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건>(KBS)
휴대전화·TV·인터넷과 단절된
개콘 6인의 동거 ‘인간의 조건’
훈훈한 가족애와 잔재미 많아
‘정글의 법칙’ 성공한 이유처럼
문명 벗어난 삶에서 힐링 찾아
개콘 6인의 동거 ‘인간의 조건’
훈훈한 가족애와 잔재미 많아
‘정글의 법칙’ 성공한 이유처럼
문명 벗어난 삶에서 힐링 찾아
“맞다. 이런 걸 잊고 있었구나.”
시청자 반응에 따라 정규 편성 여부를 결정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인 <한국방송>(KBS) 2텔레비전의 4부작 <인간의 조건>(사진)을 본 시청자들 반응은 이런 식이었다. 김준현·김준호·양상국·허경환·박성호·정태호 등 <개그콘서트>의 인기 개그맨 6명이 휴대전화와 인터넷, 텔레비전 없이 함께 산 일주일을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으로 담아낸 이 프로그램은 자잘한 재미를 주면서 사람 사이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만들며 화제가 됐다. 복고와 힐링 코드가 버무려진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인간의 조건>은 토요일 밤 11시25분, <문화방송>(MBC)의 <세바퀴>와 <에스비에스>(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강적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4부 시청률이 8.4%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결국 정규 편성까지 따내 같은 출연자들로 내년 1월 말부터 매주 방송된다.
<인간의 조건>에서 휴대전화와 텔레비전, 인터넷을 빼앗긴 개그맨들은 불안해했다. 할 일이 없다며 소파에 멍하게 앉아 있던 김준호는 “이게 뭐여!”라고 했다. 그런데 변화가 생겼다. 일정이 없어 혼자 집에 있는 일이 잦은 양상국은 동료들이 집에 오면 “사람이 집에 오면 개가 왜 꼬리를 흔드는지 알았다”고 말했다. 휴대전화가 없던 때 어머니들이 자녀 친구들 이름을 알았던 것은 집전화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즐거워했고, 필름카메라로 찍은 필름을 사진관에 맡긴 뒤 어떻게 나올까 기대하는 모습도 보였다. 프로그램 후반에 가족처럼 둘러앉아 과일을 깎아 먹으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눴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들의 즐거움에 “공감하게 된다. 마음이 훈훈해진다”는 식의 글이 많았다.
출연자들을 마다가스카르와 아마존 등의 오지로 내던져 ‘생존기’를 보여주는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인 에스비에스의 <정글의 법칙>도 매번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한다. 방송가에서는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이 각박한 현실을 피하려는 최근의 트렌드를 적절히 담아내며 예능의 진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글의 법칙>도 공감을 끌어내는 코드는 <인간의 조건>과 닮은 데가 있다. 지난 10월 말, 동료들이 김병만을 위해 파인애플 케이크를 만들어 깜짝 생일 파티를 준비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뭉클한 속내를 밝히는 김병만의 담담한 인터뷰도 이어졌다. 드라마틱한 갈등 상황 등 드라마적 요소도 적고, 김병만도 개그를 시도하지 않는다. 그저 동료애로 뭉쳐 음식 마련을 위해 몸을 쓰고, 그 과정의 훈훈한 모습만 담담히 그려질 뿐이다.
이런 훈훈함은 1990년대 복고 열풍과 맥이 닿는다. 배상준 성신여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90년대 복고는 행복했던 지난 시절에 대한 회상을 통해 편안함을 주는 힐링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인간의 조건>을 연출한 신미진 피디는 “의도했던 것은 아닌데 최근의 트렌드와 맞는 접점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두 프로그램 모두 현실에서 벗어나 다른 공간으로 갔을 때, 함께 간 사람들이 가족처럼 엮이며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해 인기를 끌고 있는데, 90년대 복고나 힐링 열풍과 같은 맥락이다. 자극적인 모습에 집중하는 미국의 리얼리티 쇼를 수입해 온 한국 방송들이 가족이란 장치를 통해 삶의 의미까지 다루게 됐다는 점에서 리얼리티 예능의 진화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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