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울랄라 부부>
[토요판] 신소윤의 소소한 TV
<울랄라 부부> KBS2 월·화 밤 10시~
남편과 아내의 강제 ‘영혼 체인지’
상대방을 이해하는 과정 담아내 파르르 속눈썹이 떨린다. 여옥(김정은)은 결혼 전 진심으로 사랑했던 현우(한재석)가 자신을 떠났던 진짜 이유를 알게 되면서 엉엉 운다. 그런데 슬퍼하는 이는 여옥이되 입술을 씰룩이며 우는 이는 수남(신현준)이다. 신현준은 <맨발의 기봉이> <바보엄마> <각시탈>에서 바보 연기 3종 세트를 완성하더니 이번에는 여자 연기를 하며 말투, 행동, 표정 등 속눈썹 한올까지 여옥으로 빙의했다. “어우~ 즈질, 즈질! 아니 아까 그렇게 팥으로 쳐 맞고도 그런 말이 나와 지금?”을 외치며 가면을 바꿔 쓰듯 능청스럽게 여옥을 연기하는 신현준의 활약이 <울랄라 부부>(한국방송)의 코믹함을 끌어올리는 힘이라면 수남·여옥 부부의 영혼 체인지는 판타지 안에서 이야기를 진지하게 녹여내는 힘이다. <울랄라 부부>는 한편의 심리극이다. 드라마는 역할이 바뀐 수남과 여옥이 한걸음 떨어져 자신을 보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과정을 그린다. 수남의 몸에 들어간 여옥은 우연히 현우와 수남이 마주 앉은 현장 근처에 머물다 대화를 엿듣게 된다. 그리고 십수년이 지난 지금에야 사랑을 약속한 현우가 말도 없이 떠난 것이 위암 때문이었다는 것, 남편을 일찍 보낸 여옥의 엄마가 현우를 불러다 모진 말로 반대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키지 못했던 사랑이 아프고, 인연에 엮여 수남과 결혼했지만 결국엔 남편의 외도와 가부장적인 태도에 억눌려 살아왔던 지난 세월이 억울하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수남이 호텔 지배인 시절 경쟁 관계에 놓여 있던 동료가 수남을 구박하자 “그래, 나 말단 직원이다. 이빨 빠진 호랑이 앞에서 그렇게 폼 잡으니 좋니?”라며 어느새 미워죽겠던 남편으로 빙의해 그의 편에 섰다. 수남 또한 하루빨리 제 몸으로 돌아와 빅토리아와 새 살림을 차릴 날을 꿈꾸면서도 자신이 처음에 발견했던 여옥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다시금 깨달아가고 있다. 아내의 느는 주름만 들여다보고 비난하던 수남은 이제 주름 수만큼이나 세세했던 여옥의 감정의 결을 조금씩 알아가는 듯하다. “입장 바꿔 생각해봐.” 부부싸움을 하며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 아닐까. 진짜로 입장을 바꿔 본 <울랄라 부부>를 보며 대리 치유를 받는다. 다른 환경에서 자라오고,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것은 결혼을 하고서도 ‘나’를 지킬 수 있는 거리감을 만들어내지만 그와 나 사이의 거리는 자칫 한걸음 잘못 더 내디디면 끝없이 멀어질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드라마를 보며 생각했다. 우리가 영혼이 바뀐다면? 남편은 지난 명절에 시댁에서 설거지를 실컷 하고 돌아오는 길에 내가 터트린 울음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까. 몸이 고단한 줄 알고 다리를 주물러줬지만 사실 내가 위로받고 싶은 부분은 그토록 외로운 부엌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된 허한 마음이었다. 엔지니어인 남편이 책상머리에 앉아 일해 좋겠다고 할 때 부아가 치미는 것을 그가 한번 겪어보면 어떨까. 남편 또한 집 밖에서 누구와 어떻게 얽히며 스트레스를 받는지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 무심한 내가 못내 서운할까. 취재하며 남의 이야기는 열심히 들어주면서, 그가 어떤 화제를 꺼낼 때 피곤하니 결론부터 말해달라는 동반자 앞에서 그는 어쩌면 외로운 감정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8회까지 방영하며 이야기의 절반을 달려온 <울랄라 부부>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중요하지 않다. 여옥과 수남은 월하노인이 끝끝내 이으려 하는 질긴 인연의 끈을 인정하는 과정을 겪고 있기보다는 인간으로서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지나오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 심리극을 지켜보면서 대신해 ‘힐링’하고 있는 우리가 있다. <한겨레21> 기자 yoon@hani.co.kr
