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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꿈 없이 행복하면 안 돼?”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해봐

등록 2012-06-29 19:40수정 2012-07-27 19:43

<메리대구공방전>(문화방송, 2007)
<메리대구공방전>(문화방송, 2007)
[토요판] 이승한의 몰아보기
<메리대구공방전>(문화방송, 2007)
<트렌드 이>(Trend E), 6월30일(토) 오전 5시 1~5회, 낮 12시 1~14회, 7월1일(일) 오전 5시 3~16회, 밤 10시30분 11~16회

서울이란 도시가 묘한 것이, 그 안에서 평생 그리워해도 한번을 못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냥 길을 걷다 농담처럼 마주치는 이도 있다. 발 디딜 틈 없는 시내버스 뒷자리에서 딸기씨를 본 양평동 이씨는 인연의 오묘함과 서울의 인구밀도에 대해 생각했다. 사람을 만나려니 이렇게도 만나는구나.

6년 전 과외선생과 학생으로 만났을 때, 딸기씨는 자신의 꿈이 뭔지 몰라 답답해하던 학생이었다. 쉬는 시간이면 딸기씨는 “저는 뭘 하면 좋을까요?”라 물었지만, 말이 좋아 선생이지 딸기씨보다 서너 살 많은 어린애였던 이씨는 뾰족한 답을 주지 못했다. 영문장의 5형식에 대해 물으면 알려줄 수 있었으련만. 어느새 20대 중반이 된 딸기씨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중이라고 했다. 이씨는 문득 그때 못 했던 대답을 해주고 싶었다.

“너, 아직도 뭘 하면 좋은지 모르겠어?” 이씨의 질문에 딸기씨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최근 드라마 <메리대구공방전>을 다시 봤거든요.” “그래서?” “주인공들 참 찌질하잖아요. 대책 없이 낙천적이기만 한 백수들. 그래도 메리랑 대구는 하고 싶은 게 분명하니까 웃으며 견디는데, 전 그게 부럽더라고요.”

머릿속으로 드라마를 복기하던 이씨가 입을 뗐다. “사람들은 왜 꿈을 가지는 걸까?” 딸기씨는 대답을 재촉하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씨를 보았다. “나도 잘은 모르지만, 꿈은 이루면 행복해질 것 같아서 가지는 거 같아. 메리랑 대구도 뮤지컬 배우와 무협 작가가 되면 행복할 거라 생각해서 견딘 거 아닐까?”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그러니까 무슨 꿈을 가져야 행복할까요?” “음…, 꿈 없이 행복하면 안 돼?” 순간 딸기씨의 표정이 멍해졌다. “이 나이에 꿈이 없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행복해지려고 꿈을 갖는 거지, 꿈이 없으면 행복해선 안 된다는 법은 없잖아? 메리랑 대구가 꿈을 이뤄서 행복했니?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하루하루 살았으니 당당하고 즐거웠던 거지.”

“꿈 같은 거 필요 없다 이건가요?” “꿈을 갖느냐 아니냐의 문제보다 행복 그 자체가 더 중요하다는 거지. 물론 꿈이 있으면 빈 주머니에 야망만 채우고 다녀도 행복할 수 있겠지만, 남들이 다 꿈을 가져야 한다니까 등 떠밀려 꿈이 없다고 초조해하면 앞뒤가 바뀐 게 아닐까?”

골똘히 생각에 잠겼던 딸기씨가 고개를 들어 되물었다. “선생님은 지금 행복하세요?” 버스가 가로등 옆을 지날 때마다 딸기씨의 얼굴이 밝아졌다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길 반복했다. 막연한 불안과 기대가 뒤섞인 얼굴, 이씨도 거울 앞에서 만나곤 했던 얼굴이었다. 이씨는 힘주어 웃으며 말했다. “응. 너도 이제 스스로 그만 괴롭히고 행복해져도 괜찮아.”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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