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앨범 <슬립 어웨이>로 4년 만에 돌아온 모던록 밴드 넬 멤버들. 왼쪽부터 이재경(기타), 정재원(드럼), 김종완(보컬), 이정훈(베이스).
4년만에 앨범 낸 록밴드 ‘넬’
죽마고우로 제대뒤 재활동
100곡중 10곡 추려 앨범에
해외 유명스튜디오서 작업
“88잔디마당 단독공연 꿈”
죽마고우로 제대뒤 재활동
100곡중 10곡 추려 앨범에
해외 유명스튜디오서 작업
“88잔디마당 단독공연 꿈”
새 앨범 <슬립 어웨이>로 4년 만에 돌아온 모던록 밴드 넬. 팬들의 오랜 갈증 탓에 지난달 14~15일 펼친 컴백 공연 6천석은 티켓 판매 하루 만에 동이 났다.
“제가 낯간지러운 거 안 좋아하는데, 그날 공연 분위기는 정말 사랑스러웠어요. 4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러도 기다려주는 공간과 사람들이 있다는 것, 우리 넷이 다시 무대에 함께 설 수 있다는 것, 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는 것, 그런 것들이 참 좋았어요.”
그때까지 차분했던 김종완의 목소리가 살짝 들떴다.
어릴 적 한 동네 친구, 33살 동갑내기 김종완(보컬)·이재경(기타)·이정훈(베이스)·정재원(드럼)은 2001년 데뷔 이후 줄곧 함께였다. 서울 홍대 앞 인디신에서 활동하다 서태지의 레이블 ‘괴수인디진’에 영입될 때도, 거기서 나와 지금의 소속사로 들어갈 때도 그랬다. 2008~2010년 각자 병역의무를 다하느라 흩어졌다가 다시 뭉친 넷은 더없이 편안해 보였다. 김종완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 따라 3년마다 이 나라 저 나라 옮겨다니느라 친구가 없었는데, 얘네들이 유일하게 10년 넘게 지내온 친구들”이라고 했다.
넬은 공백기 동안 100곡이나 만들었다고 했다. 거기서 20곡을 추려 녹음하고, 그 중 10곡을 이번 앨범에 담았단다. 이재경은 “개별 곡의 완성도보다 앨범의 전체 흐름에 어울릴 곡들을 우선적으로 골랐다”고 했다.
“제가 사진을 잘 안 찍어요. 대신 지난 10년 동안 만든 노래가 꼭 사진 같아요. 당시 기분과 상황이 떠오르거든요. 저는 곡을 쓸 때 ‘이번엔 이렇게 뭔가 해봐야지’ 하고 미리 정하지 않아요. 그냥 그때의 감정을 표현해 나에게 남기는 기록이죠. 이번 앨범 역시 33살의 넬이 남기고 싶은 얘기예요.”(김종완·이하 김)
앨범에는 넬 특유의 우울하고 몽환적인 선율을 바탕으로 바이올린·첼로·플뤼겔호른·오보에 등 클래식 악기부터 일렉트로닉 사운드까지 폭넓은 요소들이 어우러진다. 이재경은 “우리 음악에 어울리는 소리를 찾기 위해서라면 어떤 악기나 편곡 방식에도 열려 있다”며 “장르라는 틀보다 우리 내면을 표현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소리의 미세한 결이라고 이들은 말했다. 현악 연주를 미국 뉴욕의 유명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고, 마스터링 작업은 레드 제플린 등과 작업한 세계적인 엔지니어와 영국 런던의 유명 스튜디오에서 진행했다. 이재경은 “예스러운 소리를 내려고 기타 앰프 진공관을 어렵게 구한 1950~60년대 독일 제품으로 바꾸고, 심지어 연결선까지 신경 썼다”고 했다.
“남들에겐 무의미해 보일 수 있는 세세한 부분까지 집착했어요. 듣는 분들이 몰라도 상관없고, 알아주면 기쁘겠죠.”(김)
이렇듯 최선을 다해도 앨범을 내고 나면 늘 아쉬움이 남는다고 이들은 말했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다음 앨범 작업의 원동력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앨범이 꼭 스테이크 같다는 생각을 해요. 요리해서 내놓고 나면, 되돌릴 수 없잖아요. 맛있다, 맛없다 하는 판단은 먹는 사람의 것이죠. 앨범도 내는 순간 우리 손을 떠나 온전히 청자의 몫이 돼요.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어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그게 제일 슬픈 것 같아요.”(김)
넬은 7월 말 경기도 이천에서 열리는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무대에 선다. 세계적인 밴드 라디오헤드도 출연하는 음악 축제다.
“이번 앨범 녹음하다가 라디오헤드 온다는 소식 듣고 소리를 질렀어요. 10대 시절부터 삶의 태도의 롤모델은 영국 밴드 오아시스였지만, 음악적으로는 라디오헤드를 더 좋아했거든요. 축제 때 공연자보다 일반 관객으로 신나게 즐기려고요.”(김)
이들은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단독공연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우리 넷이 어릴 때부터 올림픽공원 부근에 살았거든요. 스팅 등 쟁쟁한 음악인들이 88잔디마당에서 하는 공연을 보며 ‘우리도 언젠가 저기서 공연을 해보자’는 꿈을 꿨죠. 이제 그 꿈을 이루고 싶어요.”(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울림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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