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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한연노·KBS 갈등…뿌리는 드라마 외주화

등록 2012-11-19 20:34수정 2012-11-19 21:41

노조 “밀린 출연료 달라” 출연거부
KBS “외주 제작사에 이미 지급해”
제작사 부도피해 연기자가 떠안아
*한연노 :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항상 살얼음 위를 걷는 것 같아요.”

전화기 너머 중견 탤런트 ㄱ씨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그는 “일을 하나 해도 끝날 때쯤이면 다른 작품 출연 기회를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한다”며 ‘비정규직’의 서러움을 토로했다. 그런 그에게 출연료를 못 받는다는 것은 심각한 일일 수밖에 없다. ㄱ씨는 2010년과 2011년에 나온 드라마 출연료를 아직 받지 못했다. 모두 4000만원이 넘는다.

ㄱ씨의 사연은 대기업 하도급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ㄱ씨는 “방송사에서 직접 제작할 때는 출연료 지급이 조금 지연된 적은 있어도 이렇게 미지급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한연노)이 12일부터 <한국방송>(KBS) 출연 거부를 선언하면서 연기자들 처우와 출연료 미지급 문제가 떠올랐다. 한연노는 “2009년 9월부터 2011년 2월까지 방송된 드라마 <공주가 돌아왔다>·<국가가 부른다>·<도망자 플랜비>·<프레지던트>·<정글피쉬2> 등의 외주제작사들이 조합원 연기자들 출연료 12억74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이 문제를 한국방송이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반면 한국방송은 외주제작사에 출연료를 모두 줬기 때문에 한연노의 요구를 들어주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방송계에서는 갈등의 배경에 외주화가 있다고 말한다. 방송사 자체 제작 드라마는 2005년부터 차츰 사라지기 시작했다. 외주 제작 프로그램을 40% 이상 편성하도록 한 방송법 시행규칙과 방송사들의 비용 절감 욕구가 맞물리면서다. 방송사들이 비용이 수십억원까지 불어난 드라마 제작의 위험 부담을 덜려고 외주 제작으로 방향을 틀면서 지상파 드라마의 외주제작 비율은 70~80%까지 올라갔다.

한 외주제작사 피디는 “방송사 입장에서는 스태프를 상시적으로 고용하지 않아도 되고, 방송사 자체 제작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금액으로도 만들어 보겠다는 제작사가 많다는 점에서 외주제작을 선호한다. 제작사는 방송사가 직접 따내기 부담스러운 간접광고(PPL) 등의 기회를 잡을 여지도 많아 상부상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연노 관계자는 “드라마가 실패하고 제작사가 부도나면 그 피해가 이름 없는 연기자나 스태프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한영수 한연노 위원장은 “사실상 하도급업체인 외주제작사의 촬영장에는 방송사 피디가 나와 현장을 총괄 지휘한다. 그런 점에서 외주를 맡긴 방송사 쪽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연기자들은 문제가 된 드라마 5편의 제작사들이 폐업 등으로 사실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하고있다. 또 제작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려 해도 실효성이 의심스럽기 때문에 결국 원청업체 격인 한국방송이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은 한 번 지급한 출연료를 다시 줄 수는 없다고 밝혀 양쪽의 대립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국방송은 “외주제작사에 제작비를 전액 지급했으며, 출연료가 지급되지 않은 것은 전적으로 외주사의 책임이다. 수신료로 운영되고 감사원 감사와 국정감사를 받는 기관이 이미 지급한 금액을 근거 없이 다시 줄 수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번 갈등이 제작 차질로 이어질지도 관심을 끌지만, 한국방송 프로그램 제작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연노 쪽은 연기자들이 방송사 눈치 때문에 출연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음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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