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KBS) <개그콘서트>의 ‘용감한 녀석들’. 사진 한국방송2 제공
# “남자친구 월급날을 기다려. 왜? ‘신상’ 나왔으니까.” <한국방송>(KBS) <개그콘서트>의 ‘용감한 녀석들(위 사진)’은 이런 노랫말로 인기를 끌며 브라운관을 점령했다. 남자에게는 “여자친구 쇼핑할 때 6시간 기다려. 니가 사줄 거 아니면 입 닥치고 기다려”라고 외친다.
별다른 멜로디도 없이 단지 흥겨운 힙합 리듬에 맞춰 하고 싶은 얘기를 ‘용감하게’ 쏟아내는 게 전부지만, 이들은 요즘 방송의 대세가 됐다. 각종 음원차트를 휩쓸며 올 상반기 이른바 ‘개가수’(개그맨+가수) 열풍까지 몰고 왔고, 여러 광고는 물론이고 갖가지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있다. 이들의 인기 비결에는 힙합이란 음악에 담긴 ‘직설화법’이 있다.
# 지난 18일 밤 9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엠넷>의 힙합 래퍼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아래) 녹화 현장. 여기에서 만난 20대들은 마치 좀비 같았다. 힙합 리듬에 맞춰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래퍼의 가사에 열광하며 한 팔을 머리 위로 번쩍 쳐든 채 발을 굴렀다. 350여명의 관객이 한꺼번에 발을 구르니 철근 콘크리트의 견고한 바닥도 출렁였다.
이 방송은 시청률은 높지 않지만 ‘체감 인기’가 높다. 매주 방송이 끝나면 방송에 나온 래퍼와 노래 등이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오른다. 제작진은 힙합의 인기가 높아져 가수 드렁큰타이거나 윤미래 등이 배출됐던 2000년의 분위기를 이 방송이 재연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다. 이 현상 역시 힙합의 ‘직설화법’이라는 요소에서 비롯됐다는 게 문화평론가들의 해석이다.
트위터와 짧은 글 익숙한 20대
돌리지 않고 과감한 멘트 날린
용감한 녀석들·쇼미더머니 열광
방송가 인기프로 대세 ‘솔직토크’ ■ 20대의 마음을 흔든 힙합의 매력
디지털 세대는 짧은 문장만 쓰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트위터 등의 영향으로 글을 짧으면서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습관이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예전처럼 기승전결을 맞춰 논리적으로 말을 풀어내는 아날로그적 화법들이 더는 효과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조심스럽게 서론을 꺼내거나 돌려 말하는, 지금까지 미덕으로 여겨졌던 화법과는 180도 다르다. 신형관 씨제이이앤엠(CJ E&M) 엠넷 본부장은 “힙합은 마음에 안 들면 안 든다고 직설적으로 내뱉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힙합 같은 장르가 새삼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힙합은 자기 얘기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 <쇼미더머니>에 출연한 브라운아이드걸스 소속 래퍼 미료는 “내 생각과 철학을 가사로 직접 만들어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다는 게 힙합의 묘미”라고 말했다. 개그맨 정형돈과 힙합 가수 데프콘(유대준)이 결성한 힙합 듀오 ‘형돈이와 대준이’도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용감한 녀석들’과 함께 ‘개가수’ 열풍을 만들었다. 이들의 노래 ‘안 좋을 때 들으면 더 안 좋은 노래’는 솔직하다 못해 독설 같다. “어제 헤어진 남자 네가 못나서 헤어진 것 같겠지만… 네가 진짜 못난 거야. 너는 비가 오면 소주를 마시겠지만 걔는 비가 오면 클럽에서 양주 따” 이런 식이다. 대중문화평론가 하재근씨는 “힙합은 직설화법을 원하는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방송에 퍼지는 직설화법
직설화법의 인기는 힙합 장르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거침없이 자신의 속 이야기를 펼쳐내면 인기가 뒤를 따른다. “야 봉숙아, 택시는 말라(뭐하러) 잡을라고. 오빠 술 다 깨면 집에다 태아줄게(태워줄게). 저기서 술만 깨고 가자 딱 30분만 셔따(쉬었다) 가자” 이런 낯부끄러운 노래를 부르는 밴드 장미여관은 최근 <한국방송>(KBS)의 밴드 경연 프로그램 <톱밴드2>를 통해 스타로 떠올랐다. <톱밴드2>의 김광필 피디는 “잘 다듬어진 아이돌 가수들과 달리 밴드는 자신들만의 작곡과 연주력에 직접 만든 가사를 담아 세상에 메시지를 던지려 한다는 점이 젊은이들의 마음을 파고든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방송>(MBC)의 <황금어장-라디오스타>는 독설과 직설을 넘나드는 질문으로 초대 손님들의 솔직한 생각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짜여 인기를 끈다. 진행자인 규현(슈퍼주니어)은 <라디오스타>에 초대 손님으로 출연한 작곡가 주영훈에게 “곡도 안 쓰는데 생계는 어떻게 하나. 물러나시겠다는 건가”라고 묻기도 했다. <에스비에스>(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의 진행자 한혜진도 에두르지 않고 본론으로 바로 직행하는 화법으로 인기가 높다. 