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키나와영화제의 딸림 행사로 열린 ‘아시아개그페스티벌’에서 한국 대표로 나온 정명훈, 김준호, 김영민(왼쪽부터)이 <개그콘서트>의 ‘감사합니다’를 패러디한 개그 무대 ‘아리가토 고자이마스’를 선보이고 있다.(위) 공연을 끝낸 한국, 타이, 말레이시아, 일본 개그맨들이 심사위원인 <개그콘서트> 서수민 피디와 함께 다른 참가자들의 개그 무대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일본 개그맨들은 서 피디에게 <개콘>에 출연시켜달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왼쪽) 타이에서 온 윌이 앤 호이 팀의 개그 공연 모습.(오른쪽) 요시모토흥업 제공
관객 1만여명 폭소속 환호
한국팀 “일어 외기 힘들어”
‘코미디 한류’ 가능성 확인 “아리가토 고자이마스! 아리가토 고자이마스!” 25일 오후 5시께, 일본 오키나와 컨벤션센터 옆 비치스테이지 무대에서는 <개그콘서트>(한국방송2)의 인기 꼭지 ‘감사합니다’와 똑같은 리듬이 울려펴졌다. 한국 개그를 일본에서 베낀 건가? 자세히 보니 무대에는 한국의 개그맨 김준호, 정명훈, 김영민이 한복을 입고 서 있었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감사합니다’ 개그를 일본어로 바꿨습니다. 여러분, 아리가토 고자이마스!”(김영민) 이들의 연기에 일본 관객 1만여명이 환호했다.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타이에서 모두 8팀이 참가한 ‘아시아개그페스티벌’ 무대다. 지난 24일 개막해 오는 31일까지 진행되는 코미디 영화제인 ‘4회 오키나와영화제’에 포함돼, 올해 처음 시작된 행사다. 8팀이 차례로 자신들의 개그를 선보이고, <개그콘서트>의 서수민 피디가 단독 심사위원으로 참석해 점수를 주지만, 순위를 따로 매기지는 않았다. 한국의 정명훈·김영민·김준호 팀을 비롯해 타이의 ‘윌리 앤 호이’ 팀, 말레이시아의 ‘나메위’ 팀이 나왔고, 일본에서는 ‘카우카우’, ‘팡샤’, ‘쿠마다’, ‘무기카쓰야아’, ‘후지와라’ 등 5팀이 출전했다. 한국은 에스비에스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에 캐스팅되는 바람에 갑자기 빠진 김대희를 대신해 정명훈·김영민이 애초부터 참가가 예정됐던 김준호와 함께 한팀으로 참여했다. 일본어를 잘하는 김영민을 주축으로 한달간 준비했다고 한다. “연습할 때 일본인 앞에서 해보고 반응에 따라 수정을 거듭했어요.”(김준호) 공연 두세시간 전에도 대사가 적힌 쪽지를 들고 다녔던 정명훈은 “일본어로 대사 외우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김영민은 “관객이 우리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라 생각만큼 긴장되지 않는다”며 웃었다. 4개국 8개팀이 1시간30분 남짓 선보인 개그는 다채로웠다. 일본은 카우카우 팀의 체조를 소재로 한 율동개그부터 쿠마다 팀의 팬티만 입고 나와 머리에 ‘뚫어뻥’을 붙이는 무대까지 일종의 슬랩스틱 개그였다. 말레이시아 팀은 노래 개그를, 타이팀은 무에타이를 소재로 한 개그를 선보였다. 아들과 함께 왔다는 40대 초반의 주부 관객 미키 사토는 “4개국의 개그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신선하다”고 했다. 한국팀은 ‘아리가토 고자이마스’와 함께 한국의 판소리를 소재로 한 개그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도 일본어로 공연했다. 양팔을 하늘로 뻗고 좌우로 흔드는 동작 등으로 재미를 줬던 ‘아리가토 고자이마스’는 모든 출연자들이 마지막에 함께 따라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4개국 팀이 펼친 개그들 중에서도 한국과 일본 개그는 공통점이 꽤 있었다. 남자 고등학생 3명이 금메달을 갖고 말장난을 하는 일본 팡샤 팀의 개그는 유세윤 등 3명이 <개그콘서트>에서 했던 ‘장난하냐’ 꼭지를 연상케 했다. 잘 부르지 못하는 노래를 열창하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무기카쓰야아의 노래 개그도 한국에서 익숙한 형식이었다. 일본 개그가 두 사람이 대화하는 만담 형식만 아니라 다채로운 형태로 공연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첫 순서로 출연한 카우카우는 지난해 <한국방송> 2채널에서 방영한 <한일 코미디리그>에서 했던 개그를 공연했다. “오른발 내밀고 왼발 내밀면~ 걷게 되지!” 같은 노랫소리에 맞춰 행동하는 일종의 허무개그라고 할 수 있다. 공연장은 거센 바람이 불고 추웠지만 자리를 뜨는 관객은 거의 없었다. 친구와 함께 온 중학생 관객 사쿠라이 아미의 말처럼 “여러 나라 개그맨들이 한자리에 서는 공연을 볼 기회가 없”었던 탓인지 “추워도 즐거운 공연”이라는 반응들이었다. 사쿠라이는 한국 개그맨들에 대해서는 “생소하다는 느낌이 없어 편하게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손을 흔드는 동작이 정말 재미있었다”고 칭찬했다. 김준호도 “야외 공연은 집중이 되지 않아 개그하기가 힘든데 관객들이 귀기울여 봐 주는 게 좋았다”고 밝혔다. 아시아개그페스티벌의 사회를 본 일본 개그팀 페널티의 구성원 히데는 “한국 개그맨이 일본어로 오키나와 사람들을 웃겼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하다”고 한국팀을 추어올렸다. “오늘 공연 중 ‘아리가토 고자이마스’ 부분이 가장 웃겼습니다.”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서수민 피디는 “한국이 아시아 코미디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자리였다”며 “우리도 국내에서 개그맨 중심의 코미디페스티벌을 열면 충분히 관객들이 모일 것”이라고 짚었다. 이날 출연한 일본 팀 후지와라는 서수민 피디가 만점인 5점을 주자 “개콘에 출연시켜달라”고 떼를 쓰듯 장난을 치기도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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