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한겨레> 사옥에서 만난 배우 이제훈(28). 영화로 먼저 이름을 알린 그는 지난달 끝난 드라마 <패션왕>을 촬영하면서 “링거를 맞고, 홍삼을 챙겨 먹고, 두통약도 자주 먹었다”고 말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건축학개론> <패션왕>의 배우 이제훈
‘밥벌이’ 고민하던 배우 지망생이
가장 눈에 띄는 신인으로 우뚝서
“좋은 사람 만나 사랑하고 싶어요” “아, 부끄러워요. 하하” ‘스타’라는 단어에 멋쩍은듯 “부끄럽다”고 말하는데, 사실 얼굴엔 미소가 한 가득 퍼졌다. 배우 이제훈(28)은 ‘스타’ 소리가 “싫은 건 아니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영화 <파수꾼>과 <고지전>으로 영화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신인이었다. 올해 400만 넘는 관객을 모으며 역대 한국 멜로 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작이 된 <건축학개론>으로 흥행력도 입증했다. 지난달 종영한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패션왕>에서는 안하무인인 재벌 2세 정재혁으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며 안방 시청자들에게도 신고식을 했다. 2007년 단편 영화 <밤은 그들만의 시간>으로 연기에 첫 발을 내딛은 뒤 그는 혹평을 받은 적이 없다. 작품의 흥행 여부나 완성도에 상관 없이 이제훈은 늘 기대 이상의 모습이었다. 별로 좌절해본 적 없을 것 같은 그이지만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평범한 대학생에서 ‘전향’을 고민하던 2005년 무렵, 직접 캠코더로 찍은 자신의 모습에 크게 실망해 시작도 전에 배우의 길을 포기할 뻔도 했단다. “영상에 비치는 내 모습이 궁금한 거예요. 원래 아버지한테 손을 잘 안 벌리는데 캠코더 때문에 거금을 받았죠. 혼자 방에서 캠코더를 켜놓고 독백하는 연기를 찍었는데, 보고 절망했어요. ‘나 어떡하지? 이런 모습인데 사람들이 날 좋아하긴 할까?’ 하고 좌절했어요.” 스스로 찍은 생애 첫 영상 속의 자신은 “목소리도 너무 이상하고, 생긴 것도 영화에 나오는 멋진 배우들과는 사뭇 달랐”다고 한다. “좋아하는 일 때문에 큰 기회비용을 투자하면서 인생을 허비할 순 없으니까 생각을 많이 했죠. 나 혼자 사는 게 아니라 나를 바라보는 가족들도 있고요.” 2008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들어가 연기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전까지 ‘배우 지망생’ 이제훈은 ‘연기라는 꿈’과 ‘밥벌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여느 20대와 마찬가지로 진로를 고민했다. “과연 연기만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투잡을 뛰어야 할 수도 있고,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두려웠어요.” 고심 끝에 “다른 길을 딱히 생각해 내지 못했고, 스스로에 대한 좌절보다 연기에 대한 열망이 더 컸기 때문에” 연기를 택한 덕택에 지금의 이제훈이 있게 됐다. 이런 고민이 그에게 ‘현실감’이라는 배우로서의 강점을 품도록 만든 것 같다. “밤샘 촬영이 끝나고 집에 가서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 앞에 앉았을 때”를 말하면서 소박하게 웃는 대목에서도 ‘평범한 청년 이제훈’을 볼 수 있었다. 이제훈은 작품이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면 스스로의 모습부터 먼저 되돌아본다. <패션왕>이 한 자릿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할 때도 “내 연기가 부족한 건 아닌지, 대본을 내가 잘 이해하고 연기하는 건지, 시청자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할지” 가장 먼저 고민했다. 부드러운 말투에 겸손함이 몸에 밴 듯한 그이지만 배우로서의 야심을 드러내는 덴 주저하지 않는다. “앞으로 드라마를 하게 되면 당연히 시청률이 높았으면 좋겠고, 추석 즈음 개봉 예정인 영화 <점쟁이들>은 자신의 최고 흥행작 <건축학개론> 이상의 흥행을 했으면 좋겠”단다. 일 욕심도 욕심이지만, 자연인 이제훈이 하고 싶은 건 따로 있다. “넘치는 칭찬과 인기에 때론 날아갈 듯 기쁘다가도 또 어떨 땐 자책과 외로움에 시달리기도 하는 일상”을 채우는 건 “여행과 연애”일 것 같단다. 방금 전까지 작품 욕심을 진지하게 풀어내던 그는 “좋은 사람 만나서 빨리 사랑하고 싶다”고 말하며 다시 평범한 청년의 얼굴로 웃었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화보] ‘옹달샘 쇼’ 우리가 빼꼽 빠지게 웃겨줄게!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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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띄는 신인으로 우뚝서
