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방송·연예

홍상수·박찬욱 영화 한눈에 알아본 ‘깊은 시선’

등록 2012-05-28 20:54수정 2012-05-29 11:03

한국 영화의 거장들이 나와 영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2004년 <시네마천국> 500회 당시 출연한 박찬욱(오른쪽 둘째), 봉준호(맨 오른쪽) 감독.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 영화의 거장들이 나와 영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2004년 <시네마천국> 500회 당시 출연한 박찬욱(오른쪽 둘째), 봉준호(맨 오른쪽) 감독. <한겨레> 자료사진
방송 900회 맞는 ‘시네마 천국’
작품성 있는 영화 ‘18년 안내자’
주제·연출기법까지 꼼꼼 분석
“방송에서 유일하게 비평 가능”
매주 월요일 밤 12시5분, 텔레비전에서는 세계적 명성의 프랑스 영화 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 못지않은 영화 잡지가 펼쳐진다. 영화평론가·기자·영화감독 등이 모여 주제의식부터 촬영 기법까지 영화의 요모조모를 해부한다.

교육방송(EBS)의 영화 프로그램 <시네마천국>이 다음달 4일 900회 방송을 맞는다. 1994년 3월 첫 방송을 시작해 18년 넘게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방송 시간대는 자주 바뀌었고, 편성 시간도 들쑥날쑥 부침을 겪었지만 어느새 장수 프로그램 반열에 올랐다. <시네마천국>은 문화방송(MBC)의 <출발! 비디오 여행>보다 한살 어리기는 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깊숙이 개입하고, 흥행 영화들을 흥미 위주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식이 아닌 ‘정통 영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좀 다르다. ‘소개’만큼이나 ‘비평’에도 방점이 찍히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지난 26일 찾은 서울 우면동 교육방송 스튜디오에서는 900회와 901회 녹화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특별한 이벤트나 축하연은 없었다. 대신 진행자인 영화평론가 강유정씨가 “긴 세월 동안 <시네마천국>을 사랑하고 아껴주신 시청자분들께 감사드린다”는 인사로 900회를 자축했다. 강씨와 <포춘 코리아> 기자 신기주씨가 진행하는 ‘남녀상연지사’에서는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녹화한 날은 칸영화제 심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 이 영화가 상을 받았을 때와 받지 못했을 때를 가정해 두 버전으로 녹화가 진행됐다.

방송 시간 30분 가운데 ‘남녀상연지사’는 10분 남짓인데, 실제 녹화에서는 두 진행자가 한 시간 가까이 영화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눈다. 시간 제약 때문에 전문가들의 흥미로운 설명의 상당 부분을 덜어내야 하는 일은 진행자에게나 제작진에게나 아쉽다. 그래도 강씨는 “방송에서 영화 비평이 가능한 유일한 플랫폼”이라며 <시네마천국>의 가치를 높이 샀다. 그는 “미국의 ‘브라보채널’에는 영화과 교수가 특정한 감독이나 배우의 일대기와 작품 세계를 전체적으로 짚어주는 영화 프로그램이 있다. 고급 자료로 축적되고 활용된다”며 <시네마천국> 역시 의미있는 영화 자료로 평가받았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밝혔다.

<시네마천국>을 연출하는 이상훈 피디는 “소개할 영화들을 방송국에서 미리 지정해주는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시청률 압박에서 다소 자유롭기 때문에 상업영화뿐 아니라 독립영화, 예술영화 등을 두루 소개할 수 있다”는 점을 프로그램의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10년 넘게 <시네마천국>을 만들고 있는 석은정 작가는 “<멜랑콜리아> 같은 영화를 소개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시네마천국>은 소재의 다양성뿐 아니라 프로그램 구성에서도 다른 영화 소개 프로그램들과 차별화를 추구한다. 다른 프로그램들이 백과사전 식으로 개봉 영화들의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는 데 반해, 주제의식을 고찰하고 연출과 촬영 기법까지 짚어주며 한 편의 친절한 평론처럼 꼼꼼히 분석한다. 작품성 있는 영화를 우선적으로 선정하는 제작진의 고집에, 그동안 <시네마천국>을 거쳐 간 영화인들의 전문가적 식견이 더해진 결과물이다. 영화배우 문소리·방은진·추상미, 영화감독 여균동·이해영·김태용·변영주, 영화평론가 오동진·이동진 등이 <시네마천국>을 통해 많은 애호가들에게 영화 이야기를 전해줬다. 웅장한 배경음악도, 화려한 조명도 없는 작은 스튜디오에서 무명의 신인 감독이었던 홍상수·박찬욱·봉준호의 영화들이 처음 공중파의 주목을 받았다.

정보의 홍수 시대, 1000회를 향해 나아갈 <시네마천국>은 어떻게 내용을 채울 수 있을지 고민한다. 석 작가는 “예전에는 유럽의 잘 알려지지 않은 예술영화를 소개하면서 몇 장면만이라도 국내에 처음 선보인다는 식의 차별성이 있었는데 요즘은 인터넷으로 거의 모든 영화를 구할 수 있다”며, 어떻게 프로그램을 다르게 만들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피디는 “하지만 앞으로도 가장 중요한 건 ‘작품성 있는 좋은 영화’를 다룬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막말 오가던 삼성가, 유산소송 앞 잠잠해진 까닭은?
천안함 논란까지 싸잡아…MB, 종북비판 숟가락 얹기
레이디 가가의 파격, 아시아 금기에 막히다
징용피해자 ‘강제저금’ 일본 은행서 잠잔다
[성한용 칼럼] 안철수 대통령은 없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