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방송·연예

디지털 시대 적시는 아날로그 사랑

등록 2012-04-02 20:41

드라마 <사랑비>(한국방송2, 월·화 밤 9시55분)
드라마 <사랑비>(한국방송2, 월·화 밤 9시55분)
KBS2 월화드라마 ‘사랑비’
‘겨울연가’ 윤석호 피디 연출
70년대 묘사·영상미 볼거리
“청춘과 중년, 40년전과 오늘
다양한 사랑 한그릇에 담아”
<느낌>(1994) <겨울연가>(2002) 등의 드라마에서 순수한 사랑을 이야기해온 윤석호(작은 사진) 피디가 <봄의 왈츠>(2006) 이후 6년 만에 선보인 드라마 <사랑비>(한국방송2, 월·화 밤 9시55분·큰 사진)에서 또 한번 사랑의 설렘을 톡 건드린다.

지난 26일 시작한 <사랑비>는 1970년대 대학생 때 만난 김윤희(소녀시대 윤아)와 서인하(장근석)가 서로의 마음을 알고도 표현을 못해 어긋난 뒤, 2012년 중년이 되어 다시 만나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인하는 가장 친한 친구였던 이동욱(김시후)이 윤희를 좋아하는 걸 알고 선뜻 다가가지 못한 것이다. 중년이 된 인하는 정진영, 중년이 된 윤희는 이미숙이 연기한다. 장근석은 인하의 아들 서준으로, 윤아는 윤희의 딸 정하나로 각기 1인 2역을 맡아 젊은이의 발랄한 사랑도 보여준다.

윤 피디는 1일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중년의 사랑과 요즘 젊은이의 사랑, 1970년대의 수줍은 사랑까지 다양한 사랑을 정리한 작품”이라며 “사랑의 여러 모습을 한 그릇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서적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순수한 드라마를 좋아한다”는 윤 피디는 “중년의 사랑이 불륜처럼 막장이 아닌, 여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20부작인 이 드라마의 4회까지는 1970년대가 배경이고 5회부터는 ‘2012년 오늘’로 돌아온다.

1·2회 시청률은 5%(에이지비닐슨 집계)대. 윤 피디는 “70년대 사랑을 그리다 보니 그 과정이 느려 시청자들이 답답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 피디의 말처럼 1, 2회는 이야기 전개가 느려 손발이 오그라드는 구석이 있다. 예컨대 인하와 윤희가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다 책 사이로 눈을 마주치거나, 기타를 구입하러 간 가게에서 인하가 코드를 잡고 윤희가 기타 줄을 튕기며 ‘원 서머 나이트’를 부르는 장면 등이 그런 예들이다.

그러나 사랑의 감정에 대한 이런 아날로그적 접근에 시청자들은 되레 위로를 받는 듯하다. 시청자 윤설아(35)씨는 “퇴근하고 누워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잔잔한 드라마에 마음이 정화되는 듯하다”고 했다. 시청자 조성현씨는 프로그램 게시판에 “지금의 젊은이들이 보면 답답하겠지만, 사랑이라고 느껴도 고백하지 못하고 서로 맘 저리게 눈빛만 주고받던 시절이 있었다”고 적었다.

1970년대 한국의 풍광을 ‘깨알같이’ 담는 아름다운 영상도 볼거리다. 버스정류장이나 디제이가 나오는 음악다방, 성냥 쌓기, 포크 댄스, 해지기 전 ‘국기에 대한 맹세’가 울려 퍼지는 교정의 모습 등은 20~30대 젊은층엔 신선하거나 신기하게 비치기도 한다.

윤석호 피디
윤석호 피디
‘윤석호 표’ 영상에 70년대를 추억하게 하는 노래들이 맞물린다. 인하와 윤희가 만나던 장면에서 이장희의 노래 ‘그애와 나랑은’이, 인하·윤희의 친구 백혜정(손은서)과 김창모(서인국)가 음악다방에서 만날 때는 김세환의 ‘길가에 앉아서’가 흐른다.

윤 피디는 “전작들도 그랬지만 <사랑비>도 영상미에 특히 신경 썼다”고 했다. 사랑비엔 인물 클로즈업보다 배경을 함께 잡는 ‘풀샷’이 많이 나온다. 남녀가 화면 양쪽에 서 있는 모습을 배경이 다 드러나도록 담아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식이다. 윤 피디는 “화가가 그림을 그리듯, 카메라로 그림을 그리려고 한다”며 “1·2회는 어떤 장면에서는 초록색을 더 진하게 하는 등 색보정 작업만 두달간 했다”고 말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차우진씨는 “<사랑비>는 <써니>, <건축학개론> 등 요즘 대중문화에서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이 많아지는 흐름을 탄 것 같다”며 “<사랑비>의 70년대를 직접 겪은 사람들은 향수를 느끼고, 겪지 않은 사람들은 호기심을 갖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랑비>는 한류의 시작점이었던 <겨울연가>를 만든 윤석호 피디와 <겨울연가>의 오수연 작가가 다시 호흡을 맞춘데다, 배용준을 잇는 차세대 한류주자가 된 장근석과 케이팝의 한류를 이끈 소녀시대 윤아가 손을 맞잡은 드라마다. 드라마 시작부터 한류를 겨냥한 프로젝트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피디는 “국내에서 사랑받는 것이 첫번째”라며 “한류의 초반을 만든 사람으로서 한류로 인정받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