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KBS)의 <개그콘서트>(개콘), 여진구(왕세자 이훤)
박상혁의 예능예찬
드라마 연기자들, 방송사 넘나들며 출연
드라마 연기자들, 방송사 넘나들며 출연
이게 다 <해를 품은 달>(해품달·문화방송) 때문이다. 드라마가 시청률 40%를 넘기면서 온 국민의 마음까지 다 품고 말았다. 그러니 <문화방송>(MBC)뿐 아니라 불쑥불쑥 다른 방송사에서도 해품달이 튀어나온다. 여진구(왕세자 이훤·왼쪽 사진)는 <한국방송>(KBS)의 <개그콘서트>(개콘)에, 이민호(어린 양명·오른쪽)·임시완(어린 허염)은 <에스비에스>(SBS)의 <강심장>에, 전미선(무녀 장씨)은 한국방송 <승승장구>에 출연했다. 급기야 에스비에스의 <개그투나잇>에는 ‘햄을 품은 달’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타 방송사 프로그램 자료를 쓰는 제작진도 왠지 찜찜한 마음이 앞선다.
수많은 채널이 있고 연예인들이 여러 방송사에 동시에 출연하는 지금, 방송사 간에 경계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눈치가 보이기 마련이다. 마치 삼성전자에 근무하면서 아이패드를 들고 다니는 것처럼. 그래서 다른 방송사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일은 개콘의 ‘용감한 녀석들’처럼 여전히 “걱정 대신 열정으로, 포기 대신 죽기 살기로~” 덤벼야 하는 일이다.
물론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이런 긴장감 자체가 오히려 좋은 웃음의 소재가 된다. 어차피 웃음이란 금기를 깨고 엄숙을 혐오하고 경계를 허무는 것이니 말이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을 연출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는 개콘과 웃찾사가 함께 시청률 15%를 넘고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개그맨들은 서로 상대 방송사의 꼭지를 패러디하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이번주에 이쪽에서 하면 곧바로 다음주에 저쪽에서 이어받았다.
당시 웃찾사에는 “뉴스가 뉴스다워야 뉴스지~”(지금 생각하니 매우 시사적인 외침이다)를 외치던 ‘형님뉴스’라는 꼭지가 대박이었다. 특히 개그맨 김재우가 맡아서 하는 바보스러운 기자, 길룡이가 큰 인기를 끌었다. 마침 개콘 ‘봉숭아 학당’에는 개그우먼 강유미의 ‘강유미 기자’가 독특한 캐릭터로 사랑받고 있었다. 어느 날, 개그맨들이 두 기자가 타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에스비에스 ‘형님 뉴스’에서 기자를 부르면 케이비에스의 강유미 기자가 등장하고, 케이비에스의 ‘봉숭아 학당’에서는 에스비에스의 길룡이가 나오는 식이다. 당시 웃찾사의 방송시간은 일요일 저녁 6시30분이었으니 교차출연을 하면 웃찾사가 끝나고 한 시간 뒤 바로 개콘에서도 같은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었다. 재밌을 것 같았다. 일단 케이비에스 쪽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왜 굳이 다른 방송사를 홍보해주느냐’는 두 회사의 윗분들을 설득하는 사이에 시간이 흘렀고 그사이 두 프로그램 모두 개편 때 제작진이 교체되면서 사상 초유의 ‘코미디 캐릭터 교차출연 프로젝트’는 무산되고 말았다.
문제는 결국 자신감이다. 자신의 콘텐츠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자신감만 있다면 경계를 넘는 일은 자신만의 콘텐츠로 새롭게 만드는 것이 된다. 그래서 개콘은 <케이팝스타>를 패러디해서 ‘케이잡스타’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1등이다. <무한도전>이 에스비에스의 <짝>을 패러디했지만 동시간대 <황금어장>도 여전히 잘나간다. 자사 프로그램의 홍보도, 타사 프로그램의 활용도 결국은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자신의 것으로 잘 만드냐의 문제일 것이다. 그러니 김수현씨, 강심장에도 꼭 한번 나와주시길.
에스비에스 <강심장>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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