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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내 안에 너 있다”…드라마 ‘깨알’ 패러디 떳다

등록 2012-07-09 19:50수정 2012-07-10 10:05

<마지막 승부>(1994·MBC)에서처럼 농구하는 <신사의 품격>의 장동건
<마지막 승부>(1994·MBC)에서처럼 농구하는 <신사의 품격>의 장동건
영화·드라마·개콘 유행어들
신사의 품격·넝쿨당서 재연
웃음주며 인기 덩달아 껑충
“과거 인기 추수” 불편함도
텔레비전 화면에서 선생님으로 등장한 김광규가 장동건에게 말한다.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

김광규는 11년 전 영화 <친구>에서 장동건의 친구 유오성에게도 그랬다.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

느닷없는 패러디에 폭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다. 김광규는 김도진(장동건)에게 “너 혹시 부산에서 나 본 기억 없느냐”, “억수로 낯이 익다”고 말하며 드라마와 코미디의 경계를 아무렇지 않게 허물어버린다. 과거 영화에서 같은 대사를 한 배우까지 카메오로 등장시키는 에스비에스 주말드라마 <신사의 품격>(신품)의 종횡무진 패러디가 드라마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위부터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KBS2)를 패러디한 <넝쿨째 굴러온 당신> 조윤희·이희준, 영화 <약속>(1998)을 따라한 <신품>의 이종혁, 사극 <여인천하>(2001·SBS)의 중전이 된 <넝쿨당>의 김남주.   에스비에스·한국방송2 제공
위부터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KBS2)를 패러디한 <넝쿨째 굴러온 당신> 조윤희·이희준, 영화 <약속>(1998)을 따라한 <신품>의 이종혁, 사극 <여인천하>(2001·SBS)의 중전이 된 <넝쿨당>의 김남주. 에스비에스·한국방송2 제공
<신품>에서는 18년 전 장동건이 주연한 추억의 드라마 <마지막 승부>도 되살아났다. “농구를 마지막으로 해본 게 언제냐”는 임태산(김수로)에게 김도진은 “94년에 마지막 승부를 가렸지”라고 답한다.

개그 코드를 적극 활용하는 이 드라마에서 유명 프로그램 대사 한두 마디씩 패러디하는 것은 다반사다. 이정록(이종혁)은 “아니, 어떻게 알았지!”라며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유행어를 따라하고, “내 안에 너 있다”며 2004년 인기 드라마 <파리의 연인> 장면도 재연했다. 교사로 등장하는 서이수(김하늘)는 자신을 따라다니는 학생에게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라며 2002년 드라마 <로망스>를 흉내냈다. 당시 드라마에서 역시 교사 역을 맡은 김하늘 자신이 김재원에게 했던 말이다.

시청률 1위 드라마인 한국방송(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넝쿨당)에서도 심심찮게 패러디 장면이 나온다. 방이숙(조윤희)에게 사랑 고백을 하고픈 천재용(이희준)은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장면을 상상하고 <시크릿 가든>의 거품 키스 장면도 떠올린다.

인기 드라마가 패러디를 즐겨 쓰는 현상은 <개그콘서트>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대중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개콘에서 먼저 영화와 드라마, 광고를 적극적으로 패러디하는 시도를 해 성공하면서 예능과 드라마에까지 전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청률에서 <개그콘서트>를 제친 <신품>의 힘에는 역설적으로 <개그콘서트> 식의 패러디가 한몫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신품>의 경우 이른바 ‘엑스(X) 세대’의 추억과 감성을 타깃으로 하기에 1990년대 드라마나 영화 패러디가 웃음을 선사하면서 드라마 전개와 화학적으로 결합해 들어가는 면도 있다. 7일 과거 회상 장면에서는 허름한 술집에서 김종서의 ‘대답 없는 너’와 김동률의 ‘기억의 습작’이, 임태산이 입대하는 장면에서는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가 흘러나왔다. 8일에는 1995년 인기 드라마 <모래시계>도 등장했다. 1990년대 문화를 녹여내 성공한 영화 <건축학개론>처럼 드라마에서도 추억 마케팅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기발한 패러디의 재미는 시청률 상승에도 기여를 한다는 평가가 많지만, 작품성을 해친다는 지적도 있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현재 나타나는 패러디 현상은 원작의 권위를 해체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단순한 모방일 뿐”이라며 “과거 (작품의) 인기에 기댄 패러디가 잔재미를 줄 수는 있겠지만, 이야기가 파편화되면서 극적 긴장감과 작품성이 떨어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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