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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피디와 정치인은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등록 2012-04-05 20:17

박상혁의 예능예찬
한 예능피디에게 유치원생 아들이 있었다. 어느 날, 유치원 숙제가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아들에게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설명했다. ‘아버지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출연자를 캐스팅하고 카메라로 찍는데 …’ 이렇게 한참을 설명하는데 아들이 짜증을 내며 물었단다. “그래서 아빠가 티브이에 나온다는 거야, 안 나온다는 거야?”

웃다가 가만 생각해 보니, 사실 피디가 무슨 일을 하는지 딱 집어 말하기 난감하다. 프로그램의 구성은 작가들이 하고 애드리브는 출연자들이 날린다. 편집도 조연출이 훨씬 많이 한다. 카메라감독도 있고 조명감독도 있고 음향감독도 있고 기술감독도 있다. 그들에게는 다 감독할 내용이 정해져 있는데 정작 피디는 뭘 감독하는지 애매하다. 아이디어가 넘치고 유머감각과 카리스마를 가졌을 것 같지만 대개는 평범하고 심지어 지루한 사람들도 많다.

그럼 대체 피디란 뭐 하는 사람일까? 피디란 프로그램을 위해 여러 사람을 선택하는 일을 한다. 엠시를 결정하고 출연자를 결정한다. 작가들과 제작진을 선택한다.

일단 선택을 하고 나면 자신이 선택한 사람들이 잘할 거라고 믿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진심으로 믿으면 그 사람의 매력이 보인다. 연예인도 스태프도 처음부터 특정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서 의욕을 불태우는 경우는 거의 없다. 피디가 선택한 사람이니 결국 선택한 사람의 책임이다.

다른 사람들은 출연자나 스태프들이 잘할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도 피디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칭찬을 하든 질책을 하든 본인이 아이디어를 더 내든 각자의 스타일에 맞는 방법들이 동원된다. 결국 성공한 피디란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도와준 사람이다.

<강심장>의 엠시가 바뀐다. 신동엽과 이동욱이다. 최고의 엠시와 최고의 배우다. 두 사람 모두 엠시 제안을 받기 전까지 본인이 강심장 엠시를 한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삼고초려가 있었고 애걸복걸이 있었다. 신동엽씨는 15년 전, 내가 처음 만났던 엠시였고 이후에는 내 결혼식의 사회를 맡아 준 사람이다. 이동욱씨는 강심장의 중요한 축인 붐과 함께 국군 홍보지원단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다. 섭외를 위해 시시콜콜 작은 인연들까지 활용하는 것은 구차하지만 절실한 일이었다. 그러니 혹시 잘못되면 다 내 책임이다.

선거철이다. 그러나 정치판에는 자신의 사람들이 잘못을 저질러도 정작 자기는 절대 책임이 없다는 모르쇠들이 즐비하다. 적반하장과 안하무인도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에 대한 믿음이 없고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들은 피디로서나 정치인으로서 모두 부적격자들이다.

국회의원 투표일은 4월11일이고 새로운 강심장의 첫 방송은 그 전날 밤인 4월10일이다. 선거일은 법정휴일이니 그동안 방송시간이 늦어서 못 보신 분들도 이날만큼은 마음 편히 시청하고 다음날 투표까지 해주신다면 두 번 감사할 따름이다. 꾸벅.

에스비에스 <강심장>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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