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현경(29)
영화 ‘두 번의 결혼식…’ 레즈비언 역에 도전한 류현경
결혼 압박받는 게이·입양 원하는 레즈비언 위장결혼 그려
“동성애는 자연스러운 사랑의 감정…유쾌한데 찡한 영화”
결혼 압박받는 게이·입양 원하는 레즈비언 위장결혼 그려
“동성애는 자연스러운 사랑의 감정…유쾌한데 찡한 영화”
결국 소속사가 고사했지만, 기자는 지난해 말 배우 류현경(29) 쪽에 <한겨레> 영화칼럼 필자로 참여해 달라고 제안한 적이 있다. “동지들이 모여 작품을 만드는 현장의 에너지를 죽을 때까지 느끼고 싶다”는 배우로서의 열정과 자존감, 그러면서도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로움이 그에게서 엿보였기 때문이다.
13살에 연기자로 데뷔해 대학에선 영화연출을 전공하고, 감독으로 단편영화를 내놓더니, 영화제 심사위원, 독립·예술영화제 개막식 진행자와 홍보대사로도 나선다. <신기전> <방자전> <쩨쩨한 로맨스> 같은 상업영화와 <굿바이 보이> 같은 저예산 독립영화를 넘나들며 출연한다. 무당 김금화 선생의 생애를 다룬 판타지 다큐멘터리 영화 <만신>(감독 박찬경·개봉 준비 중)에서 ‘김금화’의 젊은 시절을 맡은 재연배우가 갑자기 출연할 수 없게 되자, “(대신) 해줄 수 있겠느냐”는 연출자의 부탁에 기꺼이 응하기도 했다.
“상업영화, 독립영화를 구분하는 생각도 없어졌으면 해요. 영화는 영화일 뿐. 영화와 문화가 다양해지면 좋잖아요. 그러면 내 역할도 다양해지고, 사람들의 시각도 다양해지고. 멋있지 않아요?”
김조광수 감독이 다른 여배우들이 꺼린 여성 동성애자(레즈비언) 주인공 역의 캐스팅으로 고심하다, “류현경이라면?” 하고 떠올린 건 이 배우가 중시하는 ‘다양성의 가치’를 생각하면 적절한 판단이었다.
지난 20일 서울 시내 카페에서 만난 류현경은 그럼에도 “감독님이 ‘(동성애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겠니?’라고 묻더라”며 웃었다.
“그건 자연스러운 사랑의 감정이지, 이해하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제가 맡은 ‘효진’ 역도 사랑이 많고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아이로 생각하고 연기했죠.”
21일 개봉한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은 결혼 압박을 받는 남성 동성애자(게이) ‘민수’(김동윤)와 아이를 입양해 레즈비언 연인과 키우고 싶은 레즈비언 산부인과 의사 ‘효진’의 위장결혼을 그렸다. “행복한데 슬프고, 유쾌한데 찡한 영화”란 그의 말처럼,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의 틀 속에 동성애의 고민을 담았다.
영화는 게이 민수의 ‘내적 성장’에 집중한 탓에, 류현경의 장면들이 많이 삭제됐다. 류현경은 연인을 사랑하는 ‘효진’의 밝은 캐릭터를 자연스러운 연기로 설득시킨다.
그런데 그가 “아직도 이런 분들이 많구나 깜짝 놀란” 것은 이 영화 출연소식이 알려지자 나온 온라인상의 반응 때문이었다.
“‘그런 이미지 아닌 줄 알았다’ ‘유교사상에 어긋난다’ ‘좋아한 배우였는데…. 아이들이 이 영화 볼까 겁난다’ 같은 댓글들을 봤어요. 편견, 선입견, 틀, (구분 짓는) ‘선’ 같은 건 없었으면 좋겠어요.”
15살 이상 관람가인 이 영화를 학생 관객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중·고등학생 때 하루에 영화를 두세 편씩 볼 정도였어요. 그때 장궈룽(장국영)·량차오웨이(양조위)가 동성애를 연기한 <해피 투게더>(1997)를 봤는데, 슬픈 사랑 얘기구나 느꼈죠. 동성애에 대해 편견이 없는 것도 집에서 저를 다그치거나 통제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어린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본다고 동성애자가 되거나, 그런 건 아니거든요.”
그는 실제로 남성 동성애자인 김조광수 감독에 대해 “오랫동안 영화를 비롯한 문화 활동으로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알리고, 유쾌하게 지내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했다. 동성 연인과 서울 시청광장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고 밝힌 감독을 위해, 류현경은 “결혼식 때 이번 영화의 배우·스태프들과 공연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사회가 생각의 틀을 더 확장시킬 수 있도록, “레즈비언계의 김조광수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글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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