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호(68) 감독
KTV다큐 ‘길 위의 감독…’ 진행 맡은 이장호 감독
장터 돌며 사람들 애환 담아
작년 영진위와 소송 일단락
“데뷔40년 앞두고 여러 준비”
장터 돌며 사람들 애환 담아
작년 영진위와 소송 일단락
“데뷔40년 앞두고 여러 준비”
“수없이 장터를 다니며 수없이 사람들을 만나게 될 테니 이 방송 진행을 맡은 것이 제 노후의 중요한 지점이 될 것 같습니다.”
<별들의 고향> 등으로 1970~80년대 한국 영화계를 풍미한 이장호(68·사진) 감독은 <한국정책방송>(KTV)의 다큐멘터리 <길 위의 감독, 이장호의 장날> 진행을 맡은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원래 소설가 김주영씨가 진행하던 것을 지난 3일 방송분부터 이 감독이 맡았다.
매주 목요일 밤 10시30분에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에서 이 감독은 전국 장터를 찾아가 사람의 애환, 장터의 문화와 역사 등을 담백하게 풀어낸다. 10일 방송은 전북 무주군에서 120년을 이어온 반딧불 장터 이야기다.
이 감독은 8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언젠가는 시장의 모습을 영화에 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장터를 다니며 좋은 소재가 제 몸속에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사는 모습이 가장 치열하게 나타나는” 것이 장터의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1974년 데뷔작이면서 관객 46만명을 모아 당시 흥행 신기록을 세운 <별들의 고향>에 대해 묻자 “일생을 ‘별들의 고향’만 팔아 먹고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 착잡할 때도 있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사실 ‘별들의 고향’은 저의 가장 원시적이고 원초적인 영화라 부끄러운 점이 있다. 만약 이 영화를 잘 만들었다면 교만에 빠질 수도 있었는데, 항상 완성되지 못한 영화라고 생각하다 보니 겸손한 자세를 갖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한국 영화의 리얼리즘을 회복한 영화로 평가받는 <바람 불어 좋은 날>(1980)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 동안 한국 영화는 현실을 그릴 수 없었다. 북한을 의식해서 가난을 그리지 못하게 했고, 공무원이나 군인들의 비리와 부패도 담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제가 리얼리즘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내년 데뷔 40년을 맞는 그는 장터 기행 프로그램 진행과 영화진흥위원회와의 행정소송이 일단락된 점을 들며 “올해 여러 준비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법원은 2010년 영화 제작 지원사업에서 이 감독의 작품을 탈락시킨 영진위에 대해 “지원 거부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사진 한국정책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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