 박봉”이라며 “회당으로 받거나 한달로 받는 등 방법은 다르지만 신입작가인 나의 경우 초봉이 한달 80만~12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피디 대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작가는 또다른 어려움에 맞닥뜨린다.

문화방송의 한 예능 작가는 “돈 걱정은 없겠지만, 담당 피디 대신 투입된 부장급 피디가 여러 프로그램을 함께 담당하기 때문에 이전보다 더 많이 일을 해야 해 힘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파업중인 피디들은 파업이 끝난 뒤 밀린 월급을 받을 가능성도 있지만, 작가 등 비정규직들은 파업으로 일을 못한 데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해 안타깝다”고도 털어놨다. 그럼에도 그는 파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방송 작가는 5대 보험 혜택도 받지 못한 채 박봉에 1주일에 2~3일은 밤을 새우는 등 노동 강도도 셉니다. 그래도 좋은 방송에 참여한다는 자부심으로 버텨왔기에 올바른 프로그램을 만들려는 파업 취지에 동감합니다.”

50일간 사쪽과 맞서온 노조에도 구성작가들의 어려운 처지는 고민스런 대목이다. 정영하 <문화방송> 노조위원장은 이렇게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작가 등 프리랜서 스태프들은 선량한 피해자입니다. 평소에도 방송을 위해 열악한 조건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분들이 정규직 파업 때문에 고충을 겪는 거라 미안합니다. 그러나 더 좋은 방송을 만들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인 만큼 조금만 참아줬으면 좋겠습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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