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차인표씨가 지난 3월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 진행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아래 왼쪽은 ‘문재인’ 편. 오른쪽은 ‘이효리’ 편. 에스비에스 제공
SBS ‘힐링캠프’ 인기비결
진정성이 시청자 눈길 잡아
유명인 게스트들 출연 화제
이경규 ‘공감 진행’도 한몫
진정성이 시청자 눈길 잡아
유명인 게스트들 출연 화제
이경규 ‘공감 진행’도 한몫
‘치유’를 전면에 내건 토크쇼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에스비에스)의 시청률은 10~11%로 현재 방송중인 토크쇼들 가운데 가장 높다. 방송이 끝난 뒤 시청자 게시판에는 게스트의 얘기에 감동받았다는 장문의 시청 소감이 줄줄이 올라온다. 연예인의 신변잡기나 고만고만한 고생담 등 가벼운 얘기만 오가는 여느 프로그램과 다르기 때문이다. <힐링캠프>가 내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듯한’ 진정성이 공감을 얻기 때문이라는 게 중평이다.
■ ‘이야기’에 대한 갈증 채워 <힐링캠프>는 지난해 10월 강호동이 하차하면서 종영한 <무릎팍 도사>(문화방송)를 대신해 ‘진실한 토크’에 대한 시청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무릎팍 도사>에서 강호동은 게스트와 기싸움을 벌이는 ‘센 진행’을 하는 한편으로 게스트와 동등한 눈높이에서 진심을 끌어내고는 했다. ‘정치 시즌’을 맞아 유력한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당선자를 출연시키는 등, 게스트 선정의 폭을 확대한 것도 적중한 것으로 보인다.
대중문화 평론가 하재근씨는 “시청자 입장에서 유명인의 진심을 들을 수 있는 토크쇼가 하나는 필요하다”며 “<무릎팍 도사>가 막을 내리고 시청자들이 갈증을 느낄 타이밍에 <힐링캠프>가 새롭게 등장해 빈자리를 채워줬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새로움보다는 친숙함으로 <힐링캠프>의 인기는 새로운 형식보다는 친근한 진행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게스트의 추억이 어린 장소에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는 시도는 신선하지만 처음은 아니다.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던 <무릎팍 도사>가 산악인 엄홍길씨를 만나려고 직접 히말라야에 가 촬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게스트와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도 2000년대 초반 <서세원쇼>, <이홍렬쇼> 등에서도 한 꼭지로 사용됐다.
하씨는 ‘이경규의 힘’을 프로그램의 가장 큰 인기 비결로 꼽았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재미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최고인데다, 다른 프로그램의 진행자들보다 인간미도 강하다”며 토크쇼 진행자로서 이씨의 능력을 높이 샀다. 그는 스트레스로 공황장애까지 겪었다는 이경규가 그런 고통을 통해 공감의 폭을 넓히고 게스트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여기에 조곤조곤한 말투의 김제동, <무릎팍 도사>의 유세윤을 연상시키는 직설적인 화법의 한혜진이 이씨와 조화를 이뤄 편안한 분위기를 만든다. 하씨는 10%를 약간 웃도는 <힐링캠프>의 시청률이 더 올라가려면 세 진행자가 프로그램 안에서 웃음을 유발할 여지가 넓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진행자들이 각자의 개성을 더 뚜렷하게 드러내면서 프로그램을 끌어가야 재미가 더할 것이라는 뜻이다.
■ 재미있지만 ‘힐링 효과’에는 의문도 <힐링캠프>는 출연자의 정서적 치유를 시청자에게도 전한다는 기획 의도를 내세운다. 하지만 <힐링캠프>가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진실함’과 그에 따른 치유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유명인들의 사례를 통해 공감을 얻을지는 몰라도 정서적 치유 효과는 별로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는 “시청자들은 방송의 감성적 분위기를 치유로 오인한다”며 “자신의 현실을 경험하고 감정을 느끼는 게 아니라, 유명인의 감성을 자기도 얻는다고 착각한다”고 말했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힐링캠프>에 출연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당선자(왼쪽)와 이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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