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곽도원
SBS ‘유령’ 곽도원
‘점 연기’라고 들어보셨어요?
망설임없이 뛰어든 배우의 길
회의도 했지만 “바쁜 요즘 행복”
‘점 연기’라고 들어보셨어요?
망설임없이 뛰어든 배우의 길
회의도 했지만 “바쁜 요즘 행복”
“동네 담배가게 아주머니는 ‘노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언제 배우를 했냐’고 물으세요. 그러면 ‘한 20년째 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죠.(웃음)”
배우 곽도원(38·사진)은 “드라마에 출연하고 난 뒤 두부 한 모를 사러 나가도 동네 아주머니들이 알아본다”고 말했다. 에스비에스(SBS) 수목 드라마 <유령>에서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권혁주 반장을 연기하는 곽도원을 15일 <한겨레> 사옥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 2월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악질 검사 조범석 역으로 영화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연이어 출연한 <유령>에서는 광기가 번득이는 형사로 열연하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덩치만큼이나 묵직한 존재감을 보이는 그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 자신 말고는 누구도 못 알아보는” 엑스트라와 단역 생활을 오래 했다. 그의 첫 영화는 <이재수의 난>(1999)이다. “‘점 연기’라고 들어 보셨어요? 성벽에 깃발 들고 서 있는 연기예요. 점으로만 보이니까, 필모그래피에도 안 올라와 있어요.” 9년 뒤 2008년에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일주일 동안 나가서 촬영을 했어요. 가족들, 친구들한테 내가 나온다고 다 이야기했는데 아무도 못 알아보는 거죠. 등판만 딱 한 번 나오거든요. 나만 알아보겠더라고요. 그 뒤론 내가 출연한 작품도 실제로 상영되는 것을 보지 않고서는 지인들한테 이야기를 안 했어요.”
이제서야 빛이 들지만, 그의 연기 인생은 20년에 가깝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대학로 연극판에 뛰어들었다. 어두운 집안 환경 탓에 학창 시절 사고뭉치였다는 그였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 본 <바쁘다 바뻐>라는 연극 한 편이 그를 배우로 이끈 계기가 됐다.
“배우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연기를 하는 모습이 감탄스러웠어요. 한 장소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환희를 느끼고 웃고 울고 하는 풍경을 처음 봤거든요.” 망설임 없이 뛰어들어 “품바도 하고, 뮤지컬 단역도 하고, 아동극도 하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녔”지만 생각만큼 성공적이지 못했다.
곽도원은 얼마간 연극판을 떠났다가 27살에 연희단거리패 워크숍 광고를 보고 다시 연극에 도전했지만 안착하지 못하고 7년 만에 그만뒀다. 더는 연기를 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 목숨을 끊을까 생각도 하다 영화로 방향을 틀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오디션에서 거푸 쓴잔을 들이켰다. 답답한 마음에 2010년 영화 <황해>에 단역으로 출연할 때 연극 무대 선배 김윤석에게 “어떻게 하면 오디션에 붙을 수 있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김윤석의 대답은 허무하게도 “나도 계속 떨어지기만 했다”는 거였다.
순탄치 않은 인생 행로는 이제 카리스마가 묻어나는 연기로 보상의 시간을 맞고 있다. “연극하고, 영화 단역을 할 때 하도 쉬어서인지 바쁜 요즘이 행복하다”는 그의 유일한 고민은 “권혁주를 더 잘 연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거의 매일 밤을 새우고, 화내는 강도를 달리해 같은 장면을 여러 버전으로 찍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글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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