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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원작 그림자 걷어내야 ‘미국판’ 제대로 보인다

등록 2012-05-11 19:58

토치우드: 미라클 데이(2011, 미국 Starz, 영국 BBC 합작)
토치우드: 미라클 데이(2011, 미국 Starz, 영국 BBC 합작)
[토요판] 이승한의 몰아보기
토치우드: 미라클 데이(2011, 미국 Starz, 영국 BBC 합작)
<오시엔 시리즈>(OCN series) 토·일 밤 10시50분(3회 연속 방송)
영국 <비비시>(BBC)에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그건 드라마를 ‘너무’ 잘 만든다는 점일 거야. ㅊ과 대화를 시작한 지 15분 만에 ㅇ은 비비시가 싫어지기 시작했다. ㅊ은 숨도 안 쉬고 비비시 판 <셜록>과 주연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떠들어 댔다. 멀쩡한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다니, 마약이 따로 없군. ㅇ은 문득 비비시를 폭파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은 얼마나 더 영국 원작을 망쳐놔야 속이 시원한 걸까요? <퀴어 애즈 포크>, <닥터 후> 극장판도 모자라 이젠 <셜록>까지 리메이크한대요!” 급기야 시리즈의 장래까지 걱정하는 ㅊ 앞에서, ㅇ은 자신도 모르게 역정을 냈다. “그게 그렇게 대수예요? <오피스>처럼 미국판이 더 히트한 경우도 있잖아요?” “아, 그래요? 미국 놈들이 <토치우드>를 말아먹었다고 했던 게 누구더라?”

이런, 내가 졌군. ㅇ은 할 말을 잃었다. <닥터 후>의 외전으로 시작한 소박한 에스에프(SF) 수사극 <토치우드>는 미국과 합작을 하자 덩치 큰 블록버스터 <토치우드: 미라클 데이>(미라클 데이)가 되었다. 불사신이었던 캡틴 잭 하크니스는 전세계인이 불멸이 된 와중에 혼자 필멸의 존재가 되었고,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끼어들어 영웅 놀이를 하기 시작했으며, 그웬은 바주카포를 쏘는 액션 히어로가 되었다. ㅇ은 작년 내내 ‘이건 내가 아는 <토치우드>가 아니야’라고 울부짖었다.

집에 오는 길에 ㅇ은 자신이 왜 미라클 데이를 싫어했는지 곱씹었다. 불사의 힘을 잃은 잭 대신 그웬이 액션 히어로가 되어서? 그웬은 원래 괄괄한 성격의 행동파였다. 서사의 규모가 커져서? 설마. 원작은 수백년의 시간도 우습게 넘나드는데? 제작진이 떡밥만 던져놓고 회수를 못 해서? 그럴 리가. 그건 원작자 러셀 데이비스의 고질병이잖아. 도대체 내가 왜 미국판을 싫어한 거지? ㅇ은 내려야 할 정거장을 두 개나 지나쳤다.

이승한 티브이 평론가
이승한 티브이 평론가
“전데요. 내가 왜 미라클 데이를 싫어했는지 깨달았어요.” ㅊ은 늦은 밤 걸려온 전화에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어디 들어나 봅시다.” “원작의 그림자 때문에 미국판을 정당하게 평가하지 못했던 거예요. 갑자기 끼어든 미국인들도 싫었고, 유려해진 시지(CG)도 낯설었고. 난 그냥 미국판도 영국판처럼 어설프고 소박하길 바랐던 거 같아요.”

ㅊ은 잠시 침묵했다. “그 말 하려고 이 시간에 전화했어요?” “세상에는 선입견을 버리고 보면 나름의 가치를 음미할 만한 것들이 많다는 말을 하고 싶었거든요.” “끊어요. 지금 새벽 두 시예요. 자, 이제 누가 진짜 드라마 폐인이죠?” 이런, 또 내가 졌군.

이승한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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