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관계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연애할 때는 더욱 중요하다. 방송도 결국은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일이니 적당한 ‘밀당’(밀고 당기기)은 필수다. 예능프로그램을 만들 때도 출연자, 제작진, 시청자들은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그럼 어느 정도의 거리가 적당할까?
우선 출연자와 시청자의 ‘거리’다. 이 거리는 조금씩 천천히 좁혀 나가야 한다. 흔히 처음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의욕이 넘치는 출연자들은 시청자와의 거리를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웃기려고 덤벼든다. 그러나 시청자는 특정인을 보고 웃을 준비를 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일단 친근해져야 그 사람의 매력이 보이기 마련이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의 경우에 사소한 일화에도 큰 웃음이 터지는 것도 그래서이다.
최근에 <강심장> <고쇼>(사진·이상 <에스비에스>) 등은 새로운 진행자를 맞았다. 강심장은 배우 이동욱, 고쇼는 배우 고현정 등이 진행한다. 배우 출신의 새 진행자들을 더 웃긴 사람으로 보여주고 싶은 제작진의 욕심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새 진행자들이 시청자와 더 가까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웃음은 항상 그다음이다.
사실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이경규 같은 ‘국민 진행자’들은 본인들이 엄청난 웃음을 보여 주는 사람이 아니다. 이들은 다른 새로운 출연자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어 주는 데 천부적인 능력이 있다. 그래서 오랜 시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출연자와 제작진 사이의 ‘거리’는 어떨까. 물론 가까울수록 좋다. 그러나 모든 프로그램이 가까울 수는 없다. 고정 출연자와 함께 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는 출연자와 제작진은 이미 가족 같다. 그래서 격의 없는 반말이나 항변, 제작진과의 대결 등이 재미를 만들어낸다. ‘바보’, ‘악마’처럼 출연자들을 흉보는 자막이 등장한다. 그러나 초대 손님 중심의 토크쇼에서는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손님에게는 예의를 지켜야 하고 예능의 세계에 낯선 사람들을 위해 일정 정도의 띄우기도 필요하다. 강심장에서 ‘바보야, 대체 왜 그러니’라는 자막을 초대 손님에게는 쓰기 어렵지만 고정 출연자인 붐에게는 쓸 수 있다. 붐이 훨씬 제작진과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방송 중에 이해가 안 되는 설정이나 자막을 발견했다면 아마도 그것은 제작진이 출연자와의 적당한 거리 조절을 실패해 비롯되었을 것이다.
마지막은 시청자와 제작진의 거리다. 제작진은 항상 시청자의 반응을 모니터하고 그들의 사소한 요구사항에 신경 써야 한다. 그러나 무조건 시청자의 요구대로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시청자가 익숙해질 때까지 낯선 설정을 밀고 나가야 할 때도 있고 바꾸라는 요구에도 프로그램의 장점을 지키고 가는 뚝심도 필요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시청자의 바람대로 변화해야 하는 것은 모든 방송의 숙명이다.
현재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파업 등으로) 파행을 겪고 있다. 하지만 <무한도전>(문화방송)을 비롯한 몇몇 프로그램은 이번에 제작진과 출연자, 시청자들 사이의 거리가 더욱 좁혀지는 느낌이다. 힘든 시간이 지나면 이 경험들이 프로그램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 것이다. 그나저나 파행을 거듭할수록 시청자나 제작진과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사장님들과의 거리는 언제쯤 좁혀질 수 있을까.
박상혁 에스비에스 <강심장>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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