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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고기덕후’ 세종을 왜 마른 배우들이 하냐고?

등록 2012-10-05 19:44수정 2015-10-23 14:52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토요판] 이승한의 몰아보기
<뿌리깊은 나무>(2011, 에스비에스), <대왕 세종>(2008, 한국방송)
<드라맥스> 6일(토) 오후 4시, 밤 9시40분 1·2회/ 7일(일) 오전 6시25분 1~3회. 오후 1시, 밤 9시40분 3회·5회, <칭>(CHING) 6일(토) 오전 10시 9~12회/ 7일(일) 오전 10시 13~16회

“야, 요즘 애들은 진짜 최수종이 고려를 세운 줄 아냐?” 한참 왁자지껄 떠들던 와중에 누군가 단편씨에게 농을 던졌고, 모두의 시선이 단편씨에게 쏠렸다. 시선이 쏠린 건 단편씨가 어떤 재치있는 대답으로 그 농을 넘길까 궁금해서였지만, 동네 보습학원에서 고등학생들을 앉혀놓고 국사를 가르치는 단편씨로서는 웃어넘길 이야기는 아니었나 보다.

“최수종 무한환생설을 믿을 만큼 바보들은 아닌데, 애들이 조말생을 무신(武臣)으로 알긴 하더라고.” 좌중의 분위기가 싸해지더니, 농을 건 당사자가 쭈뼛쭈뼛 반문했다. “그럼 조말생이 무신 아니었어?” 단편씨는 고개를 저었다. “이게 다 <뿌리깊은 나무> 때문이야. 야, 티브이 글 쓰는 네가 좀 말해봐. 왜 작가들은 전형적인 관료를 무신으로 만든 건데?”

공은 구석에서 조용히 술 마시던 양평동 이씨한테 넘어왔고, 이씨는 갑작스러운 지목에 놀라 그만 어림없는 대답을 해버렸다. “그건 김영현, 박상연 작가님께 물어야지, 왜 나한테 그래?” 단편씨는 안경을 고쳐 쓰며 이씨에게 되물었다. “아니, 내 말은, 왜 역사를 가지고 장난질을 치느냐고.” 동창들의 눈은 이제 이씨에게 쏠렸다. 조용히 술만 먹다 집에 가긴 이제 글렀군.

“물론 역사를 너무 왜곡하면 안 되겠지만,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그리면 그건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멘터리겠지. 사극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려낼 무대로 역사를 차용하는 거니까.”

“자기들이 그럴싸한 무대를 만들면 되잖아. 세종 연간이 자기들 원고지야? 왜 역사에 있지도 않았던 밀본 같은 세력을 만드는데? 몇 년 전인가 <대왕 세종>은 갑자기 고려부활 세력을 만들어 내질 않나.”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사극은 늘 역사에 빗대어 오늘을 이야기하는 장르거든. 한국 정치가 워낙 치열하게 서로를 적대시하는 악순환의 연쇄잖아. 과연 세종 같은 성군이었다면 정적들을 어떻게 다스리고 포용하며 치세를 했을까를 보고 싶은 게 아닐까? 그래서 우린 <뿌나>나 <대왕 세종>을 통해 역사 속 세종의 모습 대신 우리가 갖고 싶은 군주상을 그려보는 거고.”

“야, 적이 필요하면 최만리 있잖아. 그 양반이 얼마나 열심히 한글창제를 반대했는데?”

“최만리는 그거 말고는 평생 충직한 신하로 살았잖아. 국사를 가르친다는 애가 그걸 말이라고 하냐?”

코너에 몰린 단편씨, 입맛을 다시다 마지막 항변을 던졌다. “그래도 세종이 김상경이나 한석규처럼 마른 체형인 것만큼은 납득 못 해. 그 ‘고기덕후’가 설마 그랬겠어?” “넌 그럼 뭐, 류담이 세종을 했었어야 속이 시원했겠냐?”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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