가수 이효리의 털털한 직설법도 비슷한 매력 요소다. ‘용감한 녀석들’, ‘형돈이와 대준이’, 장미여관 등의 인기를 돌출현상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20대들은 본방송보다는 주문형 비디오(VOD)로 방송 콘텐츠를 소비하기 때문에 시청률만으로 이들의 텔레비전 문화에 대한 영향력이 어느 정도나 ‘파괴력’을 지닐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황금시간대 바깥쪽부터 서서히 영향을 미치는 것만은 분명하다. 정덕현씨는 “디지털 세대들이 직설적으로 툭툭 말을 던지는 화법이 부지불식간에 문화 전반으로 파고든 것 같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방송이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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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대는 짧은 문장만 쓰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트위터 등의 영향으로 글을 짧으면서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습관이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예전처럼 기승전결을 맞춰 논리적으로 말을 풀어내는 아날로그적 화법들이 더는 효과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조심스럽게 서론을 꺼내거나 돌려 말하는, 지금까지 미덕으로 여겨졌던 화법과는 180도 다르다. 신형관 씨제이이앤엠(CJ E&M) 엠넷 본부장은 “힙합은 마음에 안 들면 안 든다고 직설적으로 내뱉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힙합 같은 장르가 새삼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힙합은 자기 얘기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 <쇼미더머니>에 출연한 브라운아이드걸스 소속 래퍼 미료는 “내 생각과 철학을 가사로 직접 만들어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다는 게 힙합의 묘미”라고 말했다. 개그맨 정형돈과 힙합 가수 데프콘(유대준)이 결성한 힙합 듀오 ‘형돈이와 대준이’도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용감한 녀석들’과 함께 ‘개가수’ 열풍을 만들었다. 이들의 노래 ‘안 좋을 때 들으면 더 안 좋은 노래’는 솔직하다 못해 독설 같다. “어제 헤어진 남자 네가 못나서 헤어진 것 같겠지만… 네가 진짜 못난 거야. 너는 비가 오면 소주를 마시겠지만 걔는 비가 오면 클럽에서 양주 따” 이런 식이다. 대중문화평론가 하재근씨는 “힙합은 직설화법을 원하는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엠넷>의 힙합 래퍼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사진 엠넷 제공
직설화법의 인기는 힙합 장르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거침없이 자신의 속 이야기를 펼쳐내면 인기가 뒤를 따른다. “야 봉숙아, 택시는 말라(뭐하러) 잡을라고. 오빠 술 다 깨면 집에다 태아줄게(태워줄게). 저기서 술만 깨고 가자 딱 30분만 셔따(쉬었다) 가자” 이런 낯부끄러운 노래를 부르는 밴드 장미여관은 최근 <한국방송>(KBS)의 밴드 경연 프로그램 <톱밴드2>를 통해 스타로 떠올랐다. <톱밴드2>의 김광필 피디는 “잘 다듬어진 아이돌 가수들과 달리 밴드는 자신들만의 작곡과 연주력에 직접 만든 가사를 담아 세상에 메시지를 던지려 한다는 점이 젊은이들의 마음을 파고든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방송>(MBC)의 <황금어장-라디오스타>는 독설과 직설을 넘나드는 질문으로 초대 손님들의 솔직한 생각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짜여 인기를 끈다. 진행자인 규현(슈퍼주니어)은 <라디오스타>에 초대 손님으로 출연한 작곡가 주영훈에게 “곡도 안 쓰는데 생계는 어떻게 하나. 물러나시겠다는 건가”라고 묻기도 했다. <에스비에스>(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의 진행자 한혜진도 에두르지 않고 본론으로 바로 직행하는 화법으로 인기가 높다. 가수 이효리의 털털한 직설법도 비슷한 매력 요소다. ‘용감한 녀석들’, ‘형돈이와 대준이’, 장미여관 등의 인기를 돌출현상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20대들은 본방송보다는 주문형 비디오(VOD)로 방송 콘텐츠를 소비하기 때문에 시청률만으로 이들의 텔레비전 문화에 대한 영향력이 어느 정도나 ‘파괴력’을 지닐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황금시간대 바깥쪽부터 서서히 영향을 미치는 것만은 분명하다. 정덕현씨는 “디지털 세대들이 직설적으로 툭툭 말을 던지는 화법이 부지불식간에 문화 전반으로 파고든 것 같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방송이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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