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해결사>(Mythbusters)
[토요판] 이승한의 몰아보기
<호기심 해결사>(Mythbusters) 시즌7. (2003~, 미국 <디스커버리>)
<디스커버리> 토, 일 밤 11시 호기롭게 회사를 그만두고 나온 그해 여름, 양평동 이씨는 집에 처박혀 티브이 리모컨만 만지작거렸다. 막상 백수가 되니 뭘 하면 좋을지 알 수 없었고, 입금 없이 출금 내역만 찍히는 통장을 보고 있노라면 집 밖으로는 한발자국도 나가고 싶지 않았다. 밖은 물 한잔을 마셔도 돈, 더위를 피해 어디 잠깐 앉아 있으려 해도 돈이었으므로. 그리고 종수씨가 있었다. 비슷한 시기 대학을 갔고, 이씨처럼 늦게 군에 갔으며, 비슷한 시기 백수로 살았던 친구. 한심한 놈들끼리는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난다고, 갑갑한 이씨의 마음을 알아주는 건 종수씨뿐이었다. 이씨는 시간을 막론하고 가슴이 갑갑할 때면 종수씨에게 전화를 걸곤 했다. 뭐하냐? 뭐하긴, 티브이 보지. 뭐 보는데? <디스커버리> 채널. 종수씨에게 <디스커버리>는 방구석에서 전세계를 유람할 수 있게 해주는 창구였다. 종수씨는 라꾸라꾸 침대에 누워 <인간 대 자연>의 베어 그릴스와 함께 밀림을 헤맸고, 마이크 로와 함께 <더러운 직업들>을 탐사하며 장래에 피해야 할 일자리를 추려냈다. 이씨처럼 집 밖으로 나가는 게 내키지 않았던 백수 종수씨에게 <디스커버리>는 창문이자 세상이었고, 친구였다. 이씨와 종수씨가 제일 좋아했던 프로그램은 <호기심 해결사들>이었다. 특수효과 전문가들이 나와서 각종 도시전설의 진위를 실험하는 <호기심 해결사들>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았다. 상어들이 우글거리는 바닷속으로 직접 들어가지 않나, ‘과속 단속 카메라에 안 걸리는 법’이랍시고 시속 400㎞로 달리질 않나. 과감한 걸 넘어 어딘가 나사가 풀린 제작진의 기행 덕에 이씨와 종수씨는 잠시나마 세상 시름을 잊었다.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고, 이씨와 종수씨 모두 그해가 가기 전에 일거리를 찾아 바빠졌다. 바빠졌으니 연락을 못했고, 연락할 틈도 없으니 <디스커버리>를 볼 틈은 더욱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번주는 무슨 프로그램을 소개하면 좋을까’ 하며 편성표를 뒤적거리던 이씨의 눈에 반가운 제목이 들어왔다. <호기심 해결사들>. 이씨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고작 <호기심 해결사들> 때문에 눈물을 찔끔했다는 게 수치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사람 귀지로 양초를 만드는 실험을 하며 낄낄거리는 괴짜들이 없었더라면, 이씨는 그해 여름조차 무사히 버티지 못했을 것이므로. 이씨는 <호기심 해결사들>이 제 청춘의 한장임을 인정하기로 했다. ‘절대 집에서 따라 하지 마시오’라는 경고가 붙은, 웃기고 서글프고 즐거웠던 청춘. 그날 저녁 이씨는 오랜만에 종수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주 길고 아득한 통화였다.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디스커버리> 토, 일 밤 11시 호기롭게 회사를 그만두고 나온 그해 여름, 양평동 이씨는 집에 처박혀 티브이 리모컨만 만지작거렸다. 막상 백수가 되니 뭘 하면 좋을지 알 수 없었고, 입금 없이 출금 내역만 찍히는 통장을 보고 있노라면 집 밖으로는 한발자국도 나가고 싶지 않았다. 밖은 물 한잔을 마셔도 돈, 더위를 피해 어디 잠깐 앉아 있으려 해도 돈이었으므로. 그리고 종수씨가 있었다. 비슷한 시기 대학을 갔고, 이씨처럼 늦게 군에 갔으며, 비슷한 시기 백수로 살았던 친구. 한심한 놈들끼리는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난다고, 갑갑한 이씨의 마음을 알아주는 건 종수씨뿐이었다. 이씨는 시간을 막론하고 가슴이 갑갑할 때면 종수씨에게 전화를 걸곤 했다. 뭐하냐? 뭐하긴, 티브이 보지. 뭐 보는데? <디스커버리> 채널. 종수씨에게 <디스커버리>는 방구석에서 전세계를 유람할 수 있게 해주는 창구였다. 종수씨는 라꾸라꾸 침대에 누워 <인간 대 자연>의 베어 그릴스와 함께 밀림을 헤맸고, 마이크 로와 함께 <더러운 직업들>을 탐사하며 장래에 피해야 할 일자리를 추려냈다. 이씨처럼 집 밖으로 나가는 게 내키지 않았던 백수 종수씨에게 <디스커버리>는 창문이자 세상이었고, 친구였다. 이씨와 종수씨가 제일 좋아했던 프로그램은 <호기심 해결사들>이었다. 특수효과 전문가들이 나와서 각종 도시전설의 진위를 실험하는 <호기심 해결사들>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았다. 상어들이 우글거리는 바닷속으로 직접 들어가지 않나, ‘과속 단속 카메라에 안 걸리는 법’이랍시고 시속 400㎞로 달리질 않나. 과감한 걸 넘어 어딘가 나사가 풀린 제작진의 기행 덕에 이씨와 종수씨는 잠시나마 세상 시름을 잊었다.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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