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개막한 ‘제4회 오키나와영화제’ 행사의 하나로 25일 열린 ‘아시아개그페스티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 정명훈, 김준호, 김영민(왼쪽부터)이 의 ‘감사합니다’를 패러디한 개그 ‘아리가토고자이마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날 경연은 타이, 말레이시아, 일본에서 총 8개 팀이 참가했다. 요시모토 흥업 제공
오키나와 영화제 행사 일환인 아시아개그페스티발
“아리가토 고자~이마스” “아리가토 고자~이마스.”
25일 오후 5시께. 일본 오키나와 컨벤션센터 옆 비치스테이지에 마련된 무대에서 <개그콘서트>(한국방송2)의 인기 꼭지 ‘감사합니다’와 비슷한 리듬이 울려펴졌다. 한국 개그를 일본이 베낀걸까? 무대에는 김준호, 정명훈, 김영민이 한복을 입고 서 있었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감사합니다’ 개그를 일본어로 바꿨습니다. 여러분 아리가토 고자~이마스.”(김영민) 관객 1만여명이 환호했다.
이들이 선 무대는 말레이시아, 타이, 일본, 한국 4개국 총 8팀이 참가한 ‘아시아개그페스티벌’. 24일부터 31일까지 진행하는 ‘제4회 오키나와영화제’ 행사의 일환으로 올해 처음 열렸다. 8팀이 차례로 나와 자신의 개그를 선보이고, 이를 <개그콘서트>의 서수민 피디가 단독 심사위원으로 심사하지만 1등은 뽑지 않는 친선 경기다.
타이에서는 윌리 앤 호이(팀), 말레이시아에서는 나메위, 일본에서는 카우카우(팀), 팡샤(팀), 쿠마다, 무기카츠야아, 후지와라(팀)가 출전했다. 한국에서는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에스비에스)에 캐스팅되어 갑자기 빠진 김대희를 대신해 정명훈, 김영민이 김준호와 함께 했다. 일본어를 잘하는 김영민을 주축으로 한달간 준비했다고 한다. “연습할 때 일본인 앞에서 해보고 반응에 따라 수정을 거듭했어요.”(김준호) 공연 두세 시간 전에도 대사가 적힌 쪽지를 들고 다녔던 정명훈은 “대사 외우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김영민은 “관객이 우리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라 의외로 긴장되지 않는다”고 웃었다.
8팀이 선보인 개그는 체조가 소재인 율동개그(카우카우)부터 상의에 팬티만 입고 나와 머리에 뚫어뻥을 붙이는 등 슬랩스틱 개그까지 다채로웠다. 아들과 함께 왔다는 미키 사토는 “4개국의 개그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롭다”고 말했다.
양팔을 하늘로 뻗고 좌우로 흔드는 동작과 함께 재미를 줬던 ‘아리가토고자이마스’는 전 출연자들이 마지막에 함께 따라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한국의 판소리를 소재로 한 개그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도 일본어로 공연했다.
4개국 개그맨들이 1시간30분가량 펼친 개그는 다른 듯 닮았다. 특히 한일 개그의 공통점이 많았다. 남자 고등학생 3명이 금메달을 갖고 말장난을 하는 팡샤의 개그는 <개그콘서트>의 옛 코너 ‘장난하냐’ 등을 연상케 했다. 잘 못하는 노래를 열창하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무기카츠야아의 노래 개그도 익숙하다. 두 사람이 대화하는 만담으로 대표되는 일본 개그의 다양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영민은 “일본은 했던 개그를 계속하지만 우리는 같은 꼭지라도 내용은 새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첫 순서로 출연한 카우카우의 개그는 지난해 <한국방송2>에서 방영한 <한일 코미디리그>에서 이미 했던 것이다. ‘오른 발 내밀고 왼발 내밀면~ 걷게 되지!” 같은 노랫 소리에 맞춰 행동하는 허무개그다.
놀라운 것은 관객들의 반응이었다. 김준호의 한복 바지가 패러글라이딩을 할 정도로 바람이 분 이날 자리를 뜨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친구와 함께 보러왔다는 중학생 사쿠라이 아미는 “개그맨들이 한 자리에 서는 공연을 볼 기회가 잘 없으니 추워도 즐겁다”고 말했다. 한국 개그맨들에 대해서는 “생소하다는 느낌이 없어 편하게 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 손을 흔드는 동작이 너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김준호는 “야외는 집중이 안 되어 개그하기가 힘든데 관객들이 귀기울여 봐주는 게 부러웠다”고 말했다.
아시아개그페스티벌의 사회를 본 일본 개그팀 페널티의 히데는 “한국 개그맨이 일본어로 오키나와 사람들을 웃겼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하다”며 “오늘 공연 중 ‘아리가토 고~자이마스’ 부분이 가장 웃겼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아시아개그페스티벌’은 개그 교류의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이런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카우카우의 야마다는 “또 한국에서 공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의 경험은 공부도 됐다.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서수민 피디는 “아시아 코미디의 중심은 우리라는 가능성을 확인한 자리”였다 “우리도 개그맨 중심의 코미디페스티벌을 열면 충분히 승산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호는 “코미디 페스티벌은 실은 오래 전부터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출연한 일본 팀 후지와라는 서수민 피디가 만점인 5점을 주자 “<개그콘서트>에 출연시켜달라”고 떼를 썼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사진 요시모토 흥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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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에서 온 윌이 앤 호이. 요시모토 흥업 제공
김준호,정명훈,김영민 한국팀과 타이, 말레이시아, 일본의 카우카우는 서수민 피디와 함께 무대에서 심사를 봤다(사진 뒤편). 일본 개그맨들은 서 피디에게 ‘개그콘서트’에 출연시켜달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요시모토 흥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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