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방송·연예

스타쫓는 드라마 외주 ‘깊어진 그늘’

등록 2012-12-25 11:51

손병호, 송재호, 한영수(한국방송연기자노조 위원장) 등 연기자들이 지난달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출연료 미지급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한국방송연기자노조 제공
손병호, 송재호, 한영수(한국방송연기자노조 위원장) 등 연기자들이 지난달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출연료 미지급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한국방송연기자노조 제공
방송사 편성 받으려면 톱스타 필요
특급배우 섭외에 제작비 거의 사용
장동건 회당 출연료 1억원 받는데
연기자 70% 연간 소득 1천만원 안돼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한연노)이 드라마 출연료 미지급 문제로 출연 거부에 나선 올해, 아이러니하게도 톱스타의 드라마 회당 출연료가 사실상 처음으로 1억원 시대를 열었다. 양극화는 연예계도 예외가 아니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회당 출연료 1억원의 주인공은 <에스비에스>(SBS) <신사의 품격>의 장동건이다. 장동건의 회당 출연료는 9월 소속사가 다른 곳에 합병되는 과정에서 공개된 자료로 드러났다. <신사의 품격>이 20부작이었으니 20억원을 받은 것이다. 한국방송실연자협회 관계자는 “<태왕사신기>의 배용준과 <마이 프린세스>의 송승헌도 회당 출연료를 1억원 이상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본 투자자가 해당 배우의 출연을 조건으로 해 선투자한 것이라 특수한 경우로 봐야 한다. 따라서 출연료 1억원 시대는 사실상 장동건이 열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 3사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스타급 연기자의 회당 출연료는 특급이 1억원 이상, 에이(A)급이 5000만~6000만원, 그 아래 주연급이 2000만~3000만원이다. 이런 높은 출연료는 2002년과 2004년에 걸쳐 외주제작 비율 할당제가 강화되면서 시작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드라마 출연료는 1990년대에도 에스비에스 개국으로 캐스팅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한차례 뛴 바 있다. 이후 방송 3사 드라마국장들은 출연료를 최대 250만원 선으로 묶자고 합의하기도 했다. 그러다 2001년 <여인천하>의 강수연이 회당 400만원을 받으며 ‘규약’이 깨졌고, 2002년 <장희빈>의 김혜수와 2003년 <대장금>의 이영애가 500만~700만원을 받았다. 이어 2004년 외주제작 비율이 강화되면서 더 뛴다. 2005년 <프라하의 연인>의 전도연이 회당 1500만원을 받았다. 한연노 관계자는 “외주제작이 도입된 뒤부터 출연료가 빠르게 올랐고, 2009년 세계경제 위기로 잠시 깎였다가 다시 올랐다”고 설명했다. 지상파 방송들의 드라마 외주제작 비율은 70~80%에 이른다.

다른 한편에 그늘도 있다. 연기자 5000여명이 소속된 한연노는 2009~2011년 3년간 조합원 70%의 연간 출연료 소득이 1000만원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출연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해, 한연노는 외주제작사들이 모두 12억7400만원을 주지 않았다며 11월부터 원청업체 격인 <한국방송>(KBS) 출연 거부에 나서고 있다. 문제갑 한연노 정책위의장은 “연기자들은 드라마에 출연하면 숙박비와 식비, 교통비를 직접 지출해야 한다. 이런 경비는 이후 출연료를 받을 때 수당으로 받는 것인데, 출연료를 받지 못하면 결국 자신이 쓴 경비조차 돌려받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드라마 외주제작이 어떻게 양극화를 낳는지는 이렇게 설명된다. 방송사가 외주제작사에 주는 회당 제작비는 5000만~1억4000만원 선이다. 여기에 스타급 남녀 연기자 두 명이 주연을 맡고, 작가에게 고료를 주면 남는 돈은 별로 없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어 간접광고(PPL) 등으로 추가 수입이 들어오지 않으면 보조 연기자들에게 줄 출연료가 부족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외주제작사 입장에서는 드라마를 팔 수 있는 보증수표인 톱스타의 캐스팅에 목을 맨다.

방송사들은 시청률이나 다른 방송과의 경쟁 때문에 이런 구조를 받아들인다. 한국방송의 한 드라마 피디는 “외주제작사가 스타급 연예인을 섭외해 편성을 해달라면 그러지 않을 수 없다. 작품을 다른 방송사로 가져가면 타격을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에스비에스 드라마국 관계자는 “결국 스타급 연예인에게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써버리니 보조 출연자 출연료 미지급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과거처럼 방송사들이 출연료 상한선을 정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사실상 짬짜미라는 점, 시장 논리를 거스르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시각도 많다.

김기복 실연자협회 이사장은 “일본 톱스타 기무라 다쿠야의 회당 출연료가 400만엔(약 5100만원)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국내 스타들 출연료는 과다한 측면이 있다. 방송 광고시장은 한정돼 있는데 스타급 연기자들 출연료만 늘어나니 보조 연기자들의 어려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추적자>처럼 톱스타 없이도 성공하는 드라마가 많이 나와 톱스타 의존도가 줄거나, 방송사 자체 제작 비율을 높이는 식의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음성원 기자

<한겨레 인기기사>

“수공에 떠넘긴 4대강 빚 때문 수도요금 인상”
장동건 드라마 회당 1억원…연예계 출연료 ‘양극화’ 극심
“박근혜 정책이 MB와 다름 보여줘야 노동자죽음 막는다”
박원순 시장 “박근혜 당선인, 온 대한민국 대통령 돼 달라”
문재인, 비대위원장 지명 않기로
‘솔로 대첩’ 참가자에 “왜 나왔냐?” 물었더니
옷이든 뭐든 찬밥, 미안하다 아들 2호야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