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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불만제로도 중단…작가들 “피디 피땀 어렸는데…”

등록 2012-04-19 20:46

공정방송 복원과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 1월30일 파업에 돌입한 <문화방송>(MBC)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파업 81일째인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연 뒤 휴식을 취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공정방송 복원과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 1월30일 파업에 돌입한 <문화방송>(MBC)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파업 81일째인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연 뒤 휴식을 취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파업 81일째 MBC…참여자도 불참자도 “갑갑하다”
라디오본부엔 부장 3명만
‘김재철 의혹’ 안 풀리고
강경대응으로 문제 키워
사쪽 “노조와 대화 노력중”
파업 81일째인 19일 <문화방송>(MBC) 라디오본부 사무실은 썰렁하기 짝이 없다. 강당만한 넓은 사무실에 부장 3명만이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 인사와 진행자 개편 등으로 분란이 많았던 라디오 부문은 파업 이후 줄이은 보직사퇴로 퇴직 피디 2명까지 동원해 프로그램을 메꾸고 있다.

피디 전원이 파업에 참여한 시사교양 쪽은 파업 이후 프리랜서 피디들이 근근이 만들어오던 <불만제로>를 18일 방송을 끝으로 중단했다. 작가들이 피디가 파업중인 상태에서 더는 못하겠다고 짐을 쌌기 때문이다. 또 작가들은 다큐멘터리 화제작인 <북극의 눈물> <남극의 눈물> <아마존의 눈물> 등을 재편집해 지난 4년간의 여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 대체 편성해보자는 지시도 거부했다. 작가들은 “피디의 피땀이 배인 프로그램을 피디 없이 손댈 수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전원 파업중인 예능 피디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한 예능 피디가 언제까지 우리가 견뎌야 하느냐고 노조 쪽에 물어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언제 끝날지 알아야 연예인들을 붙잡아 둘 수 있는데, 종결 시점을 알 수 없어 추후 복귀하더라도 프로그램을 되살릴 방도가 막막하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솔로몬의 재판처럼 엠비시를 사랑하는 우리가 아이를 놓아주는 심정으로 예능 쪽을 놓아줘야 하지 않나 고민도 한다”고 토로했다.

파업 불참 간부들도 고충이 없지 않다. 경인지사의 한 부장은 오전엔 경기도 고양시 일산으로 출근해 지역페스티벌 준비 업무를 챙기고 오후에는 서울 여의도로 이동해 보직사퇴로 빠진 외주제작2부장 일을 한다.

지난 1월30일 파업에 들어간 노조와 회사 쪽의 대립 구도는 별로 변한 게 없다. 노조는 공정방송 복원과 ‘청와대 낙하산’ 김재철 사장 퇴진을 주장하고 김 사장은 ‘퇴진은 없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중재 역할을 해야 할 최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와,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평행을 달리는 노사의 목소리만 여의도 허공을 맴돌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과거 이 방송사 최장 파업 기간(1992년 50일)의 두배도 넘길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엠비시 본사에서 만난 파업 참여자나 불참자나 ‘갑갑하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다만 해법의 실타래를 풀어야 할 주체는 김재철 사장이며, 지금과 같은 강경 대응으로는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파업에 불참한 보도본부 고참간부는 “사장이 내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는 데서 해결의 실마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쪽이 노조 집행부 고소고발과 무더기 징계, 임시직 대체인력 채용 등으로 노조의 파업엔진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성원들은 회사가 강경책으로 노조의 백기항복을 요구할수록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보직사퇴한 한 간부는 “보직 사퇴 마음은 있지만 주변 만류로 행동으로 못 옮긴 간부들이 많다. 파업을 풀려는 경영진의 절박한 노력이 없다면 조직의 공멸을 걱정하는 중간지대 사람들이 행동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사장이 의미있는 해법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한 임원은 “김 사장이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좀체로 듣지 않으려 해 어느 누구도 직언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기파업을 두차례 겪었다는 한 피디는 과거 파업 땐 노사 간 메신저가 있었으나 이번에는 이마저도 보이지 않는다고 혀를 찼다.

김 사장의 연이은 파업 대체인력 채용은 파업자들의 분노를 더 키우고 있다. 기자회는 임시직 채용 결사저지를 선언하고 지난 18일부터 보도국 경제·사회·정치부 자리에 앉아 침묵 농성을 벌이고 있다.

파업 기간 터져 나온 김 사장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이나 여성 무용수에 대한 특혜성 지원 의혹 등도 파업 해법을 찾는 데 부정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사쪽의 미온적인 대응은 구성원들의 사장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고, 김 사장 역시 의혹을 제기한 노조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특정인에 대한 거액의 특혜성 지원에 대해 경영진이 감사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주장했다. 파업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한 부장급 기자는 “영수증만 대조하면 될 사장 법인카드 감사가 한달 이상 길어질 이유가 뭐냐”며 “공영방송의 내부감사가 이토록 불투명하다면 감사원 외부감사를 해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업에 불참하고 있는 고참 기자는 “파업 피로감이 회사에 퍼져 있는 상황에서 사장이 방문진 이사 교체 시점(8월)에 사퇴를 약속하고 조합원은 이른 시일 안에 파업을 푸는 것이 최선의 선택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영방송 파행으로 한국 사회 여론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걸 뒷짐만 지고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진숙 홍보국장은 “노조와 대화를 위한 팀이 구성돼 있다. 파업을 풀기 위해 파업참가 사원들을 대상으로 포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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