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슨네 가족들>
[토요판] 이승한의 몰아보기
<심슨네 가족들> (미국 FOX, 1990~ )
<투니버스> 월~목 밤 12시30분, 주말 밤 12시 “형은 왜 자꾸 가족을 팔아?” 뜬금없는 홍이씨의 말에, 양평동 이씨는 입에 넣은 항정살을 채 씹지도 못하고 삼켰다. 얘가 좋은 고기를 앞에 두고 이 무슨 소리람. “야, 내가 가족을 언제 팔았다고 그러냐?” 못마땅한 눈빛으로 이씨를 바라보던 홍이씨는 앞에 놓인 소주를 입안에 털어 넣고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그렇잖아, 형은 자기가 쓴 칼럼 쭉 읽어 보면 몰라?” 내가 그렇게 글에서 가족 이야기를 많이 했나. 이씨가 머뭇거리는 동안 조용히 고기를 뒤집던 판다씨가 끼어들었다. “얘도 가족이 그만큼 애틋하니까 그러는 거지. 너는 인마, 간만에 선배들 만나서 할 말이 그것밖에 없냐?” 어라, 이게 아닌데. 제 이야기를 하며 날을 세우는 홍이씨와 판다씨 사이에서, 이씨는 뭐라 말을 하면 좋을지 몰라 마냥 둘의 눈치만 살폈다. “모르는 남이야 그러려니 해도, 형을 잘 아는 나 같은 사람은 글 읽는 게 찜찜하다고. 가족들끼리 할 이야기를 왜 글에 끌어들이냐는 거지. 그리고 형이 글에서 늘 좋은 소리만 하는 건 또 아니잖아?” 불편한 정적 속에서, 불판 위에 놓인 껍데기가 타닥 소리를 내며 튀어올랐다. 마침내 이씨가 입을 열었다. “1987년도에 한 만화가가 자기 가족을 등장시킨 단편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만들어. 자기 이름만 바꾸고 나머지 가족들 이름은 그대로 썼는데, 그 가족 참 볼만해. 게으르고 무책임한 아빠, 신경질적인 엄마, 사고만 치고 다니는 아들, 잘난 척은 혼자 다 하는 딸. 그런 작품이 뭐가 그리 좋았는지, 90년도부턴 정규 시리즈가 되더니 22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 제작이 되고 있거든.”
가만히 듣던 홍이씨가 이씨의 말을 끊었다. “그러니까, 지금 형 글이 <심슨네 가족들>만큼 위대한 작품이란 말을 하고 싶은 거야?” “그런 말이 아니고. 맷 그레이닝이 자기 가족을 작품에 등장시켰을 때, 가족이 밉거나 싫어서 그러진 않았을 거란 말이지. 가족이란 게 그렇잖아? 서로 싸우고 상처 입히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화해하고, 때론 답답하고 버거워도 결국 보듬고 살아가는 게 가족이니까.”
“그러니까, 그런 이야기는 가족들한테 해요. 왜 독자들한테 형 가정사를 늘어놓아?” “누구나 가족이 밉거나 서운할 때가 있잖아. 그럴 때 내 글을 읽고 ‘아, 우리만 이렇게 지지고 볶고 사는 게 아니구나’ 하고 위안을 얻으면 좋겠단 거야. 내게 <심슨네 가족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씨의 말에 홍이씨는 술잔을 기울이며 중얼거렸다. “그냥 가족한테 직접 말하기 쑥스러워 그렇다고 말하면 어디가 덧나나그래.” 아니, 그걸 아는 놈이 지금껏 그런 거야?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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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한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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