상대방을 이해하는 과정 담아내 파르르 속눈썹이 떨린다. 여옥(김정은)은 결혼 전 진심으로 사랑했던 현우(한재석)가 자신을 떠났던 진짜 이유를 알게 되면서 엉엉 운다. 그런데 슬퍼하는 이는 여옥이되 입술을 씰룩이며 우는 이는 수남(신현준)이다. 신현준은 <맨발의 기봉이> <바보엄마> <각시탈>에서 바보 연기 3종 세트를 완성하더니 이번에는 여자 연기를 하며 말투, 행동, 표정 등 속눈썹 한올까지 여옥으로 빙의했다. “어우~ 즈질, 즈질! 아니 아까 그렇게 팥으로 쳐 맞고도 그런 말이 나와 지금?”을 외치며 가면을 바꿔 쓰듯 능청스럽게 여옥을 연기하는 신현준의 활약이 <울랄라 부부>(한국방송)의 코믹함을 끌어올리는 힘이라면 수남·여옥 부부의 영혼 체인지는 판타지 안에서 이야기를 진지하게 녹여내는 힘이다. <울랄라 부부>는 한편의 심리극이다. 드라마는 역할이 바뀐 수남과 여옥이 한걸음 떨어져 자신을 보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과정을 그린다. 수남의 몸에 들어간 여옥은 우연히 현우와 수남이 마주 앉은 현장 근처에 머물다 대화를 엿듣게 된다. 그리고 십수년이 지난 지금에야 사랑을 약속한 현우가 말도 없이 떠난 것이 위암 때문이었다는 것, 남편을 일찍 보낸 여옥의 엄마가 현우를 불러다 모진 말로 반대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키지 못했던 사랑이 아프고, 인연에 엮여 수남과 결혼했지만 결국엔 남편의 외도와 가부장적인 태도에 억눌려 살아왔던 지난 세월이 억울하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수남이 호텔 지배인 시절 경쟁 관계에 놓여 있던 동료가 수남을 구박하자 “그래, 나 말단 직원이다. 이빨 빠진 호랑이 앞에서 그렇게 폼 잡으니 좋니?”라며 어느새 미워죽겠던 남편으로 빙의해 그의 편에 섰다. 수남 또한 하루빨리 제 몸으로 돌아와 빅토리아와 새 살림을 차릴 날을 꿈꾸면서도 자신이 처음에 발견했던 여옥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다시금 깨달아가고 있다. 아내의 느는 주름만 들여다보고 비난하던 수남은 이제 주름 수만큼이나 세세했던 여옥의 감정의 결을 조금씩 알아가는 듯하다. “입장 바꿔 생각해봐.” 부부싸움을 하며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 아닐까. 진짜로 입장을 바꿔 본 <울랄라 부부>를 보며 대리 치유를 받는다. 다른 환경에서 자라오고,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것은 결혼을 하고서도 ‘나’를 지킬 수 있는 거리감을 만들어내지만 그와 나 사이의 거리는 자칫 한걸음 잘못 더 내디디면 끝없이 멀어질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드라마를 보며 생각했다. 우리가 영혼이 바뀐다면? 남편은 지난 명절에 시댁에서 설거지를 실컷 하고 돌아오는 길에 내가 터트린 울음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까. 몸이 고단한 줄 알고 다리를 주물러줬지만 사실 내가 위로받고 싶은 부분은 그토록 외로운 부엌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된 허한 마음이었다. 엔지니어인 남편이 책상머리에 앉아 일해 좋겠다고 할 때 부아가 치미는 것을 그가 한번 겪어보면 어떨까. 남편 또한 집 밖에서 누구와 어떻게 얽히며 스트레스를 받는지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 무심한 내가 못내 서운할까. 취재하며 남의 이야기는 열심히 들어주면서, 그가 어떤 화제를 꺼낼 때 피곤하니 결론부터 말해달라는 동반자 앞에서 그는 어쩌면 외로운 감정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8회까지 방영하며 이야기의 절반을 달려온 <울랄라 부부>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중요하지 않다. 여옥과 수남은 월하노인이 끝끝내 이으려 하는 질긴 인연의 끈을 인정하는 과정을 겪고 있기보다는 인간으로서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지나오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 심리극을 지켜보면서 대신해 ‘힐링’하고 있는 우리가 있다. <한겨레21>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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