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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나상실은 왜 짜장면에 꽂힌 걸까

등록 2012-07-13 19:55수정 2015-10-23 14:53

드라마 <환상의 커플>(문화방송)
드라마 <환상의 커플>(문화방송)
[토요판] 이승한의 몰아보기
<환상의 커플> (2006년. <문화방송>)

“그게 무슨 소리예요?” 멍하니 있던 양평동 이씨는 후배 홍이씨의 말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응?” “무슨 소리냐고요.” 아니, 얘는 왜 인상을 쓰고 그래. “내가 뭐라고 그랬는데?” “형이 그랬잖아. ‘왜 하필 짜장면일까’라고. 왜, 후배가 기껏 밥 산다고 불러놓고 짜장면 먹이는 게 그렇게 고까워요?” 이런, 오해를 해도 단단히 했겠군.

“그게 아니고. 너 <환상의 커플> 본 적 있냐?” “김제동 나오던 프로그램?” “아니, 그건 <환상의 짝꿍>이고. 한예슬하고 오지호 나오는 홍자매 드라마 있잖아.” “아, 기억난다. 그런데 그건 왜요?” “케이블에서 그걸 다시 해주더라고. 보다가 갑자기 궁금해지더라. 나상실은 왜 그렇게 짜장면에 꽂혔을까? 그 많은 음식 중에서 말이지.”

별소리 다 듣는다는 표정으로 홍이씨가 말했다. “형도 참. 부잣집 자제분들이 저잣거리 음식 좋아하는 설정이 한둘이오? 김정은이 떡볶이 먹고 심오한 맛이 어쩌고 하면서 카드 되냐고 묻던 괴상한 드라마도 있었잖아?” “그거하고는 다르지. 나상실은 거의 매일 출석부 찍듯 짜장면을 먹거든. 짜장은 가끔 먹어야 맛있지, 매일 먹기에는 좀 기름지지 않냐?”

“주방이 코앞인데 아주 좋은 덕담 하셨소.” 어쩐지, 홍이씨 어깨 너머 주방장의 눈빛이 매서웠다. “입장 바꿔 생각해봐. 형이 물에 빠져서 죽다 살아났어. 기억도 잃고 돈도 신분증도 휴대폰도 없지. 피로하고 허기지고 모든 게 혼란스러운데, 그 와중에 난생처음 먹는 짜장면이라고. 형 같으면 안 꽂히겠어?”

“재벌 2세라고 짜장면을 처음 먹어 본다는 게 말이 되냐?” 홍이씨는 단무지를 씹으며 대꾸했다. “먹어 봤을 수도 있지. 하지만 짜장면을 좋아하는 한예슬은 갑부 조안나가 아니라 기억을 잃은 나상실인 거잖아. 집도 절도 선입견도 없이 깨끗하게 리셋된 상태인 거라고. 그 상태에서 한 젓가락 먹으면 빡! 비로소 진가를 느끼는 거지.”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하지만 나상실은 기억을 잃은 거지, 성깔이나 취향을 잃은 건 아니잖아.” “이 형 답답하네. 생각해봐. 조안나나 나상실이나 같은 사람인데, 조안나한테 빌붙어 사는 남편 빌리는 안나를 두려워했고, 150만원어치 일을 부려먹겠다는 일념으로 티격태격하던 장철수는 나상실의 본질을 보잖아. ‘이 사람은 나에게 어떤 사람이다’라는 조건이 만든 선입견을 걷어야 비로소 상대의 진가도 볼 수 있는 거야. 사람도 그럴진대 짜장이라고 다를까.”

말문이 막힌 이씨는 젓가락으로 짜장면만 깨작거렸다. “야, 너 말 잘한다.” “면 불기 전에 어서 잡숫기나 해.” “너 그런데 은근슬쩍 말 놓는다?” “아, 면 분다니깐.”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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