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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생물들이 허락해야 방송 나가는 거죠”

등록 2012-08-06 20:15

<교육방송>(EBS) <하나뿐인 지구> 제작팀
<교육방송>(EBS) <하나뿐인 지구> 제작팀
21돌 맞는 환경다큐 ‘하나뿐인 지구’
생명존중의 메시지 주기 위해
두루미 날아오르고 내리는 장면
12시간이상 기다리면서 찍기도
“쉿. 올라온다.” 피디가 속삭였다. 촬영 감독도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스위치를 올렸다. 칠게는 진동에 민감해 목소리도 낼 수 없다. 갯벌에 뚫린 작은 구멍을 30분 동안 끈질기게 노려본 끝에, 칠게가 이리저리 눈치를 보며 올라왔다. 카메라 렌즈는 또다시 30분 동안 칠게의 움직임을 따라다녔다. 그렇게 15초짜리 장면이 만들어졌다.

지난 7월27일 오후 국내 최장수 다큐멘터리 <교육방송>(EBS) <하나뿐인 지구> 제작팀이 찾은 강화도 화도면 여차리 갯벌에는 폭염을 피할 작은 그늘도 없었다. 국내 최대 갯벌이 펼쳐진 이곳엔 가끔씩 소금기 섞인 끈적한 바람만이 얼굴을 훑고 지나갈 뿐이었다.

“얘들(생물들)이 허락을 해줘야 해요.” 가슴까지 올라오는 고무 갯벌 장화를 신은 이경배 피디는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김성욱 촬영 감독도 거들었다. “칠게를 1시간 동안 쭉 지켜보면 구멍을 파는 등의 행동에서 어느 정도 규칙성이 발견돼요. 그러면 ‘아, 얘들이 이래서 그랬구나’ 하고 어느 정도 이해가 가요. 그럴 정도 되면 방송으로 나갈 수 있는 거죠.”

이날은 더위와 사투를 벌였지만, 제작진은 지난해 말 추위에 벌벌 떨었던 기억도 전해줬다. 경기도 연천에서 두루미의 생태를 찍었을 때다. 내려와 앉고, 다시 날아가는 한 장면을 찍기 위해 무려 12시간 이상 기다려야만 했다. “생명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들을 소중히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만드는 작품인 만큼 인위적으로 날려보낼 수는 없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런 노력들이 켜켜이 쌓인 <하나뿐인 지구>는 8월 말이면 만 21년이 된다. 환경과 생태라는 말이 생소하게 들리던 1991년 8월, 5분짜리 정보 제공 프로그램이 그 시작이었다. 첫 담당 피디였던 최혜경 교육방송 편성센터장은 “짧은 방송이었지만, 환경이라는 말이 워낙 생소하던 때라서 물이 오염되면 어떤 수치가 어떻게 바뀌고 하는 등의 내용을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며 “그러다 보니 작가가 도망을 가버리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최 센터장은 국내 첫 환경 다큐를 연출하면서 환경과 개발의 갈등을 일찌감치 체험했다. 그는 “당시 밤섬에 대한 3부작 방송을 했는데, 서강대교가 10년 동안 건설이 지연되면서 피해를 본 상수동 주민들이 항의 전화를 했다”며 “‘사람 사는 게 더 중요하지 환경이 대수냐’는 항의를 들었는데, 아마 환경과 개발의 갈등 속에서 공식 항의를 받은 최초의 사람이 제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국내 환경 다큐의 시초인 만큼 20여년 동안 두둑이 쌓인 자료화면은 이 프로그램의 최대 경쟁력이다. 황성환 책임피디(CP)는 “여름에만 촬영을 나가더라도 과거에 찍은 봄, 가을, 겨울 모습을 자료로 가지고 있어 시청자들에게 한 생물의 온전한 생태를 보여줄 수 있다”며 “또 과거와 현재의 환경 변화를 비교해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강화/음성원 기자, 사진 교육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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