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없는 광기와 파멸의 순간
얼굴없는 미녀(K2 밤 11시15분)=한국방송 ‘토요명화’ 납량특선 2탄. <로드무비>를 만든 김인식 감독의 영화로, 지난해 개봉했다. 특히 여주인공 김혜수는 이 영화로 올해 춘사영화제 여우연기상,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여자연기상, 대종상 여우주연상 등을 받았다.
지수(김혜수)는 지적이고 매혹적이지만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경계선 장애 환자다. 그리고 최면을 통해 그를 치료하던 정신과 전문의 석원(김태우)은 욕망에 이끌려 최면 속 지수와 성관계를 갖는다. 지수의 마음을 가질 수는 없는 현실 때문에 괴로워하던 석원. 그는 남편과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작별을 고하는 지수를 또 다시 최면 속 관계로 끌어들이려 한다.
인간은 고독하다. 그래서 사랑하지만, 사랑은 오히려 인간의 광기를 건드리고 이성을 마비시키고 서로를 파괴할 뿐이다. 영화는 그 광기와 파멸의 순간을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리고 출구 표시조차 없는 미스터리 속에 관객들을 가둔 채 끝을 맺는다. 그로테스크하고 강렬한 공간과 이미지들은 지수의 정신세계 만큼이나 불안하지만 그의 몸 만큼이나 매혹적이다. 19살 이상 시청가.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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