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자>에서 최정우 검사가 강동윤의 비서 신혜라를 취조하는 모습(위 왼쪽)과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기자회견 장면(위 오른쪽). 아래는 <유령>의 주인공 김우현 등이 디도스 공격에 대응하는 장면(왼쪽)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 디도스 공격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최구식 전 새누리당 의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나오는 장면.
[추적자·유령 ‘썩은 현실’과 오버랩]
썩은 현실에서 자양분을 빨아들였다. 그렇게 만든 드라마는 현실을 보는 듯한 불편함과 리얼리티의 재미를 선사한다. <에스비에스>(SBS)의 두 드라마 <추적자>와 <유령>이다. 현실을 은근히 빗댄 소재를 끼워넣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이처럼 직설 화법을 구사하는 드라마는 보기 어려웠다. 현재진행형인 사건들까지 팍팍 썰어넣은 이야기는 부조리한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잘라 보여주는 것 같다. 에두르지 않는 강렬함이 새로운 드라마 장르의 유행 가능성을 예고한다.
■ 현실에 던지는 충고?
“충고 하나 합시다. 어떤 약속을 받고 왔든 당신이 왔던 그 자리로 다시 못 가. 한 번 잘린 꼬리는 다시는 몸통에 못 붙거든. 그런데 꼬리들이 그걸 몰라요.” <추적자> 9회에서 대통령 후보 강동윤(김상중)을 보호하려고 자신이 죄를 뒤집어쓰려는 비서 신혜라(장신영)에게 검사 최정우(류승수)가 던진 말이다.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의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지난 3월 “내가 몸통이다”라고 주장했던 것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당시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깃털의 자백’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 6월 검찰의 재수사 결과에 대해 시민사회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깃털’, ‘몸통’, ‘꼬리’라는 말이 귀에 쏙 들어오는 것은 시청자들이 그만큼 권력형 비리 사건을 많이 접하기 때문이다. 강동윤이 밑바닥부터 시작해 대통령 후보까지 올라서고 재벌과 밀접하게 연결된 점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누리꾼들은 정치권력을 쥐락펴락하는 ‘슈퍼 재벌’ 한오그룹이 삼성을 연상케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 회장(박근형)이 아들(전노민)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려고 불법적 수단을 동원하는 모습은 삼성의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이용한 불법 승계 논란을 보는 듯하다. <추적자>는 전관예우, ‘정치 검사’, ‘정치 판사’ 등 법조계의 어두운 이면도 빠트리지 않고 복사했다. <유령>은 더 직접적이다. 최근 사건들을 그대로 소재로 썼다. 성접대 추문에 시달렸던 여배우 신효정(이솜)은 고 장자연씨를 연상시켰고, 극중 누리꾼들이 개설한 카페 ‘신진요’(신효정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는 가수 타블로의 학력 위조 논란을 제기했던 누리꾼들 모임인 ‘타진요’를 차용했다. 6월13일 방송분에서는 외국 천재 해커들의 모임 ‘대형’이 대한전력에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가해 전력이 마비되는 사태를 그렸다. 여기에는 지난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 디도스 공격 사건과 한국전력의 대규모 정전 사태가 소재로 쓰였다. 이 드라마에서는 또 현실과는 조금 다른 버전으로 민간인 사찰이나 학교폭력 문제도 등장한다.
추적자에선
윗선 보호하려 검찰서 ‘몸통’ 자처
민간인 사찰 이영호와 겹쳐 보여 유령에선
‘신진요’·공공기관 디도스 공격
최근 사건 그대로 소재로 차용 ■ 정치권에서도 촉각
두 드라마는 지난해 영화계에서 시작된 리얼리티 바람을 이어가는 측면이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지난해 <도가니>, <부러진 화살> 등 현실을 차용한 영화들은 투자에 대비해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며 “추적자가 방송에서 그 문을 연 셈인데, 다수가 보는 방송 드라마가 사회 문제를 좀더 손에 잡히듯 그려주기 때문에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관심도 높다고 한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 보좌관은 “지난해부터 영화계에서 불기 시작한 기득권 세력 비판 분위기가 올해에는 드라마로 다시 번질까 걱정하는 점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드라마의 자극으로 기득권 세력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 정치권이나, 그 안의 특정 세력에게 불똥이 튈 수 있다는 말이다. ‘사적 복수 드라마’라는 <추적자>의 결론이 어떻든, 기득권층으로서는 이 드라마에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사회 비판 의도는 없다”지만…
제작진은 두 드라마가 동시에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뿜어내는 것에 대해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실성을 높이려다 보니 실제 사건을 차용했을 뿐이고, 일부러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려고 하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추적자>의 이현직 책임피디(CP)는 “주제인 부성애를 극대화시키려면 이를 상대하는 악이 필요했다”며 “악을 크게 만들기 위해 악인들을 사회에서 힘 있는 집단에서 끌어오다 보니 결과적으로 현실 비판적 드라마로 비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령>의 최문석 책임피디는 “과거에는 지금처럼 현실 비판적인 내용을 드라마에 담기가 어려웠지만 이제는 얼마든지 가능해졌다”며 “소재를 잡고 취재를 하면서 지금 세대들은 분명히 높은 관심을 보일 것이란 확신을 갖게 됐고, 결국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들어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추적자>와 <유령>의 시청률은 각각 12.8%, 11.1%(6월25일~7월1일)로 스케일과 출연진 등을 따지면 높다고 할 수 없지만, 에스비에스 쪽 표정은 밝다. 