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강심장> ‘케이팝 스타 특집방송’이 끝났다. 이번 방송은 <강심장> 제작진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생애 첫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고등학생이 2명이 포함된 <케이팝 스타> 출연진은 신경쓸 게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제작진보다 더 긴장한 사람들은 따로 있었다. 바로 <케이팝 스타> 제작진이었다.
녹화장에는 <케이팝 스타>를 함께했던 피디, 작가, 코디, 심지어 보컬 트레이너들까지 모두 한 걸음에 달려왔다. 지난 9개월 넘게 진행된 대장정 동안 아이들은 훌륭한 가수가 되어있었지만 그들은 아직 평범한 어린 학생들이었다. 그러니 첫 예능 출연을 보는 <케이팝 스타> 제작진의 마음은 8살 아이를 처음 등교시키는 ‘엄마의 마음’이었다.
<케이팝 스타> 제작진은 녹화 시작 전에 출연자들에게 도움이 될 여러가지 조언을 하고 있었다. 특히 직접 출연자를 데리고 다니면서 다른 출연자들에게 인사시키고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겼다. 녹화가 시작되고 나자, 모니터를 보면서 중간 중간에 녹화 상황을 꼼꼼히 모니터하고 쉬는 시간이 생기면 바로 달려가서 “잘하고 있다”며 격려를 했다. 식사를 챙겨주고 소품을 챙겼다. 엄마 같고 매니저 같고 선생님 같은 모습이었다. 물론 출연자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훌륭히 녹화를 마쳤다.
이런 <케이팝 스타> 제작진의 ‘엄마 마음’은 녹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됐다. 방송에 도움이 될 자료를 정리해 주고 부적절해 보이는 민감한 멘트들은 꼼꼼히 정리해서 편집해 달라고 부탁했다. 알고 보니 지금도 라디오 출연과 같은 다른 스케줄에 엄마 같은 제작진들의 동행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다들 휴가 떠나고 연락이 두절되는 게 보통인 다른 프로그램 제작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세상 어떤 프로그램보다 드라마틱한 감정 변화를 출연자와 제작진에게 요구한다. 매주 찾아오는 경연의 긴장감을 견뎌야 하고 눈앞에서 동료가 탈락하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한다. 자신의 능력의 한계와 심리적 공황상태를 맛봐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화려한 인생 역전과 새로운 스타가 탄생한다. 옆에서 함께 한 제작진에게 출연자들에 대한 애착과 정서적 교감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케이팝 스타>의 성공에는 이런 제작진의 배려와 애정이 밑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방송을 통해 많은 우리 주변의 보통사람들이 벼락 스타가 된다. 특별한 재주가 있거나, 연예인의 가족, 친구라는 이유로 어느 날 갑자기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 사람들의 환호성에 취하기도 하고 갑작스런 무관심에 당황하기도 한다. 이유 없는 비난과 욕설도 견뎌야 한다. 그 모든 과정은 연예인들에게도 쉽지 않은 과정이다. 이제 방송사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만큼이나,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스타들과 또 그 과정에 참여했던 분들에 대한 애프터서비스에도 신경써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케이팝 스타> 제작진의 ‘엄마 마음’은 신선했고 항상 출연자들에게 신경 써야 하는 우리같은 사람들에게도 큰 자극이 되었다. 역시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무대가 화려해진다 해도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인가 보다.
박상혁 에스비에스 예능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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