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KBS) <개그콘서트>의 박성호.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개그콘서트 ‘갸루상’ 박성호
개성의 상징 일본 ‘갸루’ 분장에
“사람이 아니무니다”로 웃음대박
소통불가 ‘사회적 멘붕’도 일조해
개콘 최고령이지만 끝없는 변신
“뉴스 즐겨보며 시사문제에 관심”
개성의 상징 일본 ‘갸루’ 분장에
“사람이 아니무니다”로 웃음대박
소통불가 ‘사회적 멘붕’도 일조해
개콘 최고령이지만 끝없는 변신
“뉴스 즐겨보며 시사문제에 관심”
“알에서 나왔으면 네가 조류야? 양서류야?” 대화가 통하지 않는 학생에게 선생님이 이렇게 묻자 학생이 답했다. “견과류이무니다~”
아이고 답답해라. 그럼 “네가 사람이야?”라고 질문을 잇자 돌아오는 대답. “사람이 아니무니다~” 이 대답을 듣고 나면 ‘멘붕’(‘멘탈 붕괴’라는 속어의 줄임말로, 너무 기가 막히거나 충격을 받아 어쩔 줄 모르는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무니다’ 체는 인터넷에서 즐겨 쓰이는 것은 물론이고 신문 기사와 칼럼 제목으로도 심심찮게 나올 정도로 대유행이다. <한국방송>(KBS) <개그콘서트>의 ‘멘붕스쿨’에서 “사람이 아니무니다”라는 한마디로 또다른 전성기를 구가하는 ‘갸루상’ 박성호(38)를 20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사옥에서 만났다.
박성호는 요즘 인기에 대해 “이럴 줄 몰랐다”고 말했다. “누구나 봤을 것 같은 캐릭터가 나와 엉뚱한 얘기를 해 시청자들에게 새로움을 주고 호기심을 유발했던 것 같기도 하고, 20~30대가 갖고 있는 불안감을 갸루상이 약간이나마 대변해주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갸루’는 소녀를 뜻하는 영어 단어 ‘걸’의 일본식 발음이다. 박성호의 분장처럼 노랗게 염색한 머리에 눈 부위를 시꺼멓게 칠한 일본 여자 청소년의 패션은 ‘갸루 스타일’로 불린다. 출발은 아내가 건넨 한 장의 ‘갸루’ 사진이었다고 한다. “한번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케이블 방송 같은 데서 본 적은 있지만, 개그로 시도하지는 않았잖아요.”
박성호는 여기에 “사람이 아니무니다”라는 표현을 장착했다. 장난칠 때 많이 쓰는 “넌 사람도 아니야”라는 표현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우스꽝스러운 캐릭터가 횡설수설한 뒤 결국 자기는 사람이 아니라는 자기 고백을 하는 데 웃음의 포인트가 있다. 보통 바보나 괴짜 연기를 하는 개그맨은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스스로 잘났다고 우기면서 웃음을 주는데, 박성호는 이 공식을 깨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이미 횡설수설에 정신이 산란해진 선생님에게 “사람이 아니무니다”는 ‘멘붕’을 유발하는 마지막 일격이다.
박성호는 ‘사회적 멘붕’이 인기에 일조하고 있다는 해석에 대해서도 공감을 표했다. 거센 논란 속에서도 연임하는 고위 공직자나, 100여년 만의 가뭄에도 “4대강 덕에 홍수와 가뭄을 성공적으로 극복했다”고 주장하는 ‘소통 불가’ 상황은 ‘멘붕’이라는 말을 유행시키고 있다. 일본에서도 갸루는 ‘남들이 뭐라 하든 내 스타일을 고수한다’는 개성의 상징이다. “그 해석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소통이 안 된다는 게 정치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부모와 자식 간에도 벌어지는 일이거든요. ‘정말 내 얘기구나’라는 공감 때문에 좋아해주시지 않나 생각해요.”
박성호는 ‘갸루상’을 연기하기로 하면서 왜색 논란이 일까 걱정도 했다. 하지만 기우였고, 오히려 시끄러운 대일 관계를 개그 소재로 쓰기도 했다. ‘갸루상’은 19일 <개콘>에서 “대체 뭘 먹길래 볼일을 안 보냐”라는 물음에 “욕을 먹스무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희망을 먹스무니다’랑 ‘나이를 먹스무니다’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 최근 논란을 반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과감한 캐릭터 변신이 주특기인 박성호는 평소 뉴스와 다큐멘터리를 즐겨 보며 시사 문제에 관심을 두는 게 꾸준한 인기의 한 비결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예전의 ‘남성인권보장위원회’ 코너 캐릭터도 강기갑 의원의 ‘날아 차기’를 본 뒤 패러디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에 데뷔하고 99년부터 <개콘>에서 활약해 온 박성호는 나이가 가장 많은 출연자다. 지나친 분장이 부담스러울 것도 같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나이만 생각하면 부담스럽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나이를 더 먹어서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늙지 않는 개그맨이 되는 한 방법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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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멘붕스쿨’에서 갸루 분장을 하고 나와 “사람이 아니무니다”라는 말로 인기를 얻고 있다.(아래 왼쪽) 주특기는 과감한 변신. ‘남성인권보장위원회’ 코너에서도 강기갑 의원을 패러디했다.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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