에스비에스 관계자는 “두 드라마가 계속 이슈를 불러일으키면서 핵심 타깃인 2049(20~49살)층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시청률은 기대보다 낮아도 광고는 잘 팔린다고 말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화보] ‘박근혜에 눈도장 찍자’ 의원들 한줄 행렬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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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고 하나 합시다. 어떤 약속을 받고 왔든 당신이 왔던 그 자리로 다시 못 가. 한 번 잘린 꼬리는 다시는 몸통에 못 붙거든. 그런데 꼬리들이 그걸 몰라요.” <추적자> 9회에서 대통령 후보 강동윤(김상중)을 보호하려고 자신이 죄를 뒤집어쓰려는 비서 신혜라(장신영)에게 검사 최정우(류승수)가 던진 말이다.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의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지난 3월 “내가 몸통이다”라고 주장했던 것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당시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깃털의 자백’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 6월 검찰의 재수사 결과에 대해 시민사회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깃털’, ‘몸통’, ‘꼬리’라는 말이 귀에 쏙 들어오는 것은 시청자들이 그만큼 권력형 비리 사건을 많이 접하기 때문이다. 강동윤이 밑바닥부터 시작해 대통령 후보까지 올라서고 재벌과 밀접하게 연결된 점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누리꾼들은 정치권력을 쥐락펴락하는 ‘슈퍼 재벌’ 한오그룹이 삼성을 연상케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 회장(박근형)이 아들(전노민)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려고 불법적 수단을 동원하는 모습은 삼성의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이용한 불법 승계 논란을 보는 듯하다. <추적자>는 전관예우, ‘정치 검사’, ‘정치 판사’ 등 법조계의 어두운 이면도 빠트리지 않고 복사했다. <유령>은 더 직접적이다. 최근 사건들을 그대로 소재로 썼다. 성접대 추문에 시달렸던 여배우 신효정(이솜)은 고 장자연씨를 연상시켰고, 극중 누리꾼들이 개설한 카페 ‘신진요’(신효정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는 가수 타블로의 학력 위조 논란을 제기했던 누리꾼들 모임인 ‘타진요’를 차용했다. 6월13일 방송분에서는 외국 천재 해커들의 모임 ‘대형’이 대한전력에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가해 전력이 마비되는 사태를 그렸다. 여기에는 지난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 디도스 공격 사건과 한국전력의 대규모 정전 사태가 소재로 쓰였다. 이 드라마에서는 또 현실과는 조금 다른 버전으로 민간인 사찰이나 학교폭력 문제도 등장한다.
<추적자>의 주인공 백홍석이 자신의 딸을 해친 피케이준에게 총을 겨누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윗선 보호하려 검찰서 ‘몸통’ 자처
민간인 사찰 이영호와 겹쳐 보여 유령에선
‘신진요’·공공기관 디도스 공격
최근 사건 그대로 소재로 차용 ■ 정치권에서도 촉각
두 드라마는 지난해 영화계에서 시작된 리얼리티 바람을 이어가는 측면이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지난해 <도가니>, <부러진 화살> 등 현실을 차용한 영화들은 투자에 대비해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며 “추적자가 방송에서 그 문을 연 셈인데, 다수가 보는 방송 드라마가 사회 문제를 좀더 손에 잡히듯 그려주기 때문에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관심도 높다고 한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 보좌관은 “지난해부터 영화계에서 불기 시작한 기득권 세력 비판 분위기가 올해에는 드라마로 다시 번질까 걱정하는 점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드라마의 자극으로 기득권 세력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 정치권이나, 그 안의 특정 세력에게 불똥이 튈 수 있다는 말이다. ‘사적 복수 드라마’라는 <추적자>의 결론이 어떻든, 기득권층으로서는 이 드라마에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사회 비판 의도는 없다”지만…
제작진은 두 드라마가 동시에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뿜어내는 것에 대해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실성을 높이려다 보니 실제 사건을 차용했을 뿐이고, 일부러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려고 하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추적자>의 이현직 책임피디(CP)는 “주제인 부성애를 극대화시키려면 이를 상대하는 악이 필요했다”며 “악을 크게 만들기 위해 악인들을 사회에서 힘 있는 집단에서 끌어오다 보니 결과적으로 현실 비판적 드라마로 비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령>의 최문석 책임피디는 “과거에는 지금처럼 현실 비판적인 내용을 드라마에 담기가 어려웠지만 이제는 얼마든지 가능해졌다”며 “소재를 잡고 취재를 하면서 지금 세대들은 분명히 높은 관심을 보일 것이란 확신을 갖게 됐고, 결국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들어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추적자>와 <유령>의 시청률은 각각 12.8%, 11.1%(6월25일~7월1일)로 스케일과 출연진 등을 따지면 높다고 할 수 없지만, 에스비에스 쪽 표정은 밝다. 에스비에스 관계자는 “두 드라마가 계속 이슈를 불러일으키면서 핵심 타깃인 2049(20~49살)층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시청률은 기대보다 낮아도 광고는 잘 팔린다고 말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화보] ‘박근혜에 눈도장 찍자’ 의원들 한줄 행렬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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