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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송골매’도 들어봐야 진가를 아는 것

등록 2012-05-18 19:37수정 2012-07-27 19:46

디렉터스컷2(2011, 엠넷)
디렉터스컷2(2011, 엠넷)
[토요판] 이승한의 몰아보기
디렉터스컷2(2011, 엠넷)
<케이엠>(KM), 5월19일(토) 밤 9~11시, 5월20일(일) 오후 2~4시
이 분위기를 어쩐다. 양평동 이씨는 입술을 물어뜯었다. 아무도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에 호응하지 않았고, 다음 곡을 예약한 사람은 소매치기 지갑 낚아채듯 이씨의 손에서 마이크를 채어갔다. 앞으로 ‘88 서울올림픽’ 이후에 태어난 이들과 노래방에 올 땐 송골매는 부르지 말자고, 적어도 그들이 이름은 들어봤음 직한 가수의 노래를 부르자고 이씨는 굳게 다짐했다.

“요즘 애들은 이 노래의 매력을 모르네.” 이씨는 소파에 몸을 묻었다. 옆자리의 판다씨가 말을 받았다. “네가 구창모만큼 부르면 원곡의 매력이 살겠지.” “그 곡은 배철수거든?” “넌 배철수도 아니니까.” 곡이 바뀌자 덩치가 산만한 남자애가 마이크를 잡았다. 덩치가 선곡한 곡은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맙소사. 이씨는 판다씨에게 긴급 구조 요청을 보냈다. “잠깐 바람이나 쐬고 오자고.”

일교차 때문인지 아직 해가 지면 팔에 소름이 돋았다. 밤의 신촌 거리를 바라보던 이씨가 먼저 운을 뗐다. “요즘 애들은 옛 노래는 도통 안 듣는 거 같아. 좋은 노래가 많아도 사람들이 기억하지 않고 듣지 않으면 무슨 소용일까?” 판다씨가 무심히 답했다. “윤종신 나오는 프로그램 보니까 꼭 그런 것도 아니던데. 있잖아. 버스킹(길거리 공연)하는 프로.”

판다씨가 말한 프로그램은 <디렉터스컷2>였다. 윤종신이 하림, 조정치, 이정과 함께 여행을 떠나 게스트들과 수다를 떨고, 버스킹을 하고, 그 지역에 어울릴 만한 곡을 작곡하는 <엠넷>(Mnet) 버라이어티. “신치림 멤버들이 옛 노래를 모를 연배는 아니잖아?” 담배를 꺼내 문 판다씨가 허공으로 연기를 흩뿌리며 말했다. “시간 있으면 한번 봐. 어린 애들이라고 옛 노래를 싫어하는 건 아니니까.”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집에 돌아온 양평동 이씨는 인터넷으로 <디렉터스컷2>를 검색했다. 영상 속에서 엠시(MC)들은 기타와 아코디언을 꺼내 들고, 경주행 버스에 동승한 인피니트 멤버들에게 현인의 ‘신라의 달밤’을 가르치고 있었다. “가사를 꺾어 부르는 특징이 있어요.” 하림의 설명 이후 ‘신라의 달밤’을 부르는 인피니트 멤버들은, 글쎄, 어설펐지만 즐거워 보였다.

“네가 말한 프로 봤다.” 판다씨가 심드렁히 되물었다. “어떻든?” “옛것의 아름다움도 누군가 가르쳐줘야 전승이 되는 거겠지. 생각해보니 나한테 송골매를 처음 들려준 것도 중학교 선배였더라고. 애들이 난생처음 듣는 노래에 호응하길 기대한 게 잘못이지.” 이씨의 말에 판다씨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앞으로 전승해 주려면 애들한테 시디(CD)를 사줘. 구창모만큼 부르지도 못하는 게.” “그 곡은 배철수거든?” “어쨌거나.”

이승한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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