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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40대, 학교 드라마에 빠지는 이유

등록 2013-01-06 20:29수정 2013-01-06 21:59

<한국방송>(KBS) 2텔레비전 드라마 <학교2013>
<한국방송>(KBS) 2텔레비전 드라마 <학교2013>
입시경쟁 사실묘사 ‘학교 2013’
10대 못잖게 40대 시청률 높아
반교육적 시스템 맞짱뜨며 분투
기간제 교사의 당당함 울림 커
‘사회생활 찌든 중년 공감’ 분석
“변하면요, 다 되는 줄 알았어요. 이제라도 정신 차리면 어디서든 다 받아줄 줄 알았거든요.”

<한국방송>(KBS) 2텔레비전 드라마 <학교 2013>(학교)의 1월1일 방송분에서 학급 ‘일진’의 친구인 ‘지훈’(이지훈)은 밥 먹듯 결석하고 동급생들을 괴롭히던 일을 후회하며 눈물을 흘렸다. 지훈은 직업학교에 가고 싶지만 결석 탓에 지원 자체가 불가능하다. 경쟁이 전부인 시스템에서 한 발만 삐끗해도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는 어른들의 삶과 다를 바 없다. 주인공인 교사 정인재(장나라)는 교무실을 나서려는 지훈의 소매를 붙잡고 말한다. “그래도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선생님이 찾아볼 테니까, 그 마음 조금만 더 잡고 있지 않을래?”

‘반교육적’ 교육 현실에 맞서는 기간제 교사의 고단한 싸움을 그린 <학교>가 학생은 물론이고 어른들의 공감대까지 자극하며 흥행 궤도에 오르고 있다. 시청률 조사업체 티엔엠에스 기준 1일치 시청률은 15.7%다. 다른 시청률 조사업체 에이지비닐슨 조사에서도 15.2%를 기록했다. 티엔엠에스 조사에서 10대와 40대 시청률이 각각 17.2%와 16.4%로 전체 시청률을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10대의 높은 시청률은 입시라는 감옥에 갇힌 학생들의 처지를 실감나게 다루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방송>(KBS) 2텔레비전 드라마 <학교2013>
<한국방송>(KBS) 2텔레비전 드라마 <학교2013>
10대 시청률보다 눈에 띄는 것은 40대 중년층의 시청률이다. 학교를 배경 삼은 전통적 성장 드라마들과 다르게 밤 시간에 배치된 점도 있지만, 시청자들은 장나라가 연기하는 기간제 교사 정인재의 분투에 주목하고 있다. 정인재는 ‘입시지상주의’의 모순에 맞서는 돈키호테 같은 인물이다. ‘수능형 수업’에 주력하는 동료 교사 강세찬과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교장, 이런 수업을 요구하는 일부 치맛바람 학부모들에게 맞서 전인교육을 시도한다. 기간제 교사가 교장과 학부모, 나아가 교육 시스템에 반기를 든 셈이다.

정인재는 ‘수능형’ 수업에 흥미를 못 느끼고 잠만 자는 학생들이 태반인 현실에서 일부만을 위한 수업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고민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시 한 편이라도 읽게 하려고 애쓴다. 목표는 자신이 맡은 2학년 2반 학생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3학년으로 진학시키는 것”이다. 스타 학원강사 출신인 강세찬은 공부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에게 “수업에 방해된다”며 교실 밖으로 쫓아내는 일도 서슴지 않지만, 이런 정인재의 모습에 영향을 받아 조금씩 바뀌어간다.

한 현직 교사는 이 드라마의 인터넷 게시판에 “진심으로 학생을 위하는 선생님을 어찌 응원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라고 적었다. 또 “요즘 학교의 실태도 알게 되고, 사회생활을 하는 처지에서 공감도 간다”며 방송 연장을 요청하는 반응이 늘고 있다.

교내 역관계에서 ‘을’의 처지인 탓에 주눅 들어 있어야 할 것 같은 정인재의 당당한 모습이 사회생활에 찌들어 무기력한 40대에게 울림을 준다는 풀이도 나온다. <학교>의 황의경 책임피디(CP)는 “중년층의 정인재 선생에 대한 애정과 함께 부모 세대로서의 관심이 드라마의 인기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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