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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명품 수사물의 힘 ‘밥 안먹어도 배부르다’

등록 2012-12-07 19:25

특수사건전담반 텐(2011, OCN)
특수사건전담반 텐(2011, OCN)
[토요판] 이승한의 몰아보기
특수사건전담반 텐(2011, OCN)
<오시엔 시리즈> 8일(토) 밤 11시 1~2회. 9일(일) 밤 11시 3~5회 연속 방영

홍이씨가 방에 놀러 오도록 두는 게 아니었다. 하다못해 홍이씨가 “형, 나 이거 잠깐 빌립시다”라 말했을 때, 홍이씨가 집어 든 게 무엇이었는지 곁눈으로라도 확인했어야 하는 거였다. 지금 홍이씨는 반폐인이 다 됐다. 양평동 이씨 방 한구석에서 <특수사건전담반 텐> 방영분을 모아둔 시디 꾸러미를 집어간 지 이틀, 홍이씨는 바깥 출입은커녕 끼니도 거르고 있었다.

“이러지 말고 나가서 뭐 뜨끈한 거라도 먹자.” 양평동 이씨는 홍이씨의 손목을 잡아끌었지만 홍이씨의 반응은 심드렁했다. “아, 굳이 추운 데 나가서 또 뜨거운 걸 찾을 건 뭐요? 안 나가고 방에 있으면 안 춥고 따습구먼.” 시선을 모니터에 박아둔 채 안 움직이려는 홍이씨를 일으켜 면도를 시키고 옷을 입히고 끌고 나와 동네 육개장 집에 앉히기까지 꼬박 두 시간이 걸렸다.

“넌 인마, 기말고사 기간이면 공부해야 할 놈이 무슨 드라마에 미쳐 식음을 전폐해?” 이 정도 타박에 주눅 들면 홍이씨가 아니다. “남 말 하네. 칼럼 때문에 보는 거랍시고 일주일 만에 <명탐정 몽크> 여덟 시즌을 다 달린 사람이 누군데?” “야, 너랑 나랑 같아? 나는 이게 업이잖아!” “형이 돈 받고 글 쓰니까 평론가 소리 듣지, 돈 안 받으면 그냥 악플러랑 다를 건 또 뭐요?” 연신 수저질을 하는 중에도 홍이씨의 독설은 멈추지 않았고, 기에 질린 이씨는 그만 타박을 포기했다.

“하긴, 나도 추리물이나 수사물에 한번 꽂히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거든.” “그렇지? 케이블에서 해주는 미드(미국 드라마)들 보면 다 수사물이잖아? <시에스아이>나 <로 앤 오더>처럼. 왜 다들 수사물을 좋아하는 걸까?” 이씨는 수저를 입에 문 채 곰곰이 생각하다 입을 뗐다. “범죄가 당대 사회의 어두운 욕망이나 분위기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매개라서 그러는 거 아닐까? 범죄 수사물에는 작품에 반영된 시대상, 사회상을 음미하는 맛이 있잖아.”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그것만으론 설명이 안 되지 않나? 남의 나라 사회상이 뭐 그리 궁금하다고 <시에스아이>를 그렇게들 보겠어?”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지. 잘 만든 수사물은 범죄의 트릭에만 집착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심리 깊은 곳을 응시하거든. 범죄자들의 욕망, 추리하는 이들의 고뇌와 피로 같은 감정들. 드라마를 보다가 어느 순간 공감하고 결국은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게 만드는 게 명품 수사물의 힘이지. <…텐>도 그런 작품이니까 너도 넋을 놓고 봤겠지만.”

가만히 듣던 홍이씨가 품에서 지갑을 꺼냈다. “간만에 좀 평론가 같네. 밥값 하셨으니 이건 내가 삽니다.” “야, 그럴 거면 악플러란 소리부터 취소해라.” “그럼 키보드 워리어 정도로 해둡시다.”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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