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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슈스케4, 악마의 편집도 안 통하는 권태로움

등록 2012-10-26 19:50

<슈퍼스타케이>
<슈퍼스타케이>
[토요판] 김성윤의 덕후감
<슈퍼스타케이>는 가장 잘나가는 방송 콘텐츠 중의 하나였다. 시즌1에서 잠재력을 보였고 시즌2부터는 거의 전국민적인 관심을 받았다. 행동 굼뜬 나조차도 대국민 문자 투표에 참여할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나는 장재인을 응원하고 있었는데 준결승에서 그녀가 떨어지자 결승에서는 허각에게 표를 던졌다. 존박이 우승하는 건 왠지 싫었기 때문이다.(대체 왜 그랬을까)

오디션 공화국이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실제로 <슈스케>를 기점으로 해서 유사 프로그램들이 양산됐다. 종적으로는 지상파 방송에서도 오디션 프로그램(<위대한 탄생>, <케이팝스타> 등)이 방영됐고, 횡적으로는 배우, 모델, 요리사, 일반 예능인 등으로 유사 장르가 확산됐다. 시청자들의 일상에서도 ‘제 점수는요’라는 말이 유행어가 될 정도였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누군가의 언동이 끝나면 “제 점수는요…”.

그런데 요즘 <슈스케4>는 그다지 임팩트가 없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긴장감이 떨어진다고들 지적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슈스케>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신선한 자극이었는데, 이제는 권태로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슈스케4>, 어쩌다 감각이 무뎌질 정도에 이른 걸까. 각종 연예 뉴스들을 취합해보니 이유는 크게 두가지란다.

첫째, 편집이 맥빠진다는 것. 한때 ‘악마의 편집’이라 해서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 그 ‘악마’도 자꾸 보다 보니 한편으로는 물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속이 보인다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패턴이 노출됐다는 이야기다. 둘째, 참가자들의 실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 <슈스케>는 시즌3에서 울랄라세션으로 정점을 찍었다고 봐야 한다. 그러다 보니 시즌4에서부터는 아무리 아마추어라 해도 사운드와 퍼포먼스에 대한 기대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나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한마디 더 보태고 싶다. 영미권으로부터 시작해서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던 배경에는 이것이 유사 민주주의의 경험을 제공한다는 맥락이 존재한다. 정치에 대한 냉소가 팽배한 시대에 시민들은 투표소가 아니라 브라운관 앞에서 능동적인 유권자로서의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창력 테스트인지 대중성 테스트인지 불분명해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표를 많이 얻는 건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인기가 많은 사람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오디션 참가자들도 이 문법을 깨닫더라는 것이다. <슈스케4>에서도 이런 문제가 노골화됐다. 적지 않은 참가자들이 병이 있(었)지만 잘 극복하고 있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심지어 어떤 참가자의 경우에는 암 투병 중인 어머니가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다. 노래로 승부하는 게 아니라. 심지어는 제작진조차 ‘휴머니즘’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이런 문제를 부추겼다. 한마디로 사생활이라는 조미료가 너무 많이 들어간 셈이다. 요리의 깊은 맛은 사라지고 조미료밖에는 아무 맛도 안 날 정도다.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이번 <슈스케>에서 느껴지는 점은 이제는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조차도 자신의 사생활을 상품화하도록 유도받고 있다는 것이다. 긴장감이 떨어진다느니, 지겹다느니 하는 표현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식의 휴머니즘 과잉과 무관하지 않다. 가수 오디션에서 자기 사생활을 파는 장면은 확실히 꺼림칙하고 불편하지 않은가. 사생활 경연 대회도 아니고.

<슈스케>, 오디션 프로그램도 이제는 한물가는 걸까. 정도를 걷거나 색다른 내러티브를 창조해내지 않는 한 ‘당분간 내리막길’임이 분명하다.

사족: 이번 시즌에서 정준영이 신선하게 여겨지는 것은 휴머니즘 과잉에 대한 반작용으로도 볼 수 있다. 물론 ‘쿨’한 태도로 초지일관하는 그의 캐릭터가 얼마나 세대 보편적일지에 대해선 의문스럽지만.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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