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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막나가는 방송’ 규제하겠다? 노출사고 본질 ‘물타기 작전’!

등록 2005-08-03 19:21수정 2005-08-03 19:58

이야기TV
문화방송 <음악캠프>의 알몸노출 사고를 두고 벌어지는 논란을 보면, 엑스파일 파문을 떠올리게 된다. 정치·언론·재벌·검찰이 한 통속이 된 내용은 애써 모른 척하고, 도청의 불법성에만 초점을 맞춰 ‘물타기’와 ‘몰아가기’에 전념하는 일부 시각 때문이다. 불법도청의 문제와 함께 내용도 따져야 한다는 상식은 잘 안 통한다.

알몸노출 사고도 그렇다. 상식과 달리 돌아간다. 알몸노출 사고가 벌어진 근본 원인에 대한 고찰은 없다. 시청률 경쟁이 원인이라고 하고, 인디밴드들을 싸잡아 알몸공연을 일삼는 이상한 집단으로 매도한다. 그렇다면 <음악캠프> 제작진이 시청률을 올리려고 인디밴드를 불러 알몸공연을 연출했다는 얘기가 된다. 여기에 며느리가 시어머니 뺨 때리는 장면을 내보낸 한국방송 <올드 미스 다이어리>까지 보탠다. <브이제이 특공대> 등 과거 흠집을 보였던 프로그램들까지 갖다댄다. 그리고 마지막에 꼭 한마디, 편파방송이라는 말도 따라 붙인다. 지엽과 총체를 가리지도 않고 몰려들어 물어뜯고 때리고 부수는 행태가 가히 ‘조폭’적이다.

억지로 이것저것 엮고 물 타고 몰아가서는 차분히 문제를 바라볼 수 없다. 해결책도 찾기 어려워진다. 물론 자사 프로그램에서 알몸노출 사건이 터진 문화방송의 책임이 무겁다. 미리 알몸노출을 모의한 혐의를 받는 사건 당사자들에게 더 큰 잘못이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결과에 대한 일종의 도의적 책임을 물을지언정, 방지할 의무를 지키지 못했다는 주장은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생방송을 진행하다 터진 일을 어떻게 하냐는 현업 피디들의 하소연이 더 와닿는다.

평소 문화적 소양이란 티끌만큼도 없어보이는 한 정치인은 퇴폐공연팀 블랙리스트를 만들겠다고 하고, 여야도 ‘막나가는 방송’을 규제하겠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단다. 방송윤리 규정 강화가 알맹이다. 물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선에서 그렇게 하겠다면서도 벌금이나 과태료, 형사입건까지 고려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인지 의심스럽다. 오히려 여론에 편승해 정치적 속셈을 감추고 방송을 묶어두려는 의도가 아닌가.

제대로된 법적 장치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지만, 우선은 방송사들의 자체 심의 기능을 강화해 방송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기본이며 최선인 해결책이다. 이와 함께 방송위와 방송사, 시청자 단체와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침 방송 콘텐츠들의 표현이 다양화·개방화하는 추세다. 드라마의 성 표현이 구체적·직접적으로 변하고,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들이 성에 대해 가감없이 표현한다. 케이블 방송에서는 미국의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범람한다. 무조건 선정적이라고 몰아세우기보다, 하나하나 따져서 분석하고 판단해야 한다.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디서부터 규제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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