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제9회 국제다큐영화제
키가 커서, 동거해서, 여자라서
‘평범하지 않게’ 사는 고단한 삶
다큐에 녹인 현실비판작 눈길
키가 커서, 동거해서, 여자라서
‘평범하지 않게’ 사는 고단한 삶
다큐에 녹인 현실비판작 눈길
12살 독일 소녀 레아가 곧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난 벌써 180㎝라고. 그다음엔 195㎝가 되겠지.”
키가 너무 커서 슬픈 사람들도 있다. 그런 여성들은 자신들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고통스럽다. 다큐멘터리 <꺽다리 소녀들>(사진1)은 키 큰 여성들이 겪는 고통을 담았다. 이들은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스스로 ‘치료’에 나선다. 레아는 호르몬 치료제를 직접 허벅지에 주사한다. 무릎을 드릴로 뚫어 성장판을 막는 수술을 받는 또다른 10대 소녀도 있다. 이들의 꺽다리 엄마들도 차별적 시선에 평생을 시달릴 딸들을 위해 고통스런 치료를 돕는다. 영화 <엑스맨>에서 초능력자 돌연변이 중 한 명이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 등에 돋은 날개를 몰래 칼로 잘라 버리려 하는 장면과 겹친다. 이 영화에서 보통 사람들은 치료제를 이용해 돌연변이들의 능력을 없애려 한다. <꺽다리 소녀들>은 ‘일반적’이라거나 ‘보편적’이라는 말의 폭력성에 주목한다.
<교육방송>(EBS)이 17일부터 24일까지 ‘다큐, 세상을 움직이다’를 주제로 주최하는 제9회 국제다큐영화제(EIDF)에서는 사회적 편견에 맞서 싸우는 다큐멘터리들이 눈에 띈다. 한국 사회에서는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풍토가 어떤 사회에 못지않다. 보편성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듯하면 “유난을 떤다”며 ‘치료’에 나서기도 한다. <두 개의 선>(사진2)도 바로 그 지점을 건드렸다. 감독 지민씨가 다큐를 통해 던지는 질문은 이렇다. “과연 결혼은 한국 사회에서 선택 가능한 문제인가?” 결혼 않고 8년째 동거만 하는 짝에 대해 사람들은 “이기적”이라고 하고 “철이 없다”고도 한다. 영화는 ‘평범하지 않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 보여준다.
<기적을 그리다>(사진3)는 손자의 숙제를 돕다가 자신에게 그림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한 50살 이란 여성 아크람의 이야기다. 아크람은 완고한 남편 몰래 그림을 계속 그리다 프랑스 파리에서 전시회까지 열고 당당히 현실의 한계를 극복한다. 이란의 가부장적 결혼 문화 속에서 그가 화가로 성장한 것은 “기적”이었던 셈이다.
불합리한 현실을 고발하는 다큐들도 주목할 만하다. <바나나 소송사건, 그 이후>(사진4)는 감독 프레드리크 예르텐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스웨덴의 감독이자 언론인인 나는 표현의 자유가 당연하다고 생각해왔지만 이제는 소재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다큐는 2009년 니카라과 바나나 농장 노동자들의 끔찍한 노동 조건을 폭로한 다큐 <바나나 소송사건>의 속편이다. 세계적 농산물 회사인 ‘돌’(Dole)이 <바나나 소송사건> 제작진을 상대로 소송을 걸고 이를 취하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막강한 대기업을 상대로 수년간 힘든 싸움을 벌인 예르텐은 “언론 자유 없이는 민주주의도 없다”고 강조했다.
<첨단기술, 하류인생> 역시 언론 자유에 대한 이야기다. 다큐는 인터넷에서 개인들의 발언이나 활동을 단속하는 중국 정부의 검열이 오히려 스스로 뉴스를 만들어내는 1인 미디어 시민 기자들을 대거 등장시켰다는 내용을 담았다.
음성원 기자, 사진 교육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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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꺽다리 소녀들>, ② <두 개의 선>, ③ <기적을 그리다>, ④ <바나나 소송사건,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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