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준현씨.
`개그콘서트’ 김준현
`비대위’ `네가지’로 상승세
뚱뚱한 개그맨 선입견 깨
대학로 극단서 연기 배워
“폭넓은 역할 위해 살뺄것”
`비대위’ `네가지’로 상승세
뚱뚱한 개그맨 선입견 깨
대학로 극단서 연기 배워
“폭넓은 역할 위해 살뺄것”
두툼한 눈꺼풀이 반쯤 감겨 있었다.
27일 밤 <한국방송> 별관 대기실에서 요즘 최고 인기 개그맨으로 올라선 김준현을 만났다. “이번주는 하루 평균 2~3시간밖에 못 잤다”고 했다. 이날도 오전부터 시에프 촬영에 <한국방송> 별관에서 있은 <스펀지>(한국방송2) 녹화까지 끝내고서야 늦은 밤 10시께 기자와 마주할 수 있었다. “어제는 1시간밖에 못 잤어요. 내일은 <롤러코스터>(티브이엔) 촬영에 일요일은 지방 공연에…. 예전이요? 9~10시간 잤죠. 자다 깨다 또 자고.(웃음)”
김준현은 <개그콘서트>(개콘·한국방송2) ‘비상대책위원회’ 꼭지(지난해 8월 시작)로 개그 인생에 안타를 친 뒤 올 1월에 시작한 ‘네가지’ 꼭지로 홈런을 쳤다. 그저 ‘뚱뚱한 개그맨’ 중 한명으로만 여겨지던 그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엉뚱한 소리만 하는 육군 장교로 “고뤠~”라는 유행어까지 만들며 존재감을 높였다. 뭔가 하나씩 모자라는 남자 4명이 번갈아가며 세상을 향해 항의하는 형식의 ‘네가지’에서 한국사회에서 ‘뚱뚱한 남자’로 사는 어려움과 서러움 따위를 대변하는 말로 웃음을 주고 있다. 헤어지는 남녀의 이야기 ‘생활의 발견’ 꼭지(지난해 4월 시작)에서는 신보라의 오빠, 아빠 등으로 출연해 정극에 가까운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네가지’의 성공 이후 김준현은 이른바 ‘행사비’(행사 출연료)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랐고, 최근 2주 동안 시에프도 4개나 찍었다고 한다.
“이런 때도 있구나, 생각하며 들뜨지 않으려고 해요. 언젠간 이 인기가 떨어질 것이니 허하지 않게 마음을 잘 다스려야죠. 집에서 혼자 있을 땐 ‘예~’하고 소리치며 좋아하지만(웃음). 사실 이 인기는 다 ‘얻어걸린 거’예요. ‘비상대책위’ 육군 장교 캐릭터는 그 꼭지에서 대통령 비서로 나오는 동료개그맨 김대성이 아이디어예요. 그런데 첫 녹화에서 대성이 덩치가 작으니 잘 안 살아서 제가 맡게 됐어요. ‘고뤠~’라는 유행어도 대성이가 ‘그래?’라고 했던 것을 변형한 거예요. 지금도 대성이가 행사비 다 내놓으라고 말해요.”(웃음)
김준현은 ‘뚱뚱한 개그맨’의 입지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껏 ‘뚱뚱한 개그맨’들이 뱃살 노출을 부각시킨 여장을 하거나, 배에 그림을 그리는 등 신체 일부분을 이용해 웃음을 줬다면, 김준현은 뚱뚱하지만 정극 연기도 되고, 입담도 좋고, 자신만의 캐릭터도 구축한 ‘3박자’를 갖춘 개그맨으로 꼽힌다. 이는 김준현 스스로 “뚱뚱한 개그맨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닌, 뚱뚱해도 할 수 있는 역할을 맡으려고 노력”한 덕도 있다.
“뚱뚱하다는 건 개그맨으로서 칼을 하나 더 차고 있는 거예요. 웃길 수 있는 요소가 하나 더 있으니까 장점이죠. 우리끼리 농으로 배에다 돼지도장 한번 찍어봐야 진정으로 뚱뚱한 개그맨이 된다고 말해요. 저도 찍어 봤죠. 그러나 뚱뚱한 ‘돼지’ 캐릭터로만 가는 상황에 고민이 많았어요. 뭘 다르게 가려고 해도 결국은 ‘뚱뚱이’로 가더라고요. 개콘 ‘9시쯤 뉴스’ 유치원생으로 출연할 때도 잘 안 풀리니까 애들이 나를 ‘무슨 돼지’라고 하면서 놀린다는 내용으로 가게 되더라고요. 내 한계인가 고민 많았어요.”
‘네가지’의 ‘뚱뚱한 남자’의 인기를 지속하려면 뚱뚱한 몸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는 뚱뚱한 개그맨이 할 수 있는 연기는 한정되어 있다고 생각해 살을 빼고 있다고 답했다. 2007년 <한국방송> 공채개그맨이 될 당시 몸무게가 90㎏이었던 그는 지금은 110㎏이다.
“얼굴에 살이 없고 주름도 있어야 표정이 나오는데 전 표정 연기가 안되더라고요. 폭넓은 연기를 하려면 살을 빼야 할 것 같아요.” 그는 “‘생활의 발견’에서 송준근처럼 정극에 가까운 연기를 더 해보고 싶고, 길게는 김준현 하면 떠오르는 영역을 구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준현은 2007년 <케이비에스> 공채 개그맨이 되기까지 세번의 쓴맛을 봤다. 2005년 첫 도전에 실패한 뒤 무작정 대학로 극단에 찾아가 청소 등 뒤치다꺼리부터 시작해 연기를 배웠다고 한다. “대학로에 있을 때 하루 4회 공연했어요. 하루 6, 7꼭지를 다른 역할로 나갔죠. 그때 경험이 지금 개콘에서 3꼭지를 동시에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 피아노와 드럼, 기타를 쳤고 <이상문학전집>은 죄다 뒤져 읽었던 시간도 연기력에 도움을 준 것 같아요.”
김준현은 개그맨들 사이에선 정치, 사회 문제에 관심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황현희, 박영진 등과 술 마시며 정치 이야기로 밤샌 적도 많다”고 했다. 알고 보니 한국외국어대 철학과 재학 시절 과대표로서 등록금 인상 반대 운동을 했다고 한다. “2003년 복학하고 친한 후배가 등록금이 없어 학교를 휴학한다는 소리에 충격받았어요. 그땐 가만히 있는 게 비겁한 거 같았어요. 광화문에서 등록금 인상반대 집회를 하기도 했죠.” 그는 최근 한국방송 파업에 대한 의견을 묻자 “잘 끝났으면 좋겠다”며 “더 이야기하면 안 될 것 같다”고 웃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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