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수현
‘해품달’ 임금 훤 역할 김수현
삼국지 다룬 일본만화 보며
영민한 조조 캐릭터서 힌트
“대신과 기싸움 연기땐 좌절
사극 덕에 누나님팬 늘었죠”
삼국지 다룬 일본만화 보며
영민한 조조 캐릭터서 힌트
“대신과 기싸움 연기땐 좌절
사극 덕에 누나님팬 늘었죠”
24번째 인터뷰란다. 15일 끝난 <문화방송> 드라마 <해를 품은 달>(해품달)에서 왕 훤을 연기한 김수현은 피곤해 보였다. 22일 <한겨레> 사옥에서 만난 그는 “지난 4일 동안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언론사를 돌며 인터뷰를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하루에만 9곳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가장 힘들어요.”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도 힘들 것이다. ‘파업’이라도 하라고 했더니 만난 지 20여분 만에 처음 빙그레 웃었다.
요사이 김수현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지난해 예술고등학교가 배경인 드라마 <드림하이>(한국방송2)에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며 사투리까지 쓰는 학생 송삼동을 잘 소화해 가능성을 보여준 지 1년 만에 해품달로 여심을 흔드는 스타가 됐다. 그는 “촬영 현장에 팬들이 응원 오는 횟수가 전보다 많아졌다. 아기를 안고 오는 어머니에 누나 팬도 늘었다”고 말했다. “사극이라 시청층이 다양해 ‘누나님’들이 많이 좋아해 준 것 같아요.”
김수현이 연기한 훤은, 세자빈이 될 뻔한 연우(한가인)가 어릴 때 죽은 줄 알았는데도 8년 동안 잊지 못한 지고지순한 남자다. 살아 돌아온 연우를 다시 중전 자리에 앉히려고 자신의 침소 옆방에 숨겨놓고 작전을 짜는 영리한 남자다. “한 나라의 임금이 나처럼 잘생기기 쉬운 줄 아느냐”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귀여운 남자이기도 하다. 이런 ‘매력남’을 김수현은 제 옷 입은 듯 소화했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연기를 아쉬워하는 건 정작 김수현 자신이다. 그는 “해품달을 하는 내내 편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처음 도전하는 사극이었고 처음 맡은 주연이었어요. 훤은 가상의 왕이라 참고할 만한 것도 없어 막막했어요. 혼자 연습하면서 대사 첫마디를 내뱉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스스로에게 실망할까봐 대사를 내뱉기가 겁났어요.”
의외로 삼국지를 다룬 일본 만화 <창천항로>를 보며 공부했다고 한다. “조조를 주인공으로 각색한 만화인데 조조의 매력이 훤의 매력과 겹치는 부분이 많았어요. 똑똑하고 영리하고 날카롭고, 그리고 심리전에 능한 것.”
훤의 아역인 여진구의 연기와 사극 <뿌리 깊은 나무>(에스비에스)도 유심히 봤다고 한다. 그는 “훤이 대신들과 기 싸움 하는 장면 등에서 아직은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좌절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해품달을 통해 많은 숙제를 얻었고, 앞으로 그 숙제를 잘 풀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상선내관(정은표)에게 화가 난 장면에서 “돌아서 있으라”고 애드리브(즉흥대사)를 치는 등 여유도 부렸다. 이 대사는 해품달의 명대사가 됐다.
고등학교 때 연극무대에서 박수를 받았던 순간의 짜릿함을 잊을 수 없어 2007년 배우로 데뷔한 그는 이제 자신이 스타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해품달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게 된 것 같아서. 더 열심히 해서 사람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매력적인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하듯 알려지는 것은 겁이 난다고 한다. “<드림하이> 때 친구와 햄버거를 먹는데 그게 트위터에 생중계됐어요. 아우 이게 말이 돼요?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감수해야지만 두려워요.”
송삼동보다는 진지했던 훤의 역할 때문일까. <드림하이>가 끝나고 만났을 때의 쾌활했던 김수현과 달리 진중해지고 말이 없어졌다. 그는 “감정 기복이 심하다. 발랄할 때도 있고 며칠씩 밖에 안 나갈 때도 있다”고 했지만, “훤처럼 사랑 앞엔 정열적이다”라며 웃었다. “제가 그 당시 훤이었다면 중전을 열심히 사랑했을 겁니다. 연우도 사랑하고, 궁녀들도 다 사랑하고.”
이렇게 농을 쳤지만, 그는 여전히 수줍음을 탔다. 한가인이 “(김수현은) 살이 찐다고 해도 먹고 싶은 달콤한 유혹의 초콜릿 같은 남자”라는 말을 했다고 기자가 전하며 받은 대로 돌려주자고 했더니, 이 24살 청년은 계속 쑥스러워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글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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