“좋은 사람 만나 사랑하고 싶어요” “아, 부끄러워요. 하하” ‘스타’라는 단어에 멋쩍은듯 “부끄럽다”고 말하는데, 사실 얼굴엔 미소가 한 가득 퍼졌다. 배우 이제훈(28)은 ‘스타’ 소리가 “싫은 건 아니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영화 <파수꾼>과 <고지전>으로 영화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신인이었다. 올해 400만 넘는 관객을 모으며 역대 한국 멜로 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작이 된 <건축학개론>으로 흥행력도 입증했다. 지난달 종영한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패션왕>에서는 안하무인인 재벌 2세 정재혁으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며 안방 시청자들에게도 신고식을 했다. 2007년 단편 영화 <밤은 그들만의 시간>으로 연기에 첫 발을 내딛은 뒤 그는 혹평을 받은 적이 없다. 작품의 흥행 여부나 완성도에 상관 없이 이제훈은 늘 기대 이상의 모습이었다. 별로 좌절해본 적 없을 것 같은 그이지만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평범한 대학생에서 ‘전향’을 고민하던 2005년 무렵, 직접 캠코더로 찍은 자신의 모습에 크게 실망해 시작도 전에 배우의 길을 포기할 뻔도 했단다. “영상에 비치는 내 모습이 궁금한 거예요. 원래 아버지한테 손을 잘 안 벌리는데 캠코더 때문에 거금을 받았죠. 혼자 방에서 캠코더를 켜놓고 독백하는 연기를 찍었는데, 보고 절망했어요. ‘나 어떡하지? 이런 모습인데 사람들이 날 좋아하긴 할까?’ 하고 좌절했어요.” 스스로 찍은 생애 첫 영상 속의 자신은 “목소리도 너무 이상하고, 생긴 것도 영화에 나오는 멋진 배우들과는 사뭇 달랐”다고 한다. “좋아하는 일 때문에 큰 기회비용을 투자하면서 인생을 허비할 순 없으니까 생각을 많이 했죠. 나 혼자 사는 게 아니라 나를 바라보는 가족들도 있고요.” 2008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들어가 연기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전까지 ‘배우 지망생’ 이제훈은 ‘연기라는 꿈’과 ‘밥벌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여느 20대와 마찬가지로 진로를 고민했다. “과연 연기만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투잡을 뛰어야 할 수도 있고,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두려웠어요.” 고심 끝에 “다른 길을 딱히 생각해 내지 못했고, 스스로에 대한 좌절보다 연기에 대한 열망이 더 컸기 때문에” 연기를 택한 덕택에 지금의 이제훈이 있게 됐다. 이런 고민이 그에게 ‘현실감’이라는 배우로서의 강점을 품도록 만든 것 같다. “밤샘 촬영이 끝나고 집에 가서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 앞에 앉았을 때”를 말하면서 소박하게 웃는 대목에서도 ‘평범한 청년 이제훈’을 볼 수 있었다. 이제훈은 작품이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면 스스로의 모습부터 먼저 되돌아본다. <패션왕>이 한 자릿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할 때도 “내 연기가 부족한 건 아닌지, 대본을 내가 잘 이해하고 연기하는 건지, 시청자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할지” 가장 먼저 고민했다. 부드러운 말투에 겸손함이 몸에 밴 듯한 그이지만 배우로서의 야심을 드러내는 덴 주저하지 않는다. “앞으로 드라마를 하게 되면 당연히 시청률이 높았으면 좋겠고, 추석 즈음 개봉 예정인 영화 <점쟁이들>은 자신의 최고 흥행작 <건축학개론> 이상의 흥행을 했으면 좋겠”단다. 일 욕심도 욕심이지만, 자연인 이제훈이 하고 싶은 건 따로 있다. “넘치는 칭찬과 인기에 때론 날아갈 듯 기쁘다가도 또 어떨 땐 자책과 외로움에 시달리기도 하는 일상”을 채우는 건 “여행과 연애”일 것 같단다. 방금 전까지 작품 욕심을 진지하게 풀어내던 그는 “좋은 사람 만나서 빨리 사랑하고 싶다”고 말하며 다시 평범한 청년의 얼굴로 웃었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화보] ‘옹달샘 쇼’ 우리가 빼꼽 빠지게 웃겨줄